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술 끊고 하루 치팅데이를 갖다

나는 술을 즐길 자격이 없다. 금주일기 #11

by 전준하

15년간 알콜중독으로 살다가 2021년 5월 16일부터 한달간 술을 끊었다. 그리고 6월 16일에 술을 마셨다.


회식 자리가 있었지만 1차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 30일간 술을 끊고 100일 목표를 향해 달려갈 생각이었다. 문제는 2차였다. 2차 술자리에서도 술마실 생각을 안하고 있는데 나에게 골인환을 처방해준 원장님께서 술을 권하셨다. 술을 한번 마셔보고 다시 끊을 수 있어야 진정으로 끊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5분 정도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래 한번 마셔보자.


술을 한달간 끊은 것이 나에게는 기적이었다. 15년간 거의 매일 술을 마시면서 하루를 건너뛰는 것도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로는 이틀을 술 안마시고 건너뛰기도 하였는데 술을 이틀 안마신 3일째에는 정말 기쁘게 술을 마셨다. 한달 금주를 하면서 내가 언제 다시 술을 마실 수 있을까? 그냥 이대로 완전히 술을 끊어도 괜찮을까? 소위 말해서 술을 끊으면서도 술에 대한 미련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와인 돔페리뇽, 나파벨리.jpg


30일 만에 와인이 내 입속으로 들어갔다. 처음 마신 와인은 케이머스 라고 하는 나파벨리, 까베르테 소비뇽 품종의 와인이다. 케이머스는 마실 때마다 느끼지만 정말 완벽한 맛의 와인이다. 당도, 바디감, 텁텁한 정도 등 나에게는 완벽한 맛이다. 30일 만에 마시는 와인, 행복은 정말 이렇게 가까이 있구나 라는 것을 느꼈다. 술이 주는 이 간단한 행복에 난 잠시 감탄했다.

caymus napa valley wine.jpg


처음에는 그래 몇잔만 마시자 라고 생각하면서 마셨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꽤 술을 많이 마셨다. 치팅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과했다. 술을 마시면서는 역시 좋았다. 하지만 술이 점점 취해가면서 머리 속 한구석에 드는 생각은 아 이렇게 취하는 것은 가짜 행복이라는 것을 내가 술을 끊으면서 깨달았는데 내가 또 이러고 있네 라는 생각이었다.


사실 술을 마시면서 내일 힘들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술에 대한 경감식이 아직도 크지 않은 것이다. 이제 그만마셔야겠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샴페인, 화이트와인, 레드와인 골고루 참 많이도 마셨다. 힘든 만큼 마시지 않았기에 난 계속해서 마셨다.


새벽에 술자리가 끝나고 대리운전을 불러서 집에 왔다. 집에 도착해서는 난 막걸리가 땡겼다. 어차피 내일부터 다시 술을 안마실텐데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장수막걸리를 마시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와인에서 멈췄어야 했다. 난 늘 술을 마시던 그때로 돌아가 약간 비틀거리면서 장수막걸리를 편의점에서 구매했다. 그리고 몇모금 마셨다. 이미 와인을 너무 많이 마신 상태라 막걸리는 절반도 못마시고 버렸다.


장수막걸리.jpg


30일 간의 금주는 이렇게 깨졌고 장수막걸리로 마무리 되었다. 다음날 나는 많이 힘들었다. 술을 마시면서 행복했던 시간이 세시간이라면 딱 그 2배만큼 나는 시간을 버렸다. 술을 마신 댓가는 그 다음날 나타난다. 삶은 절대로 행복만 일방적으로 주지 않는다. 술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면 다음날 그만큼의 댓가만큼 술은 우리 몸을 힘들게 한다.



다시 한번 느꼈다.

나는 술을 즐길 자격이 없다.


나는 술을 적당히 마실줄 모르고 마시기 시작하면 거의 매일 마시고, 오랜만에 마시면 과하게 마신다. 이번 치팅데이를 통해서 술에 대한 미련이 완전히 없어졌다. 내가 오랜만에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똑똑히 지켜봤다. 나는 술을 마실 자격이 없다. 술 없는 30일 동안 얼마나 좋았는지 계속 상기하면서 내일부터 다시 금주 1일 카운팅을 시작하겠다. 나는 2021년 6월 18일부터 술을 끊고 30일 도전, 100일 도전, 1년 도전을 시작한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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