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The Kays
그날도 무더웠다. 당연히 더운 여름 날, 야외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포천은 무슨 일인지, 야외 갈비를 선호하네. 땀을 뻘뻘 흘리고 먹는 갈비가 제맛인가...
더위가 한계치까지 왔다. 이제 시원한 카페로 갈 타이밍이다. 차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 땀을 식히고 멋들어진 펜션에 주차를 한다. 이 근방은 어째 다 펜션과 카페다.
"여기 뷰가 좋아."
다들 말하는 그 '뷰맛집'이로구나.
주문을 하러 들어간 카페는 작았다. 호숫가로 난 통창쪽으로 보고 앉는 계단식 좌석이 몇 개 있는. 그 외 좌석은 모두 카페 바깥, 호숫가에 있었다.
"바깥에 앉자!"
하.. 더운데... 주문을 하고 야외 테이블로 나갔더니, 아뿔싸! 테이블에 의례히 당연히 있어야 할 파라솔이 없다. 정수리 홀랑 타란 얘긴가... 안 그래도 주근깨 부자인데, 만석꾼이 되라고 하는 건가. 부랴부랴 주차장으로 가 차 트렁크에 고이 모셔둔 모자를 들고 다시 카페 안으로 들어가 야외로 나가는 문을 열고 돌계단에 발을 디디는 순간, 어어? 돌과 돌 사이가 뒤뚱하더니만 몸이 슬쩍 비틀린다. 어어? 나 넘어지나? 몸에 힘을 바짝 주고 딱 섰지만, 기어이 내 발목은 돌 사이에 껴버렸다. 벌겋게 부어오르고 욱신거린다. 접질렸네, 접질렸어...
갑자기 화가 난다! 더운데! 파라솔도 없고!! 돌계단은 대충 만들어서 발목이나 접질리게 하고!!!
우락부락 화가 나지만, 일단 참는다. 내가 화를 내면 고투어가 안절부절 못 하니까. 모자를 눌러쓰고 가방에서 책을 꺼냈다. 더위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마음을 좀 진정시켜 본다.
"윙~~~~~~ 꺄아아아아아~~~~~~"
미쳐버리겠다. 호수에서 뭘 또 타시네? 슬쩍 옆으로 보니 각종 수상 레포츠를 하는 업체가 카페와 딱 붙어 있다! 유난히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지나가면 책에 도통 집중할 수가 없다. 덥고 욱신거리고 집중 안 되고, 화나고.
에라, 책이고 뭐고 때려치워! 뭐 여기까지 와서 책이야. 그냥 경치나 보고 멍이나 때려! 산수 좋군! 이 더위에 참 잘들 노네. 한참을 바라보다 보니 화났던 마음이 조금 안정된다. 비로소 책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어느 순간, 더위와 책과 나와 소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 왔다. 뭐야, 이 책 너무 재밌잖아!
후드득.
한참 책에 몰입 중인데, 책장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설마, 소나기야? 하는 순간 더 떨어지는 빗물. 부랴부랴 책을 가방에 넣고, 커피를 챙겨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이곳 저곳 야외에 흩어져 있던 다른 가족들도 우르르 실내로 들어온다.
아무도 없던 실내가 갑자기 꽉 찼다. 계단식 좌석에 옹기종기 앉아 통창으로 비오는 모습을 감상한다. 꽤 많은 양의 소나기가 내리니 분위기가 좋다.
비가 그칠 무렵, 하나 둘씩 바깥 좌석으로 다시 나간다.
"우리는 가자, 집으로."
1년이 지났지만, 어느 순간 문득문득 이 날이 기억날 때가 있다. 그 날, 내가 발목을 접지르고, 태양 아래 모자를 쓰고 앉아 책을 읽었지. 책 제목은 기억 안 나지만 무척 재밌었지. 그리고 소나기가 왔어.
행복한 기억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