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실록, 네 번째 이야기
이번주엔 왼 발목 상태가 영 좋지 않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니다. 괜찮다가 이따금씩 발목 안쪽이 근질근질하다던지 - 곧 염증으로 발전할 것처럼 - 더 움직이면 아플 것 같은 느낌에 그만 움직여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곤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아니다. 예전엔 그러면 몸을 바로 사리곤 했다. 지레 겁을 먹고 병원에 가거나, 요가 수업이나 수련을 쉬는 것이다.
어디 다친 것도 아닌데 요가 수업을 쉴 수는 없었다. 일이니까. 수업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래서, 차라리 움직이면서 아픈 순간에 어떻게 하면 안 아픈지를 찾아 잘 걷고 발을 안전히 쓰는 연습을 해보았다. 다행히 발을 일자로 두고 발바닥을 고르게 디디면 발목이 아프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 수련도, 발을 잘 쓰면 안전하게 할 수 있겠지 싶어서 요가원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웃으며 인사를 건넨 사람은 오늘 예신희 선생님의 수업을 어시스트하기 위해서 부산에서 올라온 오렌지상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렌지상, 맞죠?"
"네. 실제로 만나는 건 처음이라, 쑥스럽네요."
부산에 사는 오렌지상은 일본 사람이다. 작년 호스트를 맡았던 신희 선생님의 온라인 수업에 그녀가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러게요."
나는 일본어로 대답했다. 영어를 쓰면 나는 편하지만, 모국어가 그녀에겐 더욱 편하겠지 싶어서. 오랫동안 안 쓰던 일본어를 쓰자니 어색했지만, 뇌의 굳은 부분이 풀어지는 것 같기도 했다.
"잘 부탁드려요."
내가 말하자, 오렌지상은 되려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온라인에서처럼 선하고 예의가 깍듯한 사람이었다.
마침 선생님의 수업 의도는 ‘돌파구를 찾는 것’이었다.
"모든 자세는 breakthrough, 돌파구가 될 수 있어요. 수련하면서 잘 찾아보세요."
포레스트 요가에서는 유독 ‘breakthrough'라는 단어를 많이 듣게 된다. 습관이나 타성에 젖지 않고, 전과 다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며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내게 딱 맞는 의도를 만나니, 고개가 끄덕여지면서 한 번 해보자, 하고 다짐하게 되었다.
발목이 안 좋으니 모든 자세가 도전이었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늘 해왔던 자세들이 특히 그랬다. 어려운 자세는 어려운 만큼 긴장하고 신경도 쓴다. 대부분의 수련에서 반복되는 기본자세에서는 그게 참 어렵다.
"발 아치 있는 부분까지 다리 근육을 뻗어."
선생님의 말 덕분에, Abs with Roll*이라는 복부 자세에서 새삼스럽게 발의 모양부터 다시 보게 되었다. 등을 대고 바닥에 누워 수건을 돌돌 만 롤이나 블럭을 다리 사이에 끼운 다음, 다리를 하늘로 뻗고 복부를 쓰는 자세이다. 하늘을 향한 두 발은 골반 너비 십 일자여야 하는데, 왼발만 묘하게 왼쪽으로 더 돌아가 있었다.
평소 두 발로 서 있을 때도 왼발을 팔자로 두는 버릇이 있는 건 아닐까. 일자로 놓여야 하는 발이 바깥쪽으로 비스듬하게 놓여 있으니, 발목 인대가 부담을 받아 아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건지도 모른다. 발을 안쪽으로 돌려 다리 근육을 뻗으니, 복부와 다리 근육이 쓰이는 느낌이 달랐다. 다리 안쪽 근육이 펴지면서 하늘로 들고 있는 발이 가벼웠다.
그 뒤로도 모든 자세에서 왼발을 바르게 두는 데 초점을 두었다. 발을 뒤로 가져갔다 앞으로 가져오는 일이 반복되는 Sun Salutation에서도, 왼발이 60도 바깥쪽으로 회전된 상태에 있는 Warrior 1에서도. 발 모양을 일자로 두어야 하는 자세에선 그렇게 하는 게 수월한데, 뒤꿈치보다 엄지 발볼이 더 안쪽으로 들어와 있는 자세에서 발을 고르게 디뎌 발목을 아프지 않게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어렵다고 안 하면, 부상으로 또 이어질 수 있다. 수없이 많은 부상을 입어가면서도 경기에 나가고, 결국은 문제를 극복해 낸 운동선수들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수련했다.
한편으론, 운동선수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해야 할 일인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좋게 든 습관을 어떻게 고치겠는가. 큰 부상을 맞부닥뜨리고 나서야 몸의 신호에 주의를 기울이게 되는 일도 있지만, 어쨌든 요가 수련을 하면서부터는 그렇게 되기 전에 몸이 보내는 미세한 신호를 감지하고 부상에 앞서 잘못 든 습관을 미리 고치는 일이 더 많아졌다. 수련을 하면서 몸을 섬세하게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은 지속적인 선택과 노력에 의해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선물 중 하나이다.
또 다른 돌파구는 Twisting Lunge Interlock에서 찾아왔다. 런지에서 상체를 비튼 상태로 등 뒤에서 손깍지를 하는 자세인데, 제대로 하지 않으면 목 어깨에 긴장이 잔뜩 들어간 상태로 몸이 배배 꼬여 뭐가 시원하다는 건지 도통 알 수 없다. 선생님의 말을 따라 몸과 반대쪽으로 머리가 넘어가지 않도록 하니 두 발로 중심 잡기도 좋고, 가슴도 잘 펴졌다. 숨이 잘 쉬어졌다. 옆에서 수련하던 피치 언니의 단단한 발을 보면서, 나도 왼발이 앞쪽에 있을 때 발이 매트에서 뜨지 않도록 발바닥을 고르게 펴서 바닥을 밀어냈다. 다리 근육이 잘 쓰였는지, 발목도 괜찮았다.
의식적으로 발을 일자로 두니, 더 어려운 자세들이 나와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다. 모든 자세들을 잘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여러 자세에 도전하는 데 마음이나 몸의 제약을 느끼지는 않았다. 물론, 발목이 별로 아프지 않아서 가능했던 것일 수도 있지만.
과거 몸을 사리던 나라면 건강하자고 요가를 하는데도 왜 발목이 아프냐, 짜증 내고 불평했을지도 모른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으로 쏠릴 에너지를 돌려 습관을 고치는 데 쓸 수 있게 된 것도, 오랜 시간과 시도에 걸쳐 만나게 된 돌파구가 아닐까. 아플 것 같아서 미리 포기하기 전에 일단 수련해 보는 것도, 참 괜찮은 방법이다.
사바아사나에서 누군가 가만히 다가왔다. 코끝에서 산뜻한 오렌지 계열의 향이 났다. 향긋한 손이 목을 받쳐주었다. 베개를 벤 것보다도 편안하고, 목과 머리가 시원하게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목을 감싼 손바닥은 차가운데, 손길은 한없이 부드러워 기분이 좋았다. 그대로 머리를 맡겼다. 미용실에 가서도 머리를 맡겨봤던 사람이 아니면 절대 맡기지 않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이제는 쉴 때조차 돌파구를 만나는 거냐고,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고 보니 사바아사나도 요가 자세였지 참.
긴장이 풀어지면서 쉼으로 넘어가는 사이, 손은 천천히 머리를 내려놓고 떠났다. 코 끝에 은은한 향이 돌았다.
2023.7.29 요가실록 <끝>
* Abs with Roll How To: https://www.youtube.com/watch?v=pynZmOZC7r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