08. 미래로 가려는 나에게 가능성 열어주기

요가실록, 여덟 번째 이야기

by 지반티카


토요일 포레스트 요가 인텐시브 수련은 평일에 수련을 가는 요가원에서 열린다. 그래서, 평일에 출발할 때랑 같은 시간에 나왔다. 오던 시간에 지하철이 오지 않았다. 10분을 넘게 기다려 지하철을 탔다. 평소와 같은 시간에 나왔는데, 더 늦게 도착하게 생겼다! 주말에는 지하철이 더 자주 오지 않는 걸까?


다행히 수업 전에 도착은 했다. 그렇지만, 사람들과 소소한 안부를 나눌 시간이 없다!


"왔어?!"


경쾌한 톤으로 프론트 데스크에서 반겨주시는 수일 선생님에게* 인사를 했다. 서둘러 들어가 매트를 깔았다. 수련실 안에는 월요일 수련에서 보지 못한 피치 언니도 있었고, 아주 오랜만에 만난 베리 선생님도 있었다. 반가운 표정과 간단한 인사만을 나누고, 바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오늘은 카팔라바티 호흡 (Kapalabhati Breathing)**만 하세요."


받다코나아사나 (Baddha Konasana: 나비 자세)에서 호흡을 시작하기 전에 신희 선생님이 말했다. 수련에서 카팔라바티 호흡을 한 뒤에, 또 다른 호흡인 우디야나 (Uddiyana Bandha: 이하 우디야나)를 이어서 했던 적이 많다. 그래서, 카팔라바티를 하고 나면 으레 우디야나를 하겠지 하고, 안내를 듣지 않고 바로 우디야나를 하는 중급 수련자들에게 미리 안내를 하신 것이다.


무언가를 오래 하게 되면, 으레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것들이 있다.


'이게 맞아.'


하고 속으로 생각하면서,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고 하는 움직임 같은 것들이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갇혀 있으면, 선생님이 와서 말로 도움을 주거나, 직접 손을 대는 핸즈온 (hands-on)을 해주어도 잘못하고 있는 것을 바꾸기가 어렵다.


과거로부터 습관을 형성해 온 내가 미래로 가려는 나에게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과거 어떤 순간에 날 도와주었던 방법이었기 때문에 습관으로 들인 것이, 더 이상 날 도와주지 못할 때. 그럴 땐, 그 방법을 놓아 보내야 한다.


습관에 젖는 것을 주의하면서, 카팔라바티만 하고 호흡을 끝냈다. 앉은 자세에서 허벅지에 힘을 주고 있지 않았던 것을 알게 되었다. 받다코나아사나에서였는지, 그 뒤에 나온 다른 앉은 자세에서였는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오른 무릎은 아직 무거웠다. 조심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수련에서는 특히 오른 무릎을 무겁게 해온 움직임의 습관에서 벗어나 고통 없이 수련하자고, 나만의 의도를 세웠다.


또 다른 습관 중 하나는, 자세를 해내려고 할 때 목 뒤쪽에 힘을 주면서 배를 들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럴 때가 상당히 빈번하다. 어떻게 하면 배를 들 수 있을까?


돌핀을 할 때 다리 사이에 블럭을 끼고 목에 힘을 먼저 뺐다. 배의 움직임에 집중하니 배가 들렸다!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으니 배를 드는 것도 쉬워진 것이다. 배를 들면서 생긴 가벼움이란. 뜨거운 국물을 들이켜면서 시원하다고 할 때와는 다른 시원함이다.


몸을 푼 뒤에는 역자세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신희 선생님이 데모를 보여주었다. 선생님의 역자세를 볼 때면, 저렇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동시에, 재미있어 보인다. ***



예신희 선생님이 스트랩을 이용해서 핸드 스탠드 변형 데모를 보이고 있다.


월요일 성공했던 핸드 스탠드의 경험에 이어서 새로운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오른 무릎을 무리하게 쓰지 않으면서 연습하려고 하니 자세를 할 때 더 집중하게 되었다. 몸의 불편함은, 수련할 때 더 많은 것을 배워가도록 선물을 주기도 한다.


핸드 스탠드에서도 목에 힘을 빼고, 손 쪽으로 많이 걸어가서 다리를 드니까 가볍게 올라가졌다.


'갈비뼈를 모으고 내전근을 더 들어 올리세요.'


베리 선생님의 말에 챙기지 못한 것들을 챙겼다. 무겁게 늘어진 장바구니를 모아서 가볍게 들어 올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손으로 바닥을 밀면서 몸이 가벼워지는 지점을 계속 찾았다. 거꾸로 서 있으니 무릎이 눌리지 않고, 무겁지 않았다. 좋은 기분에 한동안 그 자세를 하고 있었다.


"도와드려요?"


베리 선생님이 물었다. 내려올 때 도움이 필요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니요, 괜찮아요."


오른 다리를 들어서 올라갔었으므로, 배를 계속 들면서 내려와 오른발이 툭 떨어져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했다. 서서 하는 자세들을 여러 개 했는데, 무릎에 힘이 가지 않도록 하려니, 아주 어려웠다.


"뒤에 다리를 더 들어봐. 그러면 목에 힘을 빼면서 머리가 갈 수 있는 방향이 생기거든?"


헤드 투 앵클 (Head to Ankle)****에서는 수일 선생님의 말을 따라, 뒤에 있던 오른 다리를 더 들어 올렸다. 그러자 무릎이나 발목에 힘을 주면서 생기던 부담도 줄었다. 어떤 자세를 해도 무릎이 신경 쓰이지만, 집중을 해서 무릎에 무게가 가지 않게 하면 바닥으로 끌어내려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선생님 말대로 목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되었다. 목이 가벼워지자, 머리도 더 자유로워졌다.


내가 고수해 온 방법만이 옳다는 생각을 놓아주게 되면, 여러 가능성이 열린다.


가능성 1. 고수해 온 방법을 가르쳐주었던 사람을 속으로 탓하며 이게 잘못되지 않았냐고 따지지 않을 수 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고 스스로 고안해 낸 방법이었다면, 나 자신을 탓하지 않아도 된다.


가능성 2.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을 최대한 하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뭘 하고 있는지, 뭘 할 수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서 도움을 받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Untitled_Artwork 20.png 그림을 그리던 스타일을 바꿔보는 것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이번 수련에서는 의도를 세웠던 대로, 습관대로 움직이거나 사고하며 통증이나 머리가 복잡해지지 않았다. 누워서 쉬는 사바아사나에서도, 생각하는 대신 쉴 수 있었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이렇게 불편함이나 고통 없이 움직이고 쉴 수 있는 한 번의 수련이 참 소중하다. 개운한 상태로 서둘러 요가원을 나섰다. 점심을 같이 먹기 위해 집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중한 사촌언니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


2023.9.9 요가실록 <끝>


* 예수일 선생님은 예신희 선생님의 동생이다. 자매가 같이 토요일 인텐시브 요가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따뜻한 말 한마디, 부드러운 손길로 수련자들을 도와주는 두 선생님의 모습을 볼 때면, 가족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주변에 줄 수 있는 선한 영향의 힘에 대해서 또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 카팔라바티 호흡 (Kapalabhati Breathing): 코로 마시고, 코로 강하게 내쉬는 호흡. 포레스트 요가에서 안내하는 여러 호흡법 중 하나이다. 뇌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어 Skull-shining breathing이라고도 한다. 한국어로는 정뇌호흡으로 주로 번역된다. 이 호흡과 효과에 대해서 더 궁금하다면 방법을 찾아 직접 해보고, 효과를 느껴보자.


*** 신희 선생님의 데모를 보며 재미있게 설명을 듣고 있던 모습. 베리 선생님이 찍어주었다. "글 쓰실 때 쓰시라고 찍었어요" 하고 보여준 이 사진이 마음에 들었다. 본문 안에는 글의 흐름이 깨질까 봐 사진을 넣지 않았다. 집중해서 배우는 소중한 순간을 사진에 담아준 베리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한다.



Untitled_Artwork 19.png 예신희 선생님의 데모를 지켜보던 모습을 베리 선생님이 찍어주었다.


**** 헤드 투 앵클 (Head to Ankle): 두 다리를 전사 1의 모양으로 두고 하는 전굴 (forebend: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자세이다. 언제 이 자세를 하는 순간이 사진에 담기게 되면 올리겠다.


자세 모양이 궁금하다면?

https://www.skimble.com/exercises/1911-right-head-to-ankle-how-to-do-exerci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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