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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04. 2023

내 마음은 없어? (feat.육아)

아이는 종종 "내 마음은 없어?"라며 운다. 다르게는, 나에게 와서 "아빠, 엄마가 내 마음은 없대."라며 울곤 한다. 무슨 말인지 들어보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일이 발생했을 때, 하는 말이다. "아빠는, 엄마는, 이렇게 하고 싶어. 그런데 이번에는 네가 양보해야 해."라고 했을 때, 가끔 아이는 "그럼 내 마음은 없어?"라며 따지는 것이다. 


셋이서 살다 보면, 셋의 마음이 충돌할 때가 생긴다. 아이는 놀아 달라고 하는데, 우리는 너무 많이 놀아줘서 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면 "지금까지 많이 놀아줬으니까. 이제 엄마 아빠는 좀 쉴거야. 그러니 그림 그리면서 놀고 싶어."라고 말하게 되고, 아이는 때로는 수긍하지만, 때로는 반발한다. 자기 마음이 있는데 어떡하냐고 호소하는 것이다. 


나는 때로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면 안돼."라는 법의 확립을 가르치는 것 못지 않게 이 타인의 마음을 알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느낀다. 보통 아이는 단순히 부모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 게 아니라, 부모도 복종해야 하는 더 상위의 법이 있다는 걸 이해하면서 성숙한다. 무조건 아빠 말 들어야 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들어야 하는 말(법, 윤리, 규칙, 원칙)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서, 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마음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원칙 못지 않게, 때로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나의 마음과 타인의 마음을 조율하는 법도 익혀야 한다. 사실 전자가 법과 현실의 영역이라면, 후자는 친교와 삶의 영역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더 미묘하게 익혀야 하는 것은 바로 이 후자의 영역에서 살아가는 법이다. 실시간으로 변화하고, 고정된 것 없이, 흘러가는 나와 너의 마음을 조율할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나의 의무와 너의 의무 목록을 만들어서 1000가지의 계약 조항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물론, 사랑에도 몇 가지 필수적인 의무는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실시간으로 당신에게 기울이는 마음이다. 사랑을 가르친다는 것은 바로 그런 마음을 알려주는 일이다.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니, 네 마음도 있고, 아빠 마음도, 엄마 마음도 있지. 그러니까 아까는 네 마음을 들어주었고, 지금은 아빠 마음을 들어주고, 다음에는 엄마 마음을 들어주자. 그러면 모두 한번씩 행복하겠지." 


아이에게는 형제가 없고, 대신 일찍부터 부모와 마음을 조율하는 게 중요하다고 느끼곤 한다. 때론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기도 하지만, 때론 조건부 사랑을 제시하고, 때론 대등한 사랑을 연습한다. 그 모든 일이 삶에서 배워야 할 감정 연습, 사랑 연습인 것이다. 한 사람도 빠짐 없이, 모두에게는 마음이 있다는 것, 살아가면서 아이는 그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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