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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pr 17. 2023

살아갈수록 무턱대고 부러운 사람들이 없어진다


살아갈수록 무턱대고 부러운 사람들이 없어진다. 청춘 시절에만 해도, 세상에는 마냥 부러운 사람들이 있었다. 모든 걸 다 가진 것만 같아 보이는 사람들, 마치 천상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사람에 대해 알면 알수록, 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볼수록, 그렇게까지 부러워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느끼게 된다. 


엄청나게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은 그 자체로는 부러운 면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도 모든 건 다 가진 건 아니다. 대개 그 과정에서 건강이 망가졌거나, 그렇게 일하는 만큼 사랑을 하지 못하거나, 삶의 여백같은 시간을 누리지 못한 경우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끝없는 경력의 탑에 오르느라, 끝없는 자본의 축적에 골몰하느라 심신이 망가지거나 삶을 누리는 법을 잃은 경우도 많다. 


아주 인기가 많거나 큰 명예를 얻은 사람들도 마냥 부러운 경우가 별로 없다. 인기가 많고 인기에 목매고 인기에 의존하며 살아가는 사람일수록, 마음이 불안정하다. 막연한 타인들이 내게 보내는 사랑이란 늘 변덕스럽기 마련이다. 근본적으로 그런 것에 깊이 의존하고, 거기에서 자아 정체성을 얻는 사람들은 삶에서 깊은 안정을 얻기가 매우 어렵다. 조금만 인기가 떨어져도 극심한 우울감을 느낀다. 


너무 드높은 명예는 거의 필연적으로 '가장된 자기'와 연관된다. 사람은 누구도 좋은 면만 가질 수는 없기 때문에, 타인들이 존경하고 칭송한다고 하면 할수록, 그는 자기의 부족한 면, 부정적인 면, 나쁜 면은 숨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가 점점 정의로은 자기 자신, 훌륭한 자기 자신에 취하다가, 어느 순간 티끌같은 진실이 밝혀지며 추락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본다. 


특히, 사회적으로 대단한 영향력 같은 걸 행사하는 사람들은 인맥 관리에 목숨거는 경우가 많다. 매일 사람들 만나며 술마시고 선물 주고 받고 돌아다니기 바쁜데, 그렇게 해야만 그 자신의 인맥과 성공, 명예와 권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런 것도 거의 부럽지가 않다. 


반대로, 거의 매너리즘에 빠진 삶들도 적지 않게 보게 된다. 아무런 의미도 느낄 수 없는 일을 단지 의무감 때문에 하면서, 권태와 반복에 파묻힌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들의 삶은 안정적이긴 하지만, 깊은 기쁨과 가치를 못 느끼며 살고 있다고 스스로 말하곤 한다. 안정적으로 승진하고 크게 잃을 것 없는 삶을 살지만, 그만큼 특별한 기쁨도 없이 '그냥' 살아간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마냥 부러운 사람은 거의 없고, 대신 조금씩 부분적으로 닮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이를테면, 일을 하면서도 운동을 하며 몸을 챙기는 사람들을 보면, 그런 부분을 닮고 싶다. 자기의 커리어도 잘 챙기면서도 가정에 충실하며 더 나은 사랑을 고민하는 사람을 닮고 싶다. 자기 일을 마냥 지겨워하기 보다는 자기 일에서 재미와 가치를 어떻게든 찾아내는 사람을 닮고 싶다. 그런 조각조각들을 모아 내 삶을 잘 살면, 그것이 최선이라는 걸 알 것 같다. 


내 삶에도 많은 어려움과 결핍이 있고, 나는 다른 누구에게도 나와 같은 삶을 살라고 권하고 싶지 않다. 그저 저마다에게는 저마다에게 어울리는 방식이 있을 뿐이고, 내 삶의 방식은 단지 내게만 어울리는 방식이라 믿고 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재료들을 모으듯이 닮고 싶은 삶들의 부분들을 모아서 내게 가장 어울리는 나의 삶을 살고 싶을 뿐이다. 이 세상에 나에게는 내 삶보다 더 나은 삶은 없는, 그런 삶을 만들어가고 싶다. 내가 매일 배우는 건 나의 삶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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