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실록, 여섯 번째 이야기
혼수. 요가하는 사람들끼리는 혼자 수련을 줄여 이렇게 부른다 (낚였다는 생각이 든다면, 양해를 구한다. 의도한 바를 이루게 해 줘서 감사하다.)
혼자 수련은 무섭다. 수업을 들으러 가지 않고도 어디서든 혼자서 수련을 하고 싶어 요가 지도자 과정을 했으면서 말이다. 10년 가까이 요가 수업을 하고 있으면서 말이다.
요가 선생님이 집에서 혼자 하는 수련을 무서워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1. 어떤 자세들로 시퀀스를 짜는지에서 자세에 대한 호불호가 드러난다.
2. 지금까지 수련을 해온 습관대로 시퀀스를 짰는지, 또는 해본 적 없는 방법으로 창의적으로 짰는지도 알 수 있다.
3. 수련하다 집중을 빼앗길 만한 요인이 적어진다. 옆에서 누가 소리를 낸 거면, 그 사람 때문에 집중이 안 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냉방 때문에 너무 추우면, 선생님이 너무 춥게 틀어서 그랬다고 불평할 수 있는데.
4. 호흡을 충분히 했는지, 자세를 서두르면서 했는지 제대로 했는지 수련한 시간의 길이를 보고 알 수 있다. (혼자서 하면 모두가 준비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없어 그룹 수업 때보다 빨리 끝나는 편이기는 하다).
길게 나열했지만, 요약하자면 혼자 하면 대충 하고 어물쩡 넘어가는 게 스스로의 눈에 적나라하게 드러난다는 얘기다. 말하자면, 그걸 보는 게 무섭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결국, 혼자 수련하는 것은 나의 밑바닥을 들여다보고, 날것의 나와 마주하는 기회인 것이다. 그런데 그게 무섭다니! 요가 선생님으로서 할 소린가 싶지만, 어쨌든 수련하기 전 내 안의 진실은 그랬다.
오롯이 혼자 하는 수련은 나를 가장 위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철저히 내 몸 상태에 맞춰서 수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제로 수업을 하기 전에 필수적으로 하게 되는 과정이다. 준비한 수업에서 뭘 더하고 빼야 하는지 검증하는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지만, 매트 위에 서면 요가 선생님이고 뭐고 없다. 매트와 그 위에 선 몸만 있을 뿐이지. 그 몸은 수련 5분 전, 아침에 일어날 때, 전날 몸과도 이미 달라진 몸이다.
복부 자세를 들어가기 전에 누워서 천골을 여러 방향으로 움직여 골반을 좀 부드럽게 해 두니, 복부를 깨우는 복부 자세에 대한 부담이 덜했다. 몸 상태에 맞춰서 필요한 자세를 넣을 수 있는 것은, 혼자 하는 수련의 큰 장점이다.
앱스 위드 롤 (Abs with Roll), 브롤가 (Brolga)를 포함해 복부 자세를 여러 개 넣었다. 보통은 자세별로 5-6회 정도 하는데, 이번엔 횟수를 줄였다. 많이 하는 것보다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다.
복부 자세를 한 뒤에는 브릿지 (Bridge)에서 골반을 더 열었다. 브릿지에서 발목을 허벅지 위에 가져오는 Ankle to Thigh는 참 좋아하는 자세다. 골반과 무릎의 긴장을 놓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오래 이 자세에서 있다 보면, 뇌의 긴장도 많이 풀린다.
수련을 한참 쉬고 오랜만에 하는 건데, 의외로 몸이 무거운 느낌은 아니었다. 돌핀에서 한 다리를 들 때 바닥에 있는 발을 들었다 내려보았다. 이것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굳어있을 다리 근육을 부드럽게 해 주려는 나름의 시도였다.
원래 포레스트 요가에는 없는 움직임이지만, 해보고 좋은 것은 얼마든지 수업에 넣어 사람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 모든 시도는 언제나, 결과에 상관없이 의미를 가진다.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고, 설령 시도한 사람이 그 의미를 온전히 음미하지 못할 때조차 말이다.
노트에 미리 적어둔 시퀀스는 움직이는 동안 순서가 꽤 많이 바뀌었다. 글로 따지면 초고인 셈이다. 수련할 때의 몸 상태도, 움직일 때의 느낌도 다르니 자세의 순서는 바뀌는 게 당연하기도 하다. 노트에 쓸 때는 없었던 전사 1에서 하는 자세들을 세 개 정도 더 추가했다. 전사 1, 전사 2 등 다리 모양이 달라지는 선 자세를 골고루 하면 몸이 더 잘 풀린다.
여러 자세들을 하는 사이, 방 안이 더워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생각하며 빨리 수련을 끝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발견했다. 에어컨을 켜고, 숨을 크게 쉬었다. 발바닥을 바닥으로 누르며 위로 일어났다.
2주 만의 Bird of Paradise.* 바닷속 깊이 침잠했다, 바닥으로 뿌리를 내리고 쑥 일어나 표면 위로 떠오른 꽃 같은 느낌이 든다.
자세에서 호흡하는 동안, 다리 힘을 잘 쓰면서 골반이 뒤로 빠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했다. 때때로 기우뚱거리는 골반은, 마치 물이 찰랑이는 무거운 항아리 같다. 골반과 함께 고개를 푹 떨구면 바로 바닥으로 쿵 떨어지게 된다. 발바닥을 잘 디디면서 배와 가슴을 폈다. 지난 인텐시브 수련 때 자세를 했을 때보다 더 여유 있게, 당당하게 피어난 꽃이 되었다.
그래, 이렇게 뿌리내리고 일어나는 경험을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성급해질 때 한 번 더 숨 쉬고, 자세를 향해 올라가려다 툭 떨어지면 또 숨을 고르고. 그러면 답답함이나 짜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마음이 가라앉는다. 수련하기 전의 무서움은 진작에 잊었다.
만들어진 자세 속에서 흔들림과 숨을 느낀다. 순간의 고요함.
그 속에 있으면, 자세의 모양이라던지 성공 여부는 아무래도 상관 없어진다. 자세는 잘하는 것도 모양도 중요하지 않다. 예전엔 잘될 때 사진으로 어떻게든 남기고, 자랑하는 걸 즐기기도 했었다.
중요한 건, 잘 보이려 애쓰지 않고 써야 하는 큰 근육들을 잘 쓰면서 숨 쉬는 것이다. 부상 없이 안전하게 자세에 들어갔다 나오며, 수련 끝까지 순조롭게 흐르는 것이다. 그 흐름을 매트 바깥 일상까지 가져가는 것이다.
수련을 다 하고 나니 다음날 예정되어 있었던 수업이 취소되었다는 연락이 와 있었다. 아, 수련을 하면서 느꼈던 이 고요함을 수련생들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는데. 아쉽다.
미리 수업을 예약하고 기다렸던 수련생들도 많이 아쉬워했다. 그래서, 다른 곳에서 하는 수업에 초대했다. 아쉽지만, 안 된 일을 붙잡고 있지 않는다. 그러면 뭘 어떻게 했으면 더 좋았을걸, 하는 후회가 남지 않는다. 취소가 된 것에 대한 패배감이나 남들 눈을 의식하는 고통 역시 남지 않는다. 그러면, 앞으로 할 다른 수업에 더 집중할 수 있다.
또, 그런대로 순조롭게 주말이 흘러간다.
2023.8.19 요가실록 <끝>
* 지난 05편에 언급되었던 바로 그 자세이다.
** 아름다운 언니들은 수련하러 가면 또 등장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