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지우 Oct 04. 2022

글쓰기의 세 가지 시크릿코드

Photo by Aaron Burden on Unsplash


최근 글쓰기 강연을 다니면서 나만의 '시크릿 코드'처럼 이야기하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언제나 시간은 부족하고, 글쓰기에 대해 모든 이야기를 다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남기고 싶은 핵심을 간추리고 간추리다 보면, 이 세 가지로 수렴한다. 세 가지 원칙은 맥락, 대조, 정확한 솔직함이다. 


어떻게 글쓰기를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늘 이야기하는 건 '맥락'을 써보자는 제안을 한다. 자기만의 맥락을 쓰는 것이 글쓰기라고 말이다. 가령, '돌담에 핀 꽃이 예쁘다.'라는 문장은 그 자체로 별 가치가 없다. 모든 사람이 그 꽃을 보고 똑같이 쓸 수 있는 문장이기 때문이다. 대신, 그 꽃이 그 날 나에게 예뻐 보였던 그 자기만의 맥락을 쓸 때, 그 글은 그 사람만의 글이 된다. 


예를 들어, 그날따라 유난히 마음이 울적했고, 회사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가을의 초입이었고, 어젯밤에 남자친구랑 싸웠고, 그러나 길에 지나가는 사람들의 웃음 소리가 유난히 더 마음을 흔들어놓던 중, 매일 지나다니던 돌담에서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그 전까지 수십번도 더 지나간 길이었지만, 꽃이 핀 걸 본 적이 없었는데, 그날따라 그 꽃의 노란 색감이너무도 선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 앞에 바보 같이 한참 머물러 있었다. 지난 몇 년간 그렇게 예쁜 꽃을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이렇게 자기만의 맥락을 쓰면, 이제 그 글은 유일무이한 자기의 글이 된다. 


두번째는 '대조'를 쓰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글은 그 무엇과 싸우고 있다. 정확히 말해, 세상의 모든 좋은 글은 그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고, 그 메시지는 반드시 대립하는 다른 메시지에 발디디고 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나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해 쓴다는 것은, 내가 사랑이나 행복이라 생각하지 않는 것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뜻이다. 그렇게 나만의 사랑이나 행복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특히, 자기만의 글은 대부분 세상의 통념이나 누구나 당연시하는 것들과 싸우면서 만들어진다. 모두가 행복이 중요하다고 말할 때, 인생에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에 관해 이야기하면, 그 글은 고유한 가치를 얻는다. 모두가 돈이 최고라고 하는 시대에, 돈이 아닌 다른 가치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그의 글은 눈여겨 볼 가치가 있다. 좋은 글은 거의 항상 그 무엇과 직접적으로, 또는 간접적으로 싸우고 있다. 지난 주말의 소소한 행복의 가치에 관해 쓸 때, 나는 인생의 거창한 행복과 싸우고 있다. 


세번째는 그 모든 것과 어우러지는 내면이 '정확하고 솔직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고 솔직할수록 좋은 글이 된다. 가령, 우리가 부모에 대한 글을 쓴다고 하면, 초등학생은 부모님의 은혜에 대해 '존경'으로 끝맺는 클리셰적인 글을 쓸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인간이 그렇듯, 부모 또한 결점이 있고, 때론 나의 부모를 부끄러워하며, 누구나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은 기억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단순히 부모를 '존경한다'고만 쓰지 않고, '때론 나는 부모가 수치스러웠고, 때론 미웠지만, 그래도 여전히 존경한다.'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이 세 가지는 어디서 주워 들은 것도 아니고, 그저 계속 글을 쓰고, 또 글쓰기 모임이나 강의를 하면서 내가 나름대로 축약시킨 세 가지 글쓰기 '원칙'이다. 물론, 글쓰기에는 더 중요한 원칙들도 많을 수 있고, 사람에 따라서는 이런 원칙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어디에서나 글쓰기를 이야기할 때 이 세 가지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여전히 이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는, 글을 쓰고자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