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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issay

20대의 끝자락에서

by 이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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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부터 다한증을 앓고 있었다.

말년 병장이 되어서야 군의관님으로부터

현역 판정을 어떻게 받았냐는 얘길 전해 들었다.


의가사 전역하기에는

만기 전역을 앞둔 시점인지라

그동안 버텨온 시간이 아까웠다.


위로 차원에서 당시 육군 규정으로

받을 수 있는 병가 최대치를 받고서

이온영동치료를 받곤 했었다.


IT 커리어 시작 후 신입 테스터 시절

가장 두려웠던 시기는 모바일 호환성 테스트였다.


땀으로 인해 얼룩져가는 액정으로 인해

스스로 위축되는 순간들이 많았었다.


또한 테스터로써 업무하다 보면

동료분들께서 내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져야 할 일이 종종 생기곤 하는데

죄지은 사람처럼 위축되곤 했었다.


다한증의 불편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내가

29살에 만족하며 다니고 있던 회사를

그만두게 된 이유는 여러 계기가 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해보고 싶은 일에

앞으로 몇 년간 내가 가진걸

포기하고서라도 과감히 도전하는

내 모습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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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한증과 헤어디자이너,

결말이 정해져있는 도전을 시작했고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제 멈춰야 할 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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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이 현저히 줄어들어서

해보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지 못하는 것만큼

나중에 후회되는 일은 없을 것 같아서

도전했었다.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데

이전만큼 벌지 못하고

이전만큼 모으지 못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가장 젊은 오늘을

지나치게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훗날 현실이 더 후회스러울 것 같아서

도전했었다.


내가 가진 걸 앞으로 몇 년간

버릴 수 있을 정도의 일이

눈앞에 아른거려서

도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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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내지 못할 것 같은 일을 해낸다면

앞으로 살아가면서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도전했었다.


타고남이 많이 뒤처지고

출발이 많이 늦었다 해서

해보고 싶은 일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해 보지 않는다면

늘 타인의 꿈속에서만 살아가야 하니까

도전했었다.


새로운 한계를 느끼고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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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작을 현실적인 이유로

망설이시는 분들께

멋진 헤어디자이너로 성장해서

내가 꼭 보여드려야겠다 다짐했지만

결국 그러한 사람이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사실을

매일 느끼며 지낸다.


퇴사 후 헤어디자이너의 꿈을 지니고

IT 커리어를 회고하던 중

과거에 실패라 느껴졌던 순간들의 공통점은

시작만 했지 끝을 보지 못했었다.


시작하고 끝을 봤다면 실패가 아니라

구체적인 경험이 남았을 테고

끝이 좋았다면 성공이라는 경험을

끝이 나빴다면 삶의 교훈과

지혜를 얻으리라 생각한다.


그동안 시작만 했지

끝장을 본 적이 없었다.

말만 거창했고 끝을 보겠다는

실질적인 행동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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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라도 시작했으면 끝을 보고 싶었다.

20대 후반, 30대 시작을 앞둔 시점에서

끝을 본다는 깊이를 생각해 본다면

창업가들의 가장 부족하고

서툴렀던 시기라 생각한다.


끝을 본다는 건

가고자 하는 길과 방향이

처음과는 조금 틀어지고

어려움이 생기더라도

끝내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2번째로 도전하는 헤어디자이너의 길은

지나온 과거처럼 같은 실패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 수없이 다짐했었다.


시작하고 끝을 본다면 그 무엇이 되었든

훗날 스스로를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시작했지만

퇴사한지 1달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노력만으로 가능한 일이 있고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는 걸 느끼고 배웠다.


값비싼 수업료를 통해

30대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당장 내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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