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
저녁 강가에
서러운 파문이 번진다.
소녀는 울고 있었다.
다가가지만
울음의 이유는
안개처럼 멀리 흩어진다.
혹시 함께 울면
눈물이 강물에 섞여
조금은 옅어질까 싶어
매미 한 마리를 불러온다.
타는 듯한 목소리로 울어주길 바라며
그 곁에서 나도 목이 쉬도록 운다.
그러나 울음은 여전히
깊은 샘물처럼 솟아나
그칠 줄을 모른다.
이번에는 신발을 벗겨낸다.
새신을 건네주려 하지만
발끝은 돌멩이처럼 무겁고
눈에서는 검은 비가 흘러내린다.
그제야 나는 깨닫는다.
그저 곁에 머무는 일만이
내 몫이라는 것을.
그리고 오래, 아주 오래
소녀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마침내 바람이 잦아들 듯
울음이 멎었을 때
소녀는 고개를 들어
곁에 있어 줘서 고맙다며
싱긋 웃는다.
그 말은
내 안의 마른 들판에 내린
소낙비가 되어
서서히 적셔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