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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01. 2021

글쓰기의 신비와 간절함


내가 느낄 때, 글쓰기에는 약간의 신비가 있다. 일종의 심증에 불과한 것이지만, 글쓰기에는 마음이나 영혼의 간절하고 진정한 욕망 같은 것이 나도 모르게 반영이 된다고 느낄 때가 있다. 그러니까, 내가 마치 감방에 갇히듯이 세상과 차단된 상황에서, 어느 타인들과 연결되기를 간절히 원하며 쓴 글에는 실제로 어느 타인들을 부르는 목소리가 담긴다. 그 간절함이 누군가를 끌어당기고, 읽게 하고, 답장을 쓰게 한다. 


반대로, 타인이 별반 간절하지도, 필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다소 자족하듯이 자기 안에만 몰두한 경우, 그 글쓰기에는 이상하게 타인들에게 닿지 않는다. 일종의 자기만족의 영역에 머무르게 되고, 실제로 그렇게 간절하지 않았던 만큼, 타인들도 굳이 그 글에 이끌리지 않는다. 거의 20여년간, 지금까지 써왔던 글이나 책의 역사를 생각해보면, 그런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실제로 글쓰기를 통해 영혼의 향기 같은 것이 뿜어져 나와서, 사람들의 영혼을 신비롭게 끌어당긴다고 믿는 건 아니다. 그저, 내 안의 어떤 간절함들이, 한 글의 첫 문장이나, 한 책의 첫 챕터부터 그 누군가의 마음에 적중할 만한 흔적들을 실제로 만들어내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그런 간절함 없이, 단지 내 안에 더 깊이 머무르기 위하여, 그저 내 안쪽만을 더 들여다볼 목적으로 써내는 글들은 첫 문장부터 그 누군가를 유혹할 만한 구석이 없다. 애초에 유혹을 바란 적 없는 몸짓은 그 누구에게도 유혹적으로 보이지 않곤 한다. 


아마 세상의 모든 일들이 비슷할 것이다. 누군가 나를 봐주길 바라며 카메라 앞에서 예쁘게 웃는 사람, 누군가 꼭 들어주길 바라며 목청껏 부르는 노래, 누군가 꼭 사주길 바라며 온 정성을 다해 만든 어느 공예품들은 그 누군가를 유혹하고, 그 누군가의 손길을 만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유혹의 바람 없이 취미 삼아, 아무런 결핍이나 간절함 없이 하는 일들은 그대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간절히 원하면 진짜 온 우주가 도와주고, 무조건 성공한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간절히 원해야만 풍겨져 나오는 유혹의 향기 같은 것은 존재하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간절히 닿고 싶은 글을, 그런 마음으로, 끊임없이 쏟아내면, 그 편지는 어딘가 닿는다. 실제로 내가 가장 갇혀 지내던 지난 몇년간, 내가 쓴 글은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다. 아마 사람들은 누군가가 쓴 글에서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나 흔적 같은 것을, 자신도 모르게 찾아낼 것이다. 그렇게 뻗어나간 마음은 어딘가 닿게 된다. 결국 글쓰기에도, 인생과 다르지 않게, 마음이 이끄는 여정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존재하는 것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실제로 나 또한, 어떤 글에서, 종종 그 누군가가 정말 간절히 닿기를 바라는 마음을 만난다. 그러면, 그 글을 읽어내지 않고는 지나칠 재간이 없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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