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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웅 Nov 25. 2020

사람을 그리는 방법

글로 배우는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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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그리기, 급하지 않게 차근차근












그림을 그릴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관찰'이다. 



그리고자 하는 피사체의 선택이 끝나면 보이는 것들 중에서 무엇을 그릴지, 무슨 색으로 칠할지, 무슨 재료를 쓸지는 모두 관찰의 마지막에 따라온다. 


관찰의 시간은 아주 짧아 스쳐가는 순간일 수도 있고, 멍하니 바라보며 긴 호흡으로 가져가는 경우도 있는데, 나는 보통 후자 쪽의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 상황이나 분위기를 느끼며 천천히 생각을 정리하면 오히려 그림은 빠르게 그려진다.






뭔가 대단한 얘기를 할 것 같지만 점심시간 홍대 주차장길 끝에서서 어디가서 뭘 먹을지 상의하고 있었다.





그릴 장면을 보고 관찰을 했으면, 그 장면 안에서 무엇을 그릴 것인지 생각하자. 

음악에도 강약이 있듯 당신이 그리는 그림에도 강약이 있어야 한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자. 보이는 것들을 두 가지로만 나누어본다. 



그릴 것과 안 그릴 것




인물을 그린다면 더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 사람은 그리고 배경은 안 그리고. 

인물의 특징을 나타낼 수 있는 것이나 그 순간의 분위기를 나타내는 소품들 정도만 그려보도록 하자. 

눈에 보이는 사물의 디테일이 구분하기 힘들 만큼 복잡하거나 반짝 거린다 거나, 질감 표현이 어렵다면 과감하게 삭제하도록 한다.




모든걸 덜어냈지만 저 상향에서 방향을 얘기하고 있는듯한 화살표와 이러다 밤 샐것같아 길어진 그림자를 넣어봤다.  





그리고 싶은 장면 중 필요한 것만 남기고 덜어냈다면 이제 사람을 그리는 일만 남았다. 

사람은 어떻게 그릴까? 


이것도 아주 간단하게 생각하면 쉽다. 




보이는 그대로 그린다. 




어려운 말처럼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미 우리 머릿속에는 사람의 형상에 대한 각자 나름대로의 데이터가 있고, 그림을 그리면 자신만의 데이터가 눈에 보이는 것과 합쳐지는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나온다. 


인간의 몸은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우선 큰 덩어리들을 곡선으로 그려나가 보자. 

보통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그려나가는 성향이 있고 머리부터 그리는데,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큰 부분을 그리고 작은 부분을 하나씩 붙여 나가는 방식으로 접근해본다.




몸통의 위치를 잡고 머리와 팔 다리의 비율을 맞추며 그려나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이 덩어리들은 가이드일 뿐이다. 종이 위에 그린다면 가이드는 진하거나 두껍지 않게 연필로 그린다. 한 번에 형태를 다 잡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얇은 선으로 제대로 된 자리가 나올 때까지 그려도 괜찮다. 어차피 잘 못 그려진 선들은 나중에 지우면 된다.





일단 관찰을 통해 전체적인 형태에 집중하자.





덩어리가 잡혔으면 거기서 조금씩 형태를 깎아 나간다. 정확하게 맞추기 어렵다면 처음 잡았던 덩어리 감만 최대한 유지하면서 그리자. 초상화를 그리는 게 아니기 때문에 생김새를 똑같이 가져갈 필요가 없다. 이미 전체적인 피사체들의 덩어리감이 나오면 그 장면의 느낌은 충분히 전해질 수 있다. 관찰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면, 인물의 얼굴 형태, 그 위에 콧대와 눈, 입의 비율 정도만 어느 정도 맞추도록 한다. 


그 위에 라인으로 마무리 해줘도 괜찮다. 컬러링을 한다면 되도록 아웃라인을 잡아놓고 컬러링 후 라인을 다시 정리해보자. 




달 밝은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며 카페의 창 밖을 바라보는 기연씨를 생각했다. 그린 아이패드 사고 그린 첫번째 그림.




정리하자면 그리고 싶은 장면이 있다,  

장면을 관찰 -> 그릴 대상선정 -> 큰 덩어리 잡기 -> 작은 덩어리 묘사(라인드로잉) -> 컬러링 -> 마무리 덧칠 



어떤 이유에서건 그림을 그리기로 마음 먹었다면 바로 시작해 보자. 비록 이 행위가 당장 기쁨을 선사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고민할 필요는 없다. 그저 습관처럼 반복할 수 만 있다면 그만이다. 더 나아가 이 과정을 즐길 수 있게 된다면 그 그림이 당신을 기쁘게 만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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