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무릎 뒤쪽을 드니까 무릎이 시원해!

요가실록, 아홉 번째 이야기

by 지반티카


어제는 마음공부를 같이 하는 언니와 신나게 통화했다. 보송한 요에 눕자, 오른 무릎에서 열감이 느껴졌다. 아, 이럴 수가.

한동안 무거웠던 오른 무릎은 위쪽으로 끌어올린 근육 강화 운동으로 인해 좀 가벼워진 것 같았었는데. 염증으로 번진 모양이다.


흐린 아침, 한참을 고민하다 수련을 갔다. 신희 선생님에게 무릎의 상태를 알렸다.


"무릎 뒤쪽을 들어야 해."


무릎 뒤쪽을 들라니, 아리송해졌다.


"무릎 뒤쪽이요?"

"발을 느끼면서 이쪽을 위로 들어봐."


선생님이 손을 댄 곳은 허벅지 뒤쪽이었다.


'어떻게 드는 거지?'


발바닥을 펴서 바닥을 살짝 밀어내면서 허벅지 근육을 위쪽으로 펴봤다.


"지금 들었네. 거기서 이제 배를 들어봐."


선생님 말대로 배를 같이 드니 오른 무릎이 무겁지 않았다. 오늘은 그 움직임에 초점을 두기로 했다.


"계속 같은 방법으로만 수련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몸 전체를 느끼고, 방법도 바꿔보면서 뭐가 바뀌는지를 보세요."


전부터 몇 번을 들었던 얘기였다. 무릎이 불편한 상태에서 들으니 내 얘기 같았다. 아니, 내 얘기였다.

수련을 아무리 했어도, 요가 수업을 하는 사람이어도 불편함 앞에선 장사 없다. 다시 아무것도 모르는 마음으로 수련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게 최선을 다해서.


"런지에서 무릎이 불편하면, 하이 런지에서 무릎 뒤쪽을 들어."


선 살루테이션 A (Sun Salutation A)에서는 무릎을 바닥에 대고 하는 런지가 반복된다. 런지를 해봤다가 바로 무릎을 떼고 하이 런지를 했다. 항상 하이 런지가 런지보다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하이 런지가 훨씬 나았다.


무릎이 더 가벼워진 건 아닌데, 무릎 뒤쪽을 들어 올리니 자세들을 하기가 수월해졌다. 무릎이 무겁게 느껴지지 않으니 시원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이 시원함은 또 뭐라고 설명해야 하나? 목욕탕 가서 사우나를 하거나, 뜨거운 국물을 먹으면서 느끼는 시원함, 또는 요가 수련으로 땀을 흘린 뒤의 개운함과는 전혀 다른 시원함이니 말이다. 무릎이 불편하면 절대 하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Wheel (우르드바다누라아사나)에서 어떤 불편함도 느껴지지 않은 것이 특히 놀라웠다.


아이러니하게도, 요가 수련자를 가장 성장시키는 것은 몸의 불편함 또는 부상이다. 몸이 아프면 무엇도 할 수 없을 것 같고 나을 때까지 마냥 쉬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몸 상태에 따라 피하면 좋을 움직임들이 달라질 뿐, 할 수 있는 자세들은 꼭 있다.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서 고비(?!)를 넘어가면, 비슷한 몸의 불편함이나 부상을 가진 수련자들을 도와줄 수 있게 된다.


물론, 해부학 공부를 따로 해서 습득하는 지식도 있다. 그러나, 직접 몸이 아파서 치유를 위한 방법을 찾고 시도해 보면서 배우게 되는 것들은 체득이 된다. 그러면, 언제든 이 경험을 몸에서 꺼내어 사람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다.*


수련이 끝난 후 무릎이 기적처럼 가벼워진 건 아니었다. 다만, 희망이 생겼다. 일상에서 무릎 뒤쪽을 들면 무릎이 덜 무겁겠다는 희망, 그리고 다음날 수업도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2023.9.16 요가실록 <끝>



* 잘 가르치기 위해서 일부러 아픈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런데, 통증이나 부상으로 인해 이렇게 배우게 될 때면 아픈 것이 안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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