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

겉으로 보이는 것은 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는 잘했다.

by 윤지원

2023년 초 나름대로 잘 나가던 회사의 경영악화로 애정을 쏟았던 팀월들을 내보내면서 스스로 견딜 자신이 없어서 회사를 나왔다.

곧 취업을 했지만 적응을 잘하지 못했서였을까? 불안을 느끼기 시작했고 공황장애까지 왔다.

약을 먹고 조금 쉬면서 상태는 나아졌지만 더는 회사를 다닐 자신을 잃었다.

건강검진에서는 갑상선 암이 발견되어서 수술도 했었다. 처음으로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고 입원도 해봤다.


이후 삶의 가치관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문득 죽음에 대해서 종종 생각하기 시작했고, 외부 활동보다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좋아졌다.

이전에는 바쁘게 지내는 것이 잘 사는 것이라는 생각에 항상 쫓기듯 생활했었다.

이제는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장 돈을 더 많이 주는 회사보다는 좋은 사람과 의사결정을 하면서 일할 수 있는 아주 작은 회사를 선택했다.

그렇게 어느덧 1년 6개월 정도가 흘렀다.


경제적인 부분에서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전보다 훨씬 불안한 곳에 있지만 어쨌든 선방했다.

일적인 부분에서는 목표한 것을 해냈다. 규모는 작지만 온전히 혼자 해내야 하는 4개의 프로젝트를 유의미하게 마쳤다.


하지만 사업적인 성과가 나타나지는 못했다.


작년에 했던 일들이 사업성과로 이어지겠지 하는 희망을 갖고 2025년을 시작했지만 결과는 안 좋았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어 그런지 또 불안이 찾아오는 것 같고 조급해진다.

사업적으로는 만족할만한 성취는 이루지 못했다. 다시 제로에서 시작해야 한다.


분명 작년의 나는 최선을 다했다.

심리적으로 압박을 주지 않기 위해서 무리하지는 않았지만 매일 꾸준히 한발 한발 나아가며 일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볼게 아니고 내가 진정으로 성취한 것을 보면 자신이 더 생기고 스스로 위안을 통해서 한 발 다시 내딛을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해보니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했다.


첫째, 사소한 소비를 줄였다.

이전에는 소비에 대해 관대했다. 항상 쉴 타이밍이 생기면 편의점에서 군것질을 했다.

밤에는 사고 싶은 것들을 찾아 스마트 스토어를 배회했다.

작년 그리고 올해는 스스로에게 돈을 거의 쓰지 않았다.

습관처럼 사던 옷들은 더 이상 새로 사지 않고 가진 옷들을 최대한 활용을 해서 입으려고 한다.

간식을 먹기보다는 산책을 하려고 한다.

커피를 사 먹기보다는 집에서 챙겨간다.

처음부터 잘 되진 않았지만 지금은 정말 소비를 크게 줄였다.


둘째, 잠을 잘 자고 있다.

공황장애 이후 잠이 들기가 두려울 때가 종종 있었다.

항상 피곤했던 이유도 스트레스와 수면 문제라고 느껴져서 잠을 잘 때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늦어도 12시 전에 잠을 자려고 하고 입에 꼭 테이프를 붙이고 잔다.

수면시간도 최소 7시간을 유지하고 있다.

확실히 낮에 피곤함이 줄었다.(거의 없다)


셋째, 건강한 것을 먹기 시작했고 더 이상 밤에 과자를 먹지 않는다.

아이들을 재우고 맵고 자극적인 과자 한 봉지에 달달한 와인 한잔 또는 맥주 한잔을 먹는 것이 한때 낙이었다.

지금은 더 이상 먹지 않는다.

그때는 그 시간을 포기할 수 없었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침에는 오트밀, 바나나, 블루베리, 견과류로 이뤄진 식사를 하고 당근주스를 매일 마시고 있다.

커피는 라테, 아이스 아메리카노 3잔을 마셨었는데, 이제는 아메리카노 한잔 정도만 마신다.


넷째, 요가와 맨몸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비록 자주 가지는 못하지만 만 1년 6개월 동안 요가를 새벽에 가고 있다.

종종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갈 때가 있어서 그만할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멈추지만 않으려고 한다.

요가를 못 갈 때에는 집에서 맨몸운동을 한다.

어느덧 턱걸이를 70개, 푸시업을 150개, 스쾃 100개를 거뜬히 해낸다.(한 번에 하는 것은 아니다. 여러 번 나눠서 한다)


다섯째, 독서를 꾸준히 한다.

나에게 있어 독서는 욕망이다.

독서를 하면 아는 것도 많아지고 인생도 잘 풀리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렸을때 부터 이 문장에 꽃혀있다.

"독서를 많이 한다고 부자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자들은 대체로 독서를 많이 한다."

이전부터 있었던 습관이고 지금도 꾸준하다.


여섯째, 투자(저축)를 한다.

힘든 일을 겪으면서 미래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하지만 사소한 소비가 많이 줄었고, 외부 활동도 많이 줄었다.

그러다 보니 적은금액이지만 꾸준히 투자를 하게 되었다.

예전에는 어쩌다 한 번씩 하는 식이었다면 이제는 1년 넘게 적립식으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큰돈을 당장은 벌 수는 없어도 습관을 만들고 시간이 내편이 되면 더 나아지겠다는 생각도 함께


이렇게 적어보니 나는 정말 작년 한 해를 잘 보냈다.

오히려 사업적으로 잘 된 것보다 내가 나열한 것을 더 잘하는 게 중요한 일이었구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작년의 나는 정말 잘했다.

올해의 나도 작년에 잘한 것은 계속 잘하고 한발 한발 또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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