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수련해도 몸에 불편함이 생기면 때려치워야 할까?

요가실록, 일곱 번째 이야기

by 지반티카


때로 꾸준한 수련에 대한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수련을 하는데도 몸에 불편함이 생길 때이다.


뭘 어떻게 해도 오른 무릎이 계속 무거웠다. 오른 무릎의 안쪽에 모래주머니라도 달린 것처럼 무거운 것이다. 그러면서 왼쪽 허리까지 같이 불편하니, 뭐 어쩌자는 건가 싶은 기분이 되었다. 그렇지만 누구한테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80-90%의 확률로 이런 질문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요가 선생님인데도 몸이 아파?"


정확하게는 몸이 불편한 것이지, 통증으로 아픈 것이 아닌데 말이다. 전문가라면 그 분야에서 아무 문제도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 공통적인 생각인 듯하다. 문제는 만연한 이 생각이다. 모든 의사는 전문가이기 때문에 어떤 몸의 문제도, 질병도 겪지 않는가? 전문가는 자신의 분야에 관련하여 발생한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많은 사람이 전문가다.


요가 선생님도 몸이 아플 때가 있다. 불편할 때는 수시로 있다. 수련을 하면서 몸이 계속 바뀌니까. 뼈가 움직이기도 하고, 멀쩡한 다리 근육에서 찌릿, 하면서 불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편했던 신발이 한동안 불편해서 안 신다가, 몇 주 후에 신어보면 다시 편해질 때도 있다. 그러면 수련을 그만둬야 하는 게 아니냐고?


아니, 그런 불편한 변화들을 지나오면서 눌렸던 척추가 펴지고 몸이 편안해졌다. 실제로 2년에 한 번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재는 키가 1cm 정도씩 점점 늘고 있다.


그냥, 새로운 불편함이 생긴 것뿐이다. 다만, 무릎의 불편함이 불편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전에도 똑같이 불편함을 겪었던 부위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통증이어서 아프다고 생각하며 온갖 걱정이 들었었지만, 이번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


'불편했던 데가 또 불편해지는데, 수련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때려치우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 역시 기분일 뿐. 잠에서 덜 깬 몸을 요가원에 데려다 놓았다. 뭐라도 해결책은 있을 것이다. 방구석에서 혼자 불안해하며 이불속에서 웅크리거나 책상에 헤딩하는 것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편이 현명하다.


"선생님, 오른 무릎이 불편해요."


수련실 앞에 매트를 깔고 포레스트 요가 인텐시브 수업을 준비하고 계신 신희 선생님에게 말씀드렸다. 선생님이 나와 같은 방향을 보고 나란히 섰다.


"거울을 한 번 볼래? 내 허리랑 네 허리가 뭐가 다른지 한 번 봐봐."


선생님의 허리는 곡선이 있으면서 앞을 향해 있었다. 반면, 내 허리는 곡선이 별로 없으면서 뒤로 약간 비스듬하게 누워 있었다.


'허리가 뒤로 빠져 있네?'


거울을 보면서 다리 근육에 힘을 주면서 배를 들어봤다.


"골반을 tuck in하지* 말고. 꼬리뼈를 tuck in하라 그러면 골반을 마는 걸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거든. 배를 더 들어볼래?"


그러니까, 제대로 꼬리뼈를 tuck in 하고 있고, 배를 들고 있다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던 것이다. 아예 안 하고 있으면서 했다고 착각했다는 뜻은 아니다. 뭔가 하고 있기는 한데, 아직도 제대로 정확하게 끝까지 한 것이 아니었다. 열심히 배우고 수련했지만, 머리로 아는 정렬을 몸으로 아직 다 터득하지 못한 것이다.


"등도 보면 왼쪽은 잘 펴져 있거든? 그런데 오른쪽 등은 아래로 내려가 있어. 다리도 오른쪽이 강해. 그래도 몸이 많이 변했네. 등도 많이 펴지고."


몸에서 좋아진 곳도 있고, 아직 아닌 곳도 있다는 것은 변화하는 과정 중에 있다는 뜻이다. 나도 몸이 많이 바뀐 것을 느끼지만, 몸 전체가 한눈에 보이지는 않는다. 내가 놓친 부분들을 선생님은 보고 있다. 매트 위로 돌아와 수련을 시작했다.


'아니, 수련을 열심히 하는데도 왜 아직도 이 모양이야?'


예전 같았으면 답답해서 화를 냈을 것이다. 수련을 때려치우고 싶은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효과가 없으니 다른 걸 해봐야겠다고 인터넷으로 다른 운동을 찾아볼 수도 있고. 하지만 알고 있다. 어딜 가나 하는 얘기는 비슷하거나 더 부정확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해야 할 일은,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 매트 위에 선 나를 믿어주는 일이라는 것을. 나를 신뢰할 때 내 앞의 선생님을 신뢰하고, 지금까지 해왔던 습관적인 움직임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지 않다. 그것은 알고 있지만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모르는 마음으로 앱스 위드 블럭 (Abs with Block)을 했다. 오른 다리가 강하다는 것은, 오른 골반도 강하다는 의미. 골반을 말지 않고, 배를 더 쓰고. 오른 허벅지 안쪽을 더 하늘 쪽으로 들어보았다.



Untitled_Artwork 18.png 앱스 위드 블럭 (Abs with Block). 이전에 앱스 위드 롤이라는 이름으로 자세가 소개된 바 있다. 사용하는 도구에 따라 자세 이름이 바뀔 뿐 자세에 차이는 없다.


골반에서 힘을 빼기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앱스 위드 블럭에서 써야 하는 부분들을 더 집중해서 쓰니 골반에 힘을 안 주기가 더 쉬웠다. 배에서 공기를 내보내면서 복부 근육을 끌어당기고, 허리와 등이 바닥에서 뜨지 않게 길게 누르고, 일상에서 앉아 지내면서 (지금처럼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골반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을 내전근을 꺼내어 쓰는 것.


결국 두 문단 위의 마지막 문장인 '골반을 말지 않고... 하늘 쪽으로 들어보았다'와 같은 의미인데, 생각보다 할 일이 많다. 여러 가지를 신경 써야 하니 힘든데, 그렇지만 그렇게 하니 다리도 시원하고 무릎에도 부담이 가지 않았다. 그러니까, 무릎에서 가벼움이 느껴지려면, 여러 근육들이 상당히 많은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여러 근육들을 골고루 쓰지 못해서, 무릎에 또 기대고 있었나 보다.


무릎 관절이 아파서 무거운 것은 아니었다. 무릎을 접고 펴는 것도 괜찮고, 무릎이 불편해서 도저히 할 수 없는 자세도 없었기 때문이다. 포어암발란스 스플릿**이나, 핸드 스탠드도 손을 잘 짚고 배를 쓰려고 하니 올라갔다 내려올 때도 발이 쿵 떨어지면서 무릎이 아플 일은 없었다.


문득 어제 갔던 강연에서 본 장면이 떠올랐다. <아무튼 비건>이라는 책의 저자이면서 시셰퍼드 코리아, 이동시 ('이야기, 동물과 시'라는 창작 집단의 줄임말이면서 이름이다)에서 활동 중인 김한민 작가가 강연 중에 보여준 영상의 한 장면이었다.


중국에서 홍수가 났는데, 홍수가 나기 직전 세차게 비가 퍼붓는 도로에 차들이 계속 다니는 모습. 빗물이 도로에 차올랐다. 차체 일부가 잠겨 출렁이는 물을 어떻게든 밀어내며 차들이 계속 다녔다. 무서워서 도로에 나갈 엄두도 못 낼 것 같은데, 정말 꿋꿋한 운전자들이었다. 영상을 보면서 김한민 작가가 말했다.


"홍수가 나는데도 사람들이 멈추지 않죠."


영상 속 차들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습관에 젖어서, 또는 습관을 벗어나겠다고 새로 배운 몸의 정렬과 몸의 움직임을 학습하는 도중에 제대로 적용하지 못하는 과정에서 생긴 또 다른 습관에 젖어서, 하고 있는 것이 맞다고 굳게 믿으며 똑같이 하기를 멈추지 않았던 몇 년 전의 나 말이다. 그때는 그래서, 결국 아픈 무릎을 이끌고 병원을 오가며 오래도록 치료를 받았었다.


오늘 수련에서도, 만약에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비워진 마음으로 수련하지 않았다면 어떤 시간을 매트 위에서 보냈을까? 무릎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이 아니라, 무릎을 더 아프게 하며 수련을 했는데도 아프다고 하면서 짜증을 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로 집중해서 수련을 해서, 무릎이 더 아프게 되는 방향으로 수련을 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선생님이 물으셨다.


"무릎은 어떠니?"


"지금은 괜찮아요."


다만, 요가원을 나와 걷기 시작하니 또 무릎이 무겁게 느껴지기는 했다. 24시간을 매트 위에 있을 수는 없으니, 일상 속에서 무릎의 불편함을 해소할 방법을 찾는 과제가 남는다.


'아, 한 번에 해결이 되지 않는구나.'


한 번에 즉각적으로 해결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을 느낀다. 하지만 주어진 과제 - 정확히는 습관 때문에 스스로 획득한 과제 - 역시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내게 주기로 했다. 무릎이 아프게 되기 전에, 무거운 무릎을 다른 근육들이 들어 올려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믿음도. 물론, 바른 믿음에 바른 행동이 따라올 때 과제를 완수할 수 있다.


어떻게 걸으면 무릎이 더 가벼울까, 를 생각하며 걸었다. 그러자 무릎이 불편하면 종종 와서 마음 전체에 그림자를 넓게 드리우던 불안감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 무릎 때문에 마음까지 무겁지는 않다.


계속 발에 의식을 두고 걸었다. 마법처럼 갑자기 무릎이 확 가벼워지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계속 무겁지도 않았다. 무거웠다, 아니었다를 반복하며 남은 하루가 간다. 매트를 벗어나 집에 와서도 연습이 이어진다. 제대로 수련하고 있는 중이다.



2023.9.2 요가실록 <끝>




* Tuck in: 사전적 의미로는 밀어 넣다, 접어 넣다 등을 의미한다. 요가에서는 tuck in the tailbone이라는 표현에서 tuck in이라는 단어가 주로 쓰인다. 한국말로는 '꼬리뼈를 만다'고*** 표현한다. '감아말다,' 내지는 '둥그렇게 말다'의 맥락에서 만다는 표현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 포어암발란스 스플릿 (Forearmbalance Split): 아랫팔, 즉 전완을 바닥에 댄 상태에서 배와 다리를 들고, 다리를 앞뒤로 여는 자세. 옆에서 보면 가위날이 열린 것처럼 보인다. 이번 수련에서도 벽에서 연습했다.



*** 꼬리뼈를 마는 것에 대한 견해: 2010년대에는 꼬리뼈를 말라고 안내하는 요가 수업들이 참 많았다. 사람의 체형에 따라서 꼬리뼈를 말아야 하는 사람도 있고, 풀어야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꼬리뼈를 어떻게 하라고 굳이 안내하지는 않는데, 그 이유는 꼬리뼈를 만다고 하는 것이 골반을 말아서 허리를 아프게 하여 불필요한 불편함을 얻는 경우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꼬리뼈를 말고, 풀고보다는 엉덩뼈 근육 (sitbone muscle)을 어떻게 쓰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생각에 이르기까지, 포레스트 요가 수련에서 받은 영향이 지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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