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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앤느 Jan 27. 2021

엄마 걱정 마세요



이마에 미간이 가장 좁혀지는 시간은

가계부 쓰는 시간


한 주를 알뜰살뜰 잘 살아내고도

영수증들을 꺼내 놓고

하나하나 적어가다 보면


우리 집 쌀독에 커다란 구멍이 난 건지

아니면 내가 잠든 사이에

매일 밤 우렁각시가 찾아와

두고 온 가족 먹이려

바리바리 싸가지고 돌아가는 건지

 

신기하게도

늘 조금씩 비고

늘 조금씩 넘치니


이상하네..

이상하네..


고개를 갸우뚱

작은 한숨을 포옥

내 손이 살림 손은 아닌가?

갸우뚱갸우뚱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돈은 또 생길 거예요"



정곡을 찌르는 딸의 말에

아들은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고

잠자코 있던 남편 얼굴엔 미소가 번지고

잠시 근심에 빠질 뻔했던 나도

뭐어? 하며 웃고 만다



그렇다

늘 그 순간은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돌아보면 감사뿐이었다

지금까지 부족함 없이 먹이시고

이제까지 사랑으로 돌보신 손길을

고백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에 한 번 가계부를 쓸 때마다

모자라고 넘친 것은

돈이 아니요

모자랄까 넘칠까

아직도 거기에 매여있는

내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딸 덕분에

오늘도 배운다


딸의 말속에 담긴

그 진리를 가슴에 새긴다

내 몫이 아닌 근심들아

내일을 향해 가거라

혼잣말을 읊조리며


내 마음에

감사를

가득 채워 넣는다





그러므로 염려하여 이르기를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무엇을 입을까 하지 말라 이는 다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이라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 이 모든 것이 너희에게 있어야 할 줄을 아시느니라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마 6: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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