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에 미간이 가장 좁혀지는 시간은
가계부 쓰는 시간
한 주를 알뜰살뜰 잘 살아내고도
영수증들을 꺼내 놓고
하나하나 적어가다 보면
우리 집 쌀독에 커다란 구멍이 난 건지
아니면 내가 잠든 사이에
매일 밤 우렁각시가 찾아와
두고 온 가족 먹이려
바리바리 싸가지고 돌아가는 건지
신기하게도
늘 조금씩 비고
늘 조금씩 넘치니
이상하네..
이상하네..
고개를 갸우뚱
작은 한숨을 포옥
내 손이 살림 손은 아닌가?
갸우뚱갸우뚱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돈은 또 생길 거예요"
정곡을 찌르는 딸의 말에
아들은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고
잠자코 있던 남편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잠시 근심에 빠질 뻔했던 나도
뭐어? 하며 웃고 만다
그렇다
늘 그 순간은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감사뿐이었다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먹이시고
이제까지 사랑으로 돌보신 손길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에 한 번 가계부를 쓸 때마다
모자라고 넘친 것은
돈이 아니요
모자랄까 넘칠까
아직도 거기에 매여있는
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딸 덕분에
오늘도 배운다
딸의 말속에 담긴
그 진리를 가슴에 새긴다
내 몫이 아닌 근심들아
내일을 향해 가거라
혼잣말을 읊조리며
내 마음에
감사를
가득 채워 넣는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 6:31~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