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의 정원, 수생식물학습원
서울에서 두 시간 정도면 도착하는 충북 옥천.
그곳에서 굽이 굽은 길을 따라 한 참을 더 들어간다.
"와.. 이 정도면 사람도 없겠다. 너무 접근성이 떨어지는 거 아냐?"라고 말한 지 오분만에 후회된다.
주차장에 차 댈 곳이 마땅찮다. 이미 꽉 찼다! 와.. 사람들은 대체 이런 곳을 어찌 알고 오는 거지?
울퉁불퉁한 주차장에 자리가 났다. 비포장 도로라 먼지가 풀풀 날린다. 먼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 살짝 언덕길을 올라 본다. 날은 덥고, 먼지는 날리고. 에잇. 왜 이래 진짜!
매표소에 도착하니, 예약 손님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놀란 나는 고투어를 쳐다본다. 당당하게 내미는 핸드폰! 아, 예약했구나, 역시. 뭔데, 왜 예약까지 해야 하는데? 뭐 그렇게 대단한 곳이라고!
초입은 좁은 외길이다. "여기서는 거북이처럼 걸으세요"라는 팻말이 여기저기 붙어있다. 이런 팻말을 보면 나도 거북이처럼 느릿느릿 구경하며 사진도 좀 찍고 싶다. 하지만 마음 바쁘신 분들이 뒤에서 자꾸 밀어재 낀다. "힝.. 거북이처럼 가라는데..." 하며 나도 어쩔 수 없이 밀려간다. 밀려가면서 제철에 맞게 핀 꽃들을 잠시마다 감상해 본다. 어렴풋이 물이 보일 때쯤, 아마도 육지의 끄트머리쯤을 돌아 걸어간다. 그러다 만났다.
대청호다. 인공호수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거대하다. 대전과 청주 지역의 생활용수 및 식수를 다 책임진다고 하니, 그 면적이 어마무시하겠지.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물고기와 새들의 수도 어마무시할 것이다. 그야말로 생명의 보고, 생명의 젓줄이다.
여기서부터 이곳의 진가가 발휘된다. 군데군데 놓여있는 벤치나 의자에 앉아 대청호를 바라보며 가만히 바람을 느끼는 것. 대청호 주변의 나무들에 연두가 발아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봐 주고, 큰 목련 나무에서 움이 트는 걸 응원해 준다. 호수 주변으로 벚꽃이 활짝 피면 얼마나 장관일지 상상도 해 본다. 걷느라 살짝 배어 나온 땀이 식도록 앉아있어 본다.
그러고는 또 조금 걷는다. 걷기 좋게 만들어 놓은 데크는 오르락내리락 평탄치 않다. 오르면 땀이 나고, 내려갈 땐 조금 식는다. 볕을 피할 곳이 없으니 몸의 열기가 점점 오른다. 시원한 음료 한 잔이 절실할 때쯤 카페가 보인다. 이름하여 <호수 위의 카페>다. 호숫가에 앉아 있으면 시원하고 좋지만 역시 볕이 쨍쨍이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 보니 2층이 조용하고 편안하다. 한꺼번에 몰린 주문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무척 길지만, 오히려 좋다. 편히 앉아 큰 창으로 대청호를 바라본다.
처음 이곳에 다섯 가구가 자리를 잡고 꽃과 나무를 심고 가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까지 그 다섯 가구의 집이 남아있고, 이 안에서 살고 있다. 그래선가 아침 10시부터 오후 6시 (동절기엔 5시)까지만 오픈한다. 그들에게도 삶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그 와중에도 예쁜 온실도 가꾸고 있고, 군데군데 꽃들이 만발하도록 심어 두었다.
척박한 돌산 사이에 생명이 피어있다. 여름엔 초록이 무성해지겠지.
한여름은 너무 더워 힘들겠지만, 여름이 끝날 무렵쯤 다시 오면 싱그럽지 않을까.
Tip. 모자나 양산을 꼭 챙겨가길 추천드린다. 그늘이 없어 쏟아지는 햇볕을 온전히 다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