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건 내가 아니라, 집중이었다

요가실록: 포레스트 요가 수련 이야기

by 지반티카


기상 시간을 늦췄다. 새벽부터 일어나 감기는 눈을 어떻게든 떠보려 애쓰기를 포기한 것이다. 좀 늦게 일어나더라도, 푹 자고 일어나 기분 나쁘지 않고 여유 있게 하루를 보내는 게 훨씬 좋다. 수련하러 집을 나서기까지 시간은 많지 않았다. 양치질과 세수, 집 청소, 아침 식사까지 하고 있는 일 하나하나에 집중하니 충분히 끝낼 수 있었다.



요가원에 도착한 건 수련 시작 10분 전. 수련 준비 시간은 충분했다. 도구를 챙기고 매트를 깔고, 볼마사지로 발을 부드럽게 하고 화장실에 다녀와 자리에 앉으니 시간이 딱 맞았다. 시간이 많아야만 여유 있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은, 의외로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따지고 보면 그리 중요하지 않은 반복적인 일들이기도 하다. 제대로 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정말 제대로 해야 하는 일은 따로 있다. 수업을 위해 수일 선생님이 준비한 수업의 의도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상향평준화가 되어있다는 건, 기준이 내 안에 있지 않다는 거야. 기준이 계속 바깥에 있으면 안 돼. 회사에는 못하는 사람은 필요 없으니까, 상향평준화를 시켜서 못하는 사람들을 계속 떨어뜨리잖아. 그런데 그걸 나한테 하면 안 된단 얘기야. 기준을 어디 바깥에다 두고 나는 계속 부족하다고 하면 힘들어져. 내가 충분한 걸 느껴야 돼. 그게 매트 위에서는 되는데, 매트 바깥에서 안 된다는 건 아직 매트 위에서 하는 게 삶까지 링크가 안된다는 뜻이야. 요가원에 몸을 데려다 놓고 끝이면 안돼. 왔으면 내 몸은 내가 책임져야지. 오늘은 그 연습을 합시다.”



상향평준화. 얼마나 사회에 만연한 현상인가. 너무나도 널리 퍼져있어 만연한지도 모른 채, 완벽해지기 위해 나를 들들 볶는 게 당연한 매일을 살고 있다. 뭐에 맞췄는지도 모르는 기준에 나를 붙들어 매어놓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큰일 날 것처럼 기준 없는 기준을 강요하다, 나도 그들도 변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거나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져버리는 일이 얼마나 흔한가.



바로 그 짓을 하지 않기 위해 새벽같이 일어나던 노력을 놓아 보냈다. 저혈압에게 이른 아침은 한결같이 어렵다. 졸린 시간에 억지로 일어나 가뿐하지 않은 몸으로 요가 수업을 한들 수업에 오는 사람들이 얼마나 가벼워질까. 불쾌한 기분에 머릿속에 흐릿하게 안개 낀 상태로 글을 쓴들, 그림을 그린들 그걸 보는 사람들에게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천천히 움직였다. 한 다리는 펴고 다른 한 다리는 뒤로 접어 몸을 기울이는 시티드 사이드벤드 (seated sidebend)에서도 골반의 상황에 맞추어 다리 모양을 바꿨다. 왼다리는 안쪽으로 접고 오른 다리를 펴고, 오른 다리를 접을 때는 뒤로 접고 왼다리를 펴는 식으로. 접는 다리의 방향을 뒤로 정하면 양쪽을 똑같이 하는 게 맞다. 그러나 내 골반이 균형으로 오는 쪽으로 하려면 지금은, 양쪽의 다리를 다른 방향으로 접어야 맞게 되는 것이다. 기준을 바깥에 두지 않고 내게 두니, 밖에 있는 기준에 맞지 않아 내가 부족하게 느껴지는 일이 없어졌다. 선생님이 하라는 대로 하는 것만이 잘하는 것이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내 몸의 주인은 나인데.



몸의 주인답게, 진짜 몸을 책임지고 챙겨야 하는 시간이 되었다. 엘보 투 니 (Elbow to Knee), 복부를 깨우는 포레스트 요가의 대표적인 자세로 복부 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최선을 다해 엉덩뼈 근육을 모아서 썼다. 왼쪽에 비해 잘 펴지지 않는 오른쪽 옆구리를 더 폈다. 선생님 말대로 등과 배를 누르며 다리를 하늘로 차면서 상체를 더 들고, 배를 더 쓰고, 상체를 바닥에 내릴 땐 숨을 마시면서 내려와 머리에 열이 차지 않게 했다. 제대로 하자니 할 일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엘보 투 니를 하는 일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내가 부족해서 못하는 거라느니,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하는데 나만 못한다느니, 나만 배를 못 써서 상체를 못 들고 있다느니 하는 생각을 할 새가 없었다. 앱스 위드 롤 (Abs with Roll)과 게이트 오프너 (Gate Opener)까지, 수일 선생님이 이 수업을 위해 준비한 모든 자세들을 다 하고 나니 남는 것은 복부의 열기였다. 복부 운동만 했을 뿐인데 더워졌다. 그래서, 더 해야 할 것도 더 해야 할 것 같은 느낌도 없어졌다. 내가 부족한 것도, 자세가 부족한 것도 없었다. 처음부터, 그 무엇도 부족한 것은 없었다.


Untitled_Artwork 12.png 앱스 위드 롤. 제대로 하면 몇 번만 해도 복부에 열기가 생기면서 더워진다.


스탠딩 포즈 시리즈. 전사 2에서 아쳐 (Archer)를 하고 있다.


선 살루테이션 A와 B를 두어 번하고 몸을 푼 뒤엔 열네 개의 스탠딩 자세를 이어서 했다. 왼다리를 구부린 전사 2부터 시작해서 스플릿 (Split: 다리를 앞뒤로 길게 여는 자세를 말한다)까지 왼쪽을 먼저 다 하고, 그 뒤엔 오른쪽을 하고. 어깨와 골반에 힘을 주지 않고 복부와 다리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지난주를 지나며 신기하게도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된 무릎이, 모든 자세에서 다 괜찮았다. 스플릿이 잘 안 됐지만 뭐 어떤가. 자세는 몸을 건강히 움직이는 방향으로 쓰는 도구이지, 어떻게든 해내서 내가 부족하지 않음을 타인에게 증명하는 수단이 아니다.



근육이 지치거나 무겁지 않은 상태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 자체도, 부족하다는 생각에서 멀어지는 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러니 몸의 건강이 대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 몸이 조금만 아파도 부정적인 생각이 들면서 점점 가라앉는다. 그렇지만, 몸이 건강하면 그 덕분에 부정적인 생각을 하지 않는 만큼 더 순간순간에 집중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고, 바람처럼 스치는 깨달음을 포착할 수 있다. 그렇게 할 수 있어서, 이번 수련은 타인의 칭찬 없이 충분하고 만족스러운 경험으로 내 안에 스며들었다.



"선생님, 감사해요."



인사하자, 수일 선생님은 활짝 웃으면서 다음 주에도 또 오라고 했다. 그리고 짐을 챙겨 요가원을 떠나기 전, 누군가가 다가왔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늘 수업을 어시스트했던 선생님들 중 한 선생님이었다. 어시스트는 내가 받았는데, 나한테 감사하다고? 의아해져서 조심스레 되물었다.



"네? 뭐가...요?"


"선생님 핸즈온 해드리면서 뭔가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았던 순간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어요."



얼굴과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대화를 나누는 건 처음인 사람. 이 말을 하기 위해 어쩌면 용기를 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자세에서, 무슨 생각과 감정으로 벅차올랐는지 나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만큼 좋았다면 그건, 정말 좋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 사람을 향해 웃었다.



"좋은 경험 하셨네요. 저도 감사해요."



밖에 기준을 두고 상향평준화하지 않는다면 경험도 그 내용이 무엇이었든 그 자체로 좋은 것이 된다. 나를 부족한 존재로 만들지 않고, 정말 집중해서 그 순간을 살아낸다면. 앞에 있는 사람을 기준에 끼워 맞추지 않고, 그 존재를 느낀다면.



2023.10.28 요가실록 <끝>


매거진의 이전글나에게 예의를 갖춘 백벤드 (backb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