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물 흐르듯 즐겁게, 놀이기구 타듯 포어암발란스

요가실록, 다섯 번째 이야기

by 지반티카


늦게 일어났다. 그래도 여덟 신데, 벌써 덥다. 수련 후 갈아입을 옷을 챙겨서 후다닥 나왔다. 토요일에 부지런하기란 쉽지 않다.


갈아탄 버스에서 또 다른 수련 메이트를 만났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점점 못 보게 되고, 간간이 통화나 문자로 안부를 주고받던 튤립 언니다. 꽃을 만지는 일을 해서 그런지, 볼 때마다 활짝 핀 꽃처럼 화사한 얼굴이다.


"아침에 너무 더운데, 밤 되면 또 서늘해서 서운하더라."


"아, 저도 날씨 보고 이제 다음 주까지 덥고 그다음부턴 서늘해지겠구나 했어요. 더운 건 싫은데, 서늘해지는 거 느끼면 또 그렇죠?"


"어, 서운해."


아마, 마음대로 되면 또 맘대로 되니까 재미없어져서 별로라고 하겠지. 어차피 마음대로 안 되는 게 날씨인 걸 뻔히 알면서, 더우면 짜증 내고 시원하면 시원섭섭해한다. 사람 마음이 참 웃기는 거라고, 튤립 언니랑 깔깔대며 요가원에 도착했다.


지난 두어 주 동안은 계속 발을 바르게 놓고, 다리 힘을 고르게 쓰는 것을 혼자서 연습해 왔다. 허벅지 안쪽 근육을 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 배도 들고. 그래서 그런지, “윗배,” “내전근”과 같은 단어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엘보 투 니. 포레스트 요가의 대표적인 복부 운동 중 하나이다.

등을 대고 바닥에 누워서 복부를 깨우는 엘보 투 니 (Elbow to Knee)를 할 때도, 그 부분들을 쓸 수 있게 연습했다. 상체를 들 때는 목이 아닌 윗배를 쓰고, 천장 쪽으로 들어 올린 다리는 엉덩뼈에서부터 다리 안쪽 근육을 쭉 폈다. 그랬더니 배가 평소보다 많이 느껴졌다.


팔다리를 쭉 뻗고 누웠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만족감. 한 번을 제대로 하니, 그걸로 이미 충분하다. 타인의 칭찬으로 채워지지 않는 어떤 것이 채워졌다.


"호흡을 천천히 하세요."


신희 선생님의 수업 의도도 그제서야 더 귀에 들어왔다. 다리 근육을 잘 쓰는 것에 초점을 둔 나의 수련 방향과 선생님의 의도가 잘 어울렸다. 숨을 천천히 쉬어서 여유가 생기면, 자세도 그만큼 바르게. 워리어 2 (Warrior 2)에서 다리 아래로 손을 보내 깍지를 낀 인터록 (Interlock)*을 들어갈 때도, 목에 주던 힘을 다리로 보내서 썼다.


매 순간 모든 자세를 바르게 하고 있지는 않다. 그렇게 하기도 어렵고. 날씨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도 호흡을 조절하며 최대한 바른 모양의 자세로 근육을 고르게 쓰면, 조급하게 자세에 들어가 뒤죽박죽 뒤엉켜 생기는 부상을 예방하며 각 자세를 즐길 수 있다.


"이지 버드 오브 파라다이스 (Easy Bird of Paradise)**할 사람은 오른발을 앞으로 조금씩 가져오세요."


워리어 2 인터록에서 발을 앞으로 한 번, 두 번 가져왔다. 평소 같으면 숨을 얕게 여러 번 쉴 것을, 횟수를 줄여 더 느리게 쉬면서. 왼발 옆으로 온 오른발로 바닥을 밀어내면서, 팔로 감싼 다리를 들어 올렸다. 봉오리를 오므리고 땅을 향해 고개 숙이고 있던 꽃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활짝 피어나는 것처럼.


왜 지금껏 자세를 내 힘으로만 하고 있다고 생각했을까? 땅이 내 몸을 받치고, 내가 밀어내는 힘까지 받아주니까 그 위에서 뭐든 할 수 있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 순간, 늘 버겁게 들어 올렸던 다리가 가벼워졌다.



포어암발란스 인 받다코나아사나.

포어암발란스 (Fore-arm balance)를 할 때는 아랫팔로 바닥을 충분히 밀었다. 목에도 힘을 풀었다. 엉덩이를 벽에 기대자, 발바닥을 붙여 나비자세를 만드는 것이 훨씬 수월했다.


선생님의 말이 들려왔다.


"윗배 더 들고!"


명치를 펴니 몸의 위치가 더 잘 느껴졌다. 벽을 이용하되, 기대지 않으니 흔들거리면서도 균형이 잡혔다.


"내전근을 뻗어!"


하늘을 향해 다리를 둔 나비 자세에서는 내전근을 어떻게 뻗지? 머리론 모르겠지만, 윗배를 든 상태로 골반에 힘을 빼봤다. 허벅지 안쪽이 가벼워지면서 숨이 잘 쉬어졌다. 다리를 내려 자세에서 나와서도 숨이 잘 쉬어지니 너무 시원했다.


아, 요가를 하면서 느끼는 이 시원함! 에어컨 바람이나 사우나, 다른 운동으로 느낄 수 없는 요가 특유의 개운함이라고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어려운 요가 자세를 할 때 꼭 무섭고 힘들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 상태와 접근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즐겁고 신나는 놀이동산이 될 수 있다.

자세가 돼서 좋고, 안 돼서 어떻고 하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변하는 날씨 따라 요동치던 기분이 잠잠했다. 잘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자세가 잘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즐거워졌다.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그 뒤에도 핸드스탠드, 포어암발란스 변형 등 여러 놀이기구가 나왔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자세에 올라탔다. 다리를 습관적으로 차며 자세가 뚝딱 만들어지기를 바라지는 않았다. 다만 기억했다. 윗배를 들고, 내전근을 펴고. 자세를 해내는 것보다, 그 두 가지에 더 초점을 두었다.




집중해서 제대로 연습하니 모든 자세가 재미있었다. 하는 것 자체가 즐겁고 만족스러우니, 도전 자세들이 한 번씩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물론, 역자세는 한 발을 들어 올려 자세를 하면 내려와서 다른 발을 들어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이 한 번이지만.



Untitled_Artwork 13.png 예신희 선생님의 데모. 위에서 그림으로 먼저 나온 자세, 포어암발란스 인 받다코나아사나를 매트 중앙에서 하고 있다. 그림에 그린 나의 자세는 벽을 이용해서 한 것이다.


벽에 붙어있는 거울에 비친 내게, 잘했다고 하이 파이브를 했다. 자세에 대한 호불호 없이, 선생님의 안내에 따라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경험은 언제나 좋다.


"오늘 수련, 너무 잘했지?"


수련이 끝나고, 선생님이 물었다.


"네. 포어암발란스에서 나비 자세로 다리 들었을 때, 너무 시원했어요."


"다리가 착 올라갔지. 오늘 수련이 잘 됐어."


"윗배 들고 내전근 펴는 걸 계속 연습했어요."


"골반 쪽이 많이 바뀌었어. 명치도 많이 펴지고."


"감사해요, 선생님."


"천만에요. 가서 점심 맛있는 거 먹으렴."


"네!"


언니들이랑 맛있게 밥을 먹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났다. 오랜만에 본 튤립 언니에게 인사하고 나오는 걸 까먹은 것을. 그리고, 핸드 스탠드에서 나비 자세의 다리를 했을 때 피치 언니가 윗배를 들라고 손가락으로 터치한 순간 죽을 것 같다며 내려왔던 몇 주 전의 나를.


죽고 싶다니, 죽고 싶다는 게 뭐지?


불과 몇 주 전인데, 그런 말을 했었다는 사실이 생경하다.


아, 수련 잘하고 있구나.


선생님이 말해줘서가 아니라, 스스로 변화를 느끼는 것에서 채워지는 무언가가 있다. 자랑스러운 나에게 한 번 더, 하이 파이브!



2023.8.5 요가실록 <끝>



* 지난 편 '04. 발목이 아플 때 요가로 돌파구 찾기' 에서 그림으로 올라왔던 트위스팅 런지 인터록 (Twisting Lunge Interlock)과 팔의 모양이 같다. 다리 모양만 워리어 2로 다르다.

극락조, Bird of Paradise. 지인이 보내준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이름 그대로 새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 Bird of Paradise는 꽃 이름이다. 8/20 광교 요가투핸즈 요가 스튜디오에서 안내하는 포레스트 요가 수업에서는 이 자세를 도전 자세로 할 예정이다. 수업 공지를 보고, 자연을 사랑하는 지인이 호주에서 이 꽃을 정말 많이 봤는데 요가 자세인 줄 몰랐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지인이 보내준 사진을 첨부한다 (검색해서 찾은 사진이라고 한다).


자세를 몇 번을 했어도 꽃의 이름인 줄 모르고 있었다. 지인 덕분에 이렇게나 아름다운 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자세의 모양이 궁금하다면 검색해서 찾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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