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어떻게 저랑 좀 친하게 지내주실 수는 없을까요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주 오랫동안 문특의 팬이었다. (개인적으로 아직도 가장 생각나는 것은 풀피리 편이다. 이런 걸 방송으로도 만들어?라는 어떤 신선한 충격이 아주 선명하다) 밍키님의 브런치를 구독하고 있었고 책이 나왔다고 해서 당장 달려가서 샀고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읽는 내내 눈물이 차오르기도 했고 소리내서 웃기도 했다. ‘그렇구나' 활용법은 보면서 진짜 소리 내서 크게 웃었다. 읽는 동안 그의 꼭 쥐다 못해 파르르 떨리는 주먹쥔 손을 꼭 잡아주고 싶었는데 어느덧 정신 차려보니 나 역시 주먹을 꽉 쥐고서 읽고 있었다. 나 역시 두 눈 똑바로 뜨고 너무나 많은 어른들이 “아프니까 청춘”이니 버티라는 말을 하다가 돌연 “아무것도 하지마 (결과는 니가 알아서 책임지고)”라고 말하는 것을 지켜본 90년대생이기 때문이다. 밍키님한테 나도 90년대생이고 당신처럼 쫓기듯 살았고 TMI 이지만 대학 입학 오리엔테이션 때 재재님이 MC 보셨던 현장에 있었는데 혹시 어떻게 친하게 지내주시면 안되겠냐고 묻고 싶지만, 글을 읽는 내내 우리가 같은 학교/학년으로 만났다면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출연자를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감독들의 일자리를 모두 뺏겠다는 서슬퍼런 복수 선언, 글을 읽는 그 순간까지 조언할 거리를 떠올리는 이들을 위한 일침,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대들어야 했던 순간들...... 90년대 출생이라는 인구통계학적 특성 하나로 나 같이 겁 많고 비겁한 모범생과 묶이기에는 너무 용감하고 단단한 사람이다.
밍키님은 메이저리그로의 초대장을 받지 못해서 본인만의 리그를 만들었다면, 나는 알만한 대기업 좋은 팀에 갔다는 점에서 얼렁뚱땅 어쩌다보니 메이저리그로의 초대장을 받아서 입장한 사람이다. 어떻게든 메이저리그에 들어가려고 갖은 애를 다해 살았다. 나는 그렇게 살았다. 조금 불쌍할 정도로. 나는 어떻게든 그들에게 속해보고자 필사의 노력을 하였다. 일단 시키는 대로 공부도 해보고 취업도 해보고 일도 해보고 어떻게든 알랑방귀도 뀌어보고 비위도 맞추려고 해보고 좀 휘어져보려고도 했는데 나는 결국 메이저리그에 속할 수 없는 부류의 인간이었다. 좋은 중학교, 좋은 고등학교, 좋은 대학교의 허들을 넘어 좋은 직장에 도착하니까 알고보니 안 껴주더라는 황망한 결론에 승복하기 어려웠다. 이럴거면 입장은 왜 시켜줬는지 물어보고 싶은 날들도 있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죽도록 노력했다. 일을 하는 것은 그래도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나도 자문했다. “받는 것도 없이 왜 이렇게 열심히 하지?” 이렇게 다른 우리들이 각자의 길에서 완벽하게 동일한 자문을 하고 있었다. 그 자체로 블랙코미디 같은 웃긴 세상이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돌판에 새로운 균열을 내서, 거기에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서, 이런 성공도 있다고 보여주기를 바라고 또 응원한다는 이 사람의 마음이 진심임이 절절히 글 곳곳에서 느껴진다. M도 아니고 Z도 아닌데 자꾸 MZ세대라고 묶어서 같은 사람들 취급하고 유행어 알려달라고 하는 한 편 공식 지면에서는 자꾸 N포라고만 불리우는 우리 90년대 초반생들의 진짜 인생과 진짜 속내가 너무 잘 써져있어서 읽는 내내 속이 시원했다. 당신의 마음 정말로 느꼈으니 프롤로그에 쓰신 것처럼 밍키님 성공하셨어요, 우리 진짜 지독하고 천진하게 살아요, 우리 성공해요....
제목을 정말 기가 막히게 잘 정했다. "기저귀 갈아준 적 없으면 키웠다고 말하지 말자", "복수의 기회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같은 재치 있는 제목들은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문장이 아주 정확하고 날카롭다. 정면승부하는 사람이 쓴 글임이 명확히 느껴진다.
같은 시대의 경험을 하지만 정말 나랑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을 밍키님은 이해 못하신다고 했는데 나는 내가 스스로 힘든 상황에 있을 때 괜히 하고 다니는 말이다. 나는 아무래도 영웅이 되고 싶어... 또 다른 부분은 최고가 되라고 하지 말아달라고, "잘 버티고 있어!"가 심장을 찌릿하게 만드는 칭찬이라고 하신 부분이었다. 나는 아무래도 최고가 되고 싶어...
"키워줄게"라는 말에 대해 쓰신 내용은 많이 경험했다. 내가 신입사원일 때 나보다 1년 선배인, 딱 봐도 부족한 것 없이 자란 깍쟁이 같은 반질반질하게 생긴 남자 선배가 약 5년차 정도 되는 여자 선배들에게 "저 좀 키워주세요"했던 것이 생각난다. 그 사람이 신입사원인 나에게는 상당히 예의 없이 굴었기 때문에 더 기가찼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잘 키워지고 있나 궁금하기는 한데 굳이 궁금해하지 않기로 한다.
여러분 이 책 정말 꼭 많이 읽어주세요... 너무 재미있어요 엉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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