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기록
얇디얇은
뒷장의 글씨가 힘없이 비치는
그런 종이에
내 마음을 쓴다.
증오한다는 말과
사랑한다는 말이
나란히 적힌다.
두 마음 사이의 간격은
하늘과 땅만큼 멀어
숨을 잠시 멈추게 한다.
뒷장에 번져 남은 잔상처럼
완전히 지워지지 못한 마음이
한숨이 되어 돌아온다.
종이 한 장,
바람에도 흔들리는 이 얇은 기록 위에서
나는 수없이 망설이며
다시 글씨를 고쳐 쓴다.
그러나 남은 흔적은
끝내 지워지지 않고,
빛바랜 상처처럼
내 안에 머문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너와 나만이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