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전거를 타는 세 가지 이유
마흔이 넘어 자전거를 다시 타기 시작했다. 실컷 자전거를 탔던 기억은 초등학교 3,4학년 때 이다. 외할머니께서 자전거를 사주셨고 나는 학원을 갈 때 주로 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자전거를 타면서 신난 그 마음이 아직 기억이 난다. 감정이 주입된 기억은 오래 간다.
주말에 종종 집근처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다. 나는 왜 자전거를 탈까. 40대 중년인 나에게 아무도 자전거를 타라고 명령한 적이 없는데 왜 종종 자전거를 타고 싶은 생각이 들고 실제로 자전거를 탈까.
자연을 눈에 담고 싶나보다.
자전거를 타는 시간 동안 나의 눈에 들어오는 시각 정보는 하늘과 한강이 90% 이상이다. 도시 속에 살면서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인간이 만든 인공물들이다. 나는 자연을 실컷 보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나 보다. 자연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나 뿐만 아니라 많은 인간들이 자연을 바라보면서 심적 안정을 찾는다. 왜 그럴까?
인간이 이렇게 차가운 도시 속에 살게 된 것은 불과 몇백년이 안되었다. 저 멀리 원시시대를 생각하면 인간은 완전한 자연 속에 살았고 문명이 발달한 이후에도 자연 속에 일부 건물이 있었을 뿐이다.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왔고 자연 속에 살았다. 그래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바라보며 안정을 느끼나보다.
안전한 스릴을 느끼고 싶다.
말이 이상하다. 안전한 스릴이라니. 적당히 안전한 스릴을 느끼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나보다. 인간은 위험한 활동을 할 때 특정 테스토스테론 혹은 아드레날린 호르몬(이 호르몬이 맞는지 확인 필요) 이 나오고 그 호르몬은 인간에게 기쁨이라는 감정으로 치환된다. 아찔한 암벽을 타는 사람, 오도바이 경주, 자동차 경주 레이서 등 일반인들이 볼 때 위험해 보이는 활동을 즐기는 인간이 있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고 소소하게 자전거를 타면서 스릴을 즐긴다. 자전거를 타는 행위는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굉장히 위험한 행위다. 시속 20km 가 넘는 속도로 완벽한 보호장비 없이 몸뚱아리를 대놓고 노출하면서 달리는데 다른 자전거에 부딪히거나 길에 미끄러져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나는 탁 트인 한강을 바라보며 고작 시속 20~30km를 달리면서 마치 시속 200km 자동차 레이서가 된 마냥 스릴을 느낀다.
운동이 된다.
자전거를 타면 운동이 된다. 40분 정도만 타고 와도 하체가 얼얼하다. ㅋㅋㅋㅋㅋ 적고 보니 웃기다. 고작 40분 자전거 타고 얼얼하다니. 아무튼 어떤 대교를 찍고 돌아오면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약간 얼얼한 그 느낌이 좋다. 무슨 볼일이 있어서 간 것도 아니고 그냥 그 대교를 갔다 왔을 뿐인데 운동을 한 것으로 퉁친 느낌이다.
헬스장에 가거나 배드민턴, 테니스를 치거나 골프는 하는 것은 좀더 대단한 준비가 필요하지만 자전거는 가장 간단하다. 40대가 되고 운동을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못하게 되는데 자전거는 그냥 어딘가를 갔다오면 운동한 것으로 인정해주니 좋다.
이번 주말에도 자전거를 타야겠다.
written by 커리어 생각정리 책, 불안과불만사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