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가 있어서 무척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단순히 돈벌이가 아닌 것, 그 무언가를 위한 수단이기만 한 것이 아닌 것, 그럼에도 매일 이어가며 나를 자꾸 삶의 본질 쪽으로 끌어당기는 이 기묘한 행위가 내게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글쓰기가 없다면, 내 삶이 얼마나 가볍거나 공허할지를 아주 명료하게 알 것 같은 순간이 있다.
글쓰기는 때론 인기나 돈, 명예를 얻는 수단이 되지만, 적어도 내게 글쓰기는 오직 그런 것들을 위한 수단만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글쓰기로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이익 같은 것은 그리 크진 않아서, 글쓰기의 '다른 측면'에 비하면 부수적이라 느껴질 정도이다. 글쓰기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오히려 나를 그런 '현실적인 것들'에서 살짝 물러난 '삶 안쪽으로' 끌어당겨준다는 점이다.
세상에는 바깥으로 뻗어나가며 흥분을 얻는 종류의 일들이 있다. 방송에 나가거나 대중들과 만나며 끊임없는 도파민과 흥분, 화려한 자기 충족감의 싸이클로 빠져드는 일들이 있다. 혹은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출퇴근하며 매일같이 숙련해야만 하는 그런 종류의 일들도 있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상당히 자주 그런 세계로부터 물러나면서 내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대개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는 전진이다. 일 하나를 처리하면 다음 일이 있고, 다음 의뢰인이 있으며, 다음 사건을 만난다. 계속 나아가지 않으면 퇴보하고, 경력이 멈춰버리며, 사회와 현실의 어떤 흐름에서 쫓겨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어서 집을 사거나 차를 바꿀 수 있을지 궁리하고, 그렇게 계속 '다음의 욕망'을 쫓아간다. 유튜브를 찍건, 사업을 벌리건, 사람들을 만나건 그런 욕망의 연쇄, 추진, 전진의 싸이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글을 쓸 때는, 그런 현실을 잠시 멈추고, 하루의 세부들을 돌아본다. 내 안에 하루동안 들어온 인상들, 느낌들, 생각들을 다시 하나하나 더듬어간다. 어제의 기분, 사랑하는 사람의 웃음, 오래된 기억, 내가 정말 원했던 것, 잊고 있던 꿈, 나의 진실된 생각 같은 것들을 하나하나 불러온다. 이런 글쓰기는 내 삶의 우물 같은 느낌을 준다. 마을 전체의 생존을 책임지는 우물처럼, 내 삶을 책임져준다. 글쓰기가 있는 한, 나는 삶의 본질에서 '너무' 멀어지진 않는다.
대다수 유튜버는 구독자가 줄어들고 수익이 별로 창출되지 않으면 방송을 그만둘 것이다. 그러나 나는 책이 팔리건 팔리지 않건, 팔로워가 많건 적건 계속 글을 써왔고, 또 아마 계속 쓸 것이다. 그 이유는 글쓰기가 내게는 어떤 수단이 되는 지점을 아득히 넘어서버렸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의 99%는 돈이 되지 않았고, 90%쯤은 읽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글쓰기는 내게 그와는 다른, 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내게 '그런 것'이 존재한다는 게, 나의 존엄 같은 것을 지켜준다고 느낀다. 이것이 없다면, 나는 아마 강물에 휩쓸려가는 낙엽처럼, 훨씬 더 허상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