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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앤느 Dec 18. 2020

"엄마, 나 천국에 가고 싶어"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이곳이 천국이 되길 바란다

며칠 전부터 가끔 아들이 내게 한 말이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자라서 '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늘 들어왔던 아들이, 불현듯 내게 그렇게 말했을 때 아무리 철없는 어린아이라지만 나는 왠지 좀 서운했다.


'이제 8살 먹은 조그만 애가 무슨 천국이야... 가뜩이나 엄마가 일찍 천국에 간 탓에 아직도 마음이 아픈데... 너까지 왜 그러니....'



그러나 그런 마음  꾸욱 누르고 "?"라고 물어본다.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냥. 천국은 좋은 곳이잖아." 한다.


"물론 천국은 좋은 곳이지만, 그렇지만 네가 천국에 가면 우리가 참 많이 슬플 거야. 엄마는 네가 천국에 간다고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


"그럼 우리가 다 같이 천국에 가면 되잖아?"


"그럼 서울 할머니 할아버지, 김천 할머니...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슬프겠지? 그러니까 천국에 갈 때까지 그냥 여기서 행복하게 살자~~~"



애써 밝은 목소리로 아들을 잘 달래 본다. 아들은 "알았어" 하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뭘 알았다는 건지, 천국에 가지 않고 여기서 잘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겠다는 건지, 아니면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는 건지... 그렇게 재빠르게 수긍하고 제 할 일을 찾아 떠나는 아들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심란했다.



며칠이 지났다. 아이는 어느새 겨울 방학을 맞았고,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 선물 겸, 또 한 학기를 잘 보낸 걸 축하해줄 겸 아이들에게 그동안 사고 싶어 했던 장난감을 하나씩 선물해 줬다. 아이는 아침부터 한껏 들떠 있었고, 원하던 장난감을 살 때면 여느 아이가 그러하듯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했다. 그게 바로 어제였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낸  아이들을 재우려 함께 침대에 누웠다. 두런두런  얘기,  얘기를 하던 아들은 뜬금없이 내게 그런다.


"엄마...

 엄마가 천국은 가지 말라니까 하는 말인데....

 그럼 말이야... 나  천국 말고 한국에 가고 싶어."



아이의 조심스러운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아이의 진짜 마음을 놓치고 있었구나 싶었다. 천국 가고 싶다고 말하는   뒤에 숨은 아이의 진짜 마음은 사실은 한국이 그립다는 것이었음을.



"왜?" 하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응... 여기선 말이 안 통하니까........."



아이의 마지막 말이  마음에  하고 와서 박힌다. 아들을 품으로 끌어당겨 안아준다.  컸다  컸다 하지만 여전히 겨우 8살에 불과한 아이가 홀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걸 이제야    헤아려보게 된다.



그랬다. 한국 나이로 8살이  아들은 작년에 프랑스에 오자마자 프랑스 학교에 입학을 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을 지나왔고, 그리고 이제 조금 적응을 했다 싶었다. 물론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말은 아직 못 해도, 어느 정도 알아듣긴 했고, 친구도 하나둘 사귀고 있었다. 늘 울상으로 학교를 가던 아들이 이제는 간혹 학교를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늘 마음을 졸이며 아이의 적응만을 기다리던 나는 아이가 보이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휴우.... 이제 다 되었구나...'

그렇게 나는 또 보이는 모습들을 증거 삼아 마음을 푹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백조의 아름다운 풍채에 가까웠다면 그 이면에 아들의 마음은 백조의 발과 같이 끊임없이 애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엄마가 그토록 바라는 그 모습을 얼른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들의 작은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그마한 아이가 벌써 엄마를 생각하고, 자기 몫의 인생을 자기가 살아 보려고 애를 썼다 생각하니 짠하고 짠하다.




이런 아들을 위해 내가    있는  고작 조금  눈을 맞추어주고 안아주는 ,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함께 웃고 떠들고, 조금   기울여 들어주고 사랑해주는 것뿐이라는   미안하다.


아이가 인생에서 당면한 위기를 해결해  능력이 전혀 없는, 내가 대신해  수도 없고, 천국으로 데려다  수도 없고, 한국으로 데려다  수도 없는 연약하고 평범한 엄마라는 사실이  미안하다.



그래도  사소한 것들이라도  마음 담아  보련다. 적어도 아이가 나와 함께 있는  시간만이라도 이곳이 천국이라 느낄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어쩌면 하나님은 그래서 우리에게 엄마를 주신  지도 모르겠다. 백조의 지친 발이 잠시  품에 안겨 쉬어갈  있도록.


이번 방학 지친 아들이  작은 품에서 편히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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