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로의 여행
평생을
마음의 흔적과 함께 살아간다는 건
정말이지 고된 일이다.
숨 가쁘게 달려도
웜홀에 빨려 들어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갯벌 속에 발이 빠졌을 때처럼,
빠져나오려 몸부림칠수록
더 깊이 잠겨버린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를 우주 한가운데 둔다.
아무것도 없는 곳.
중력도, 방향도, 시간도 없는 곳.
그곳에서 나는
오래, 천천히 떠다닌다.
빛도 그림자도 닿지 않는 곳,
나만의 고요 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그 부유 속에서야
비로소 숨이 놓인다.
조용히 마음을 내려놓고,
흘러가는 생각들을 바라본다.
누군가의 평가도, 내 스스로의 질책도 없는
완전한 무(無) 속에서,
잠시나마 나를 놓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