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 최선을 다해 달리다가 퇴사하고 더 좋은 곳으로 가시는 A님의 소식을 전해들었다. 더 좋은 곳으로 가셔서 정말 정말 다행이지만, 그 분이 겪으셨던 일들은 겪으셔서는 안되는 일들이었다. A님의 회사는 고객이 있는 회사이다보니 종종 갑질을 하는 정신 빠진 놈들을 만나게 된다. 쌍욕, 하대는 기본에 새벽3시에 출근하라든지 등등… 그런 말도 안되는 갑질을 하는 고객을 그는 버텨냈다. 2년 동안. 나라면 중간에 고꾸라져버렸을 것이다. 그렇게 잘 견디고 다른 고객을 만났다. 아니 글쎄 이 새끼는 젠체하며 A님의 기술적인 수준을 의심하며 끊임 없이 검증하는 시도를 하기도 하고, 문제 상황을 해결하고자 무슨 제안을 하면 이상한 반박을 하며 고집을 부렸다. 그러다가 어느 날은 이 사람이 빽 소리를 질렀는데, A님이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숨이 안 쉬어지더란다. 그래서 응급실로 갔다고 한다. 너무 많이 운 탓인지 눈물샘도 고장이 나서 실제로 눈물이 이상한 곳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는 나도 속으로 울었다.
일하다 보면 정말 별 새끼들을 다 보게 된다. 한 고객 미팅에서 잠시 음료를 마시기 위해 마스크를 내렸는데 그 사이 내 얼굴을 보고 ‘뭐야 엄청 어리네’라더니, 신입사원이냐, 지금 회사는 몇 년 다녔냐, 총 경력은 얼마나 되냐, 클라우드 얼마나 해봤냐, 밑도 끝도 없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마스크를 내렸을 때 존재하는 나의 젊은 여자인 얼굴은 나를 가끔 서럽게 한다. A님을 믿지 않았던 그 고객은 A님이 30대 중반 정도의 남성이었어도 그렇게 검증하려고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 날이면 제발 이게 나의 피해망상이었으면 좋겠다. 이런 불가해한 불신의 경험들이 여자들에게만 쌓이는 것을 보는 게, 진심으로 내 환각이었으면 좋겠다. A님이 아예 커리어를 접어버리신 것도 아니고, 회사에 다니는 것 자체도 대단한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나는 계속해서 이런 불신 > 자기 확신 저하 > 자존감 하락 > 실제 업무 능률 저하 > 평판 하락의 악순환 고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사라져갔을지 떠올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