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천국에 가고 싶어"

너와 내가 함께 하는 이곳이 천국이 되길 바란다

by 마리앤느

며칠 전부터 가끔 아들이 내게 한 말이다.


어릴 적부터 교회에서 자라서 '천국'이 얼마나 좋은 곳인지를 늘 들어왔던 아들이, 불현듯 내게 그렇게 말했을 때 아무리 철없는 어린아이라지만 나는 왠지 좀 서운했다.


'이제 8살 먹은 조그만 애가 무슨 천국이야... 가뜩이나 엄마가 일찍 천국에 간 탓에 아직도 마음이 아픈데... 너까지 왜 그러니....'



그러나 그런 마음 다 꾸욱 누르고 "왜?"라고 물어본다.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냥. 천국은 좋은 곳이잖아." 한다.


"물론 천국은 좋은 곳이지만, 그렇지만 네가 천국에 가면 우리가 참 많이 슬플 거야. 엄마는 네가 천국에 간다고 생각만 해도 너무 슬퍼."


"그럼 우리가 다 같이 천국에 가면 되잖아?"


"그럼 서울 할머니 할아버지, 김천 할머니... 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슬프겠지? 그러니까 천국에 갈 때까지 그냥 여기서 행복하게 살자~~~"



애써 밝은 목소리로 아들을 잘 달래 본다. 아들은 "알았어" 하고 심드렁하게 말한다.

뭘 알았다는 건지, 천국에 가지 않고 여기서 잘 살아보기로 마음을 먹겠다는 건지, 아니면 엄마가 이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눈치챘다는 건지... 그렇게 재빠르게 수긍하고 제 할 일을 찾아 떠나는 아들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심란했다.



며칠이 지났다. 아이는 어느새 겨울 방학을 맞았고, 우리 부부는 크리스마스 선물 겸, 또 한 학기를 잘 보낸 걸 축하해줄 겸 아이들에게 그동안 사고 싶어 했던 장난감을 하나씩 선물해 줬다. 아이는 아침부터 한껏 들떠 있었고, 원하던 장난감을 살 때면 여느 아이가 그러하듯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해했다. 그게 바로 어제였다.



그렇게 만족스러운 하루를 보낸 뒤 아이들을 재우려 함께 침대에 누웠다. 두런두런 이 얘기, 저 얘기를 하던 아들은 뜬금없이 내게 그런다.


"엄마...

엄마가 천국은 가지 말라니까 하는 말인데....

그럼 말이야... 나 천국 말고 한국에 가고 싶어."



아이의 조심스러운 그 한마디에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또 아이의 진짜 마음을 놓치고 있었구나 싶었다. 천국이 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 말 뒤에 숨은 아이의 진짜 마음은 사실은 한국이 그립다는 것이었음을.



"왜?" 하고 조심스레 물어본다.


"응... 여기선 말이 안 통하니까........."



아이의 마지막 말이 내 마음에 쿡 하고 와서 박힌다. 아들을 품으로 끌어당겨 안아준다. 다 컸다 다 컸다 하지만 여전히 겨우 8살에 불과한 아이가 홀로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걸 이제야 또 한 번 헤아려보게 된다.



그랬다. 한국 나이로 8살이 된 아들은 작년에 프랑스에 오자마자 프랑스 학교에 입학을 했다.


너무나 힘든 시간을 지나왔고, 그리고 이제 조금 적응을 했다 싶었다. 물론 그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말은 아직 못 해도, 어느 정도 알아듣긴 했고, 친구도 하나둘 사귀고 있었다. 늘 울상으로 학교를 가던 아들이 이제는 간혹 학교를 가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늘 마음을 졸이며 아이의 적응만을 기다리던 나는 아이가 보이는 그런 모습들이 너무나 반가웠다.


'휴우.... 이제 다 되었구나...'

그렇게 나는 또 보이는 모습들을 증거 삼아 마음을 푹 놓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백조의 아름다운 풍채에 가까웠다면 그 이면에 아들의 마음은 백조의 발과 같이 끊임없이 애를 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엄마가 그토록 바라는 그 모습을 얼른 엄마에게 보여주고 싶은 아들의 작은 바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조그마한 아이가 벌써 엄마를 생각하고, 자기 몫의 인생을 자기가 살아 보려고 애를 썼다 생각하니 짠하고 짠하다.




이런 아들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고작 조금 더 눈을 맞추어주고 안아주는 것,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을 만들어 주고, 함께 웃고 떠들고, 조금 더 귀 기울여 들어주고 사랑해주는 것뿐이라는 게 참 미안하다.


아이가 인생에서 당면한 위기를 해결해 줄 능력이 전혀 없는, 내가 대신해 줄 수도 없고, 천국으로 데려다 줄 수도 없고, 한국으로 데려다 줄 수도 없는 연약하고 평범한 엄마라는 사실이 참 미안하다.



그래도 이 사소한 것들이라도 더 마음 담아 해 보련다. 적어도 아이가 나와 함께 있는 그 시간만이라도 이곳이 천국이라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어쩌면 하나님은 그래서 우리에게 엄마를 주신 걸 지도 모르겠다. 백조의 지친 발이 잠시 그 품에 안겨 쉬어갈 수 있도록.


이번 방학 지친 아들이 내 작은 품에서 편히 쉴 수 있길 간절히 기도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모든 게 엄마 탓인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