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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 Oct 02. 2024

다시는 바라볼 수 없는 <바라보다>

부부 와플 특공대!

그 무렵 우리 부부의 강원도 여행 루틴은 이랬다. 새벽 기상 후, 새벽에 출발한다. 아침 해가 뜰 쯤엔 가평 휴게소에 내려 가평잣호두과자를 먹는다. 10시쯤 강원도에 도착해 천천히 해안도로를 달리며 오랫만에 바다를 느껴본다. 11시쯤 미리 봐 둔 식당으로 간다. 거하게 점심을 먹고 예쁜 카페에 가, 다시 거하게 디저트를 먹는다! 그런 후, 절, 식물원, 수목원, 정원 등등 걸을 수 있고 자연이 있는 곳으로 간다. 간단하지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카페 <바라보다>에 가서 와플을 먹는다!



큰 창이 매력적인 카페 <바라보다>는 능내역 앞에 있다. 이 역은 이미 운행을 안 한지 오래된 폐역이다. 뭐든 잘 찾아내는 고서방이 와플 맛집으로 찾아낸 곳이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와플 특공대가 되어 버리는 우리 부부가 대만족 해서 두 번 이상 방문한 유일한 와플집이기도 했다. 와플을 먹기 위해 그 근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적도 있었다.


그날도 강원도 어디론가 여행을 갔다가 오랜만에 와플이나 먹을까 하며 <바라보다>에 들렀다. 한창 바빴다가 몇 달 만에 간 거였다. 자연스럽게 와플을 주문했는데 주문받으시는 분이 아무렇지 않게 이제 와플은 하지 않는다 신다.


"뭐라고요? 저희 와플 먹으러 왔는데요?"


주인 분과 설왕설래 중에 고투어가 블로그 얘기를 꺼내고 사장님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얼마 전에도 블로그를 보여 주며 왜 와플을 안 하냐고 하는 손님이 있었다고 했다.


"아, 그분이시군요. 블로그..."


네, 그게 접니다 블로그. 이 카페에 대한 게시글이 하나도 아니고 서너 개는 되지요. 저희가 그렇게 가끔 와 와플을 먹었답니다. 사진도 기갈나게 찍었고요. 찬사도 마구 날려 놓았습니다...


사장님이 와플을 그만둔 이유는 귀찮아서라고 하셨다. 반죽을 해야 하고 알맞은 시간 구워 적당한 토핑들을 올려야 하니 손이 이만저만 많이 가는 게 아니었고, 와플이 소문나니 종일 와플만 굽고 계셨다고 했다.


"기다리시겠어요? 반죽이 좀 오래 걸리지만 와플 구워 드릴 수 있어요."


아쉬워하는 우리에게 사장님은 마지 못 해 말씀하셨다. 하지만 이제 없는 메뉴잖아요. 괜히 그만둔 메뉴로 괴롭히는 진상손님이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그냥 한라봉 차 한잔씩 마시고 나왔다.


그게 벌써 3년 전이다. 우리 부부 3년 동안 와플 특공대를 운영에 왔지만 그곳만큼 맛있는 와플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간혹 혹은 아주 자주 <바라보다>의 와플이 생각난다. 이제는 더 이상 바라볼 수 없는데 말이다.


참.. 바삭하고 촉촉하면서도 달콤하고 상큼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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