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모든 것은
천천히 사라지며,
사라져 가는 동안에도
조용히 숨을 내쉬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한다.
사라진 자리마다
새로운 숨결이 스며들고,
계절을 물들이는 꽃들이
가련하고도 단단하게 피어난다.
그 길 위에서
우리는 잃고, 버리고, 놓으며
오늘은 눈물로, 내일은 웃음으로
다시 살아난다.
천천히 사라지던 날들이
끝내 내 안에 쌓이고,
그 흔적 위에서
나는 천천히 살아지는 길을
조용히, 끝없이 걸어간다.
무한할지도 모를 우주 속에서, 이번 생은 마음을 남기는 일을 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