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간섭단
우리 부부는 산책을 사랑한다. 정확히는 아마 나만 산책을 사랑할 것이다. 결혼 초, 남편은 집돌이였으니까.
"밥 먹었으니 나가서 좀 걷자!"
"싫어, 혼자 갔다 와."
남편은 침대와 한 몸이 되는 걸 사랑했다. 나는 자주독립적 여성이라 혼자 다니는 것도 (여전히) 사랑한다. 여행도 혼자, 밥도 혼자(는 좀 힘들었지만 지금은 잘 먹는다), 산책도 (여전히) 혼자 한다.
세월이 지나고 남편과 서로 좀 더 친해지면서, 우리는 집에 있는 시간만은 모든 걸 함께 하게 되었다. 주말 대부분을 산책으로 보내기도 한다.
큰 도로를 따라 쭉 걸어가 한강 둔치로 나가기도 하고, 아파트들 사이로 조성된 둘레길을 걷기도 한다. 빵 사러 프랑스인 마을까지 다녀오기도 하고, 서점 구경하러 혹은 중고 서점에 책을 팔러 가기도 한다.
지나가는 러너가 우스꽝스럽게 뛰면 남편은 꼭 따라해 웃음을 준다. 어떤 가게가 없어지고 인테리어를 새로 하면, "아.. 인테리어 사장님 부럽다. 또 돈 버시네..."라고 하고, 새로 오픈한 상점을 보면, "이번엔 또 얼마나 가려나..." 걱정해 준다. 그럼 옆에서 남편은 "네가 뭐하러 남 걱정을 해줘?"라고 핀잔을 주고, 나는 "회사원이 뭘 알겠니, 자영업자의 마음을..."하며 티격댄다. 어디는 뭐가 맛있긴 한데 지저분하다느니, 주인이 괴팍하다 혹은 프라이드가 너무 강하다!! 이런 대화를 하며 온 동네를 간섭하고 다닌다.
하지만 산책의 진짜 묘미는 말없이 함께 걷는 시간이다. 두 손을 꼭 잡고 옆에서 걷고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말이 필요없는 시간이다.
산책을 하며 사계절을 온전히 느낀다. 산책으로 인해 많은 추억을 함께 쌓아간다. 산책하다 발견한 유채꽃, 빨간 노을, 가을 단풍, 나뭇가지에 핀 눈꽃들이 우리의 기억에 하나씩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