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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Aug 07. 2023

매일 마음과 싸운다는 것


나는 매일같이 나의 마음과 싸우며 살아간다. 매일 써서 남기는 글들은 일종의 싸움 후 남은 전리품들이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면서, 회사에서 앉아 일을 하면서, 점심시간에 약속을 잡거나 혼자 걸으면서, 퇴근하는 순간의 노을을 보면서, 늦은 밤 취침을 앞두고서, 주말에 가족과의 하루를 보내면서, 내 마음은 늘 무언가에 부대끼고 있다. 나는 나를 여기 붙들어매기 위해 매일 싸운다. 


어쩌면 세상에는 나와 같은 마음의 부대낌 없이, 그저 속 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나와 비슷한 하루들을 보내지만, 그저 별 생각 없이, 그냥 다 그러려니 하면서, 마음과의 '전투'라기 보다는 그저 마음을 공기처럼 여기며 숨쉬듯 편안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을 법하다. 그러나 나는 그렇지가 못해서, 거의 매순간 마음과 크고 작은 아귀다툼을 벌이고 있다. 


어느 날, 마음은 내게 타인들에 대핸 편견을 속삭인다. 누군가를 낙인찍어라, 쉽게 규정하고 혐오해라, 누구를 멸시하거나 우습게 여겨라, 그런 팻말을 든 요괴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그러면 나는 그 녀석을 꺼내어 씻어 펴서 햇볕에 널어놓고 말려야 한다. 어느 날, 내 마음은 끝도 없는 허무함이나 공허감을 속삭인다. 그러면 나는 애써 이 삶의 희망들을 찾고, 애써 나아갈 길을 더듬어야 한다. 어느 날, 나의 마음은 나에 대한 미움을 가르친다. 그러면 나는 이 삶에 대한 사랑을 스스로에게 설득해야 한다. 


얼마 전, 여수의 유람선 위 갑판에 가득 모인 사람들을 보고서, 이 수많은 사람들이 다들 각자의 기억, 행복, 기쁨을 위해 분투하는 듯한 이 현장의 오묘함을 느꼈다. 여기 이 땅의 수천만 명의 사람들, 나아가 이 지구의 수십억 명의 사람들 모두에게는 아무래도 각자의 삶이 가장 소중하다. 그 한 번 뿐인 삶에서 어떻게든 조금 더 행복하고, 의미를 찾고자 저마다 전적으로 애쓰고 분투하고 있다는 게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다들 나와 같은 무게로, 이 삶의 온갖 복잡다단한 마음들을 짊어지고 있다는 것, 그런 삶들이 이토록 많다는 것, 그 무게로 지구가 가라앉거나 폭발해 버리지 않는다는 게 이상하게 신기한 것이다. 


모르면 몰라도, 한 인간의 마음이란 하나의 우주와 같아서 그것의 무게를 잴 수 있다면, 정말로 한 우주 만큼의 무게가 될지 모른다. 그 마음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들을 풀어헤치면, 한 인간당 달까지 닿을 법한 양피지 두루마리에 그 모든 마음들이 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저마다 그런 마음을 돌돌 말아 압축시켜 우리 안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런 존재들이 아파트 칸칸마다 들어 있는 것이다. 다들 자기 삶 하나 어찌 하기 어려워 그 모든 걸 견뎌내고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도 결국 이 삶 어찌 한 번 해보겠다고, 조금은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매일을 조금 더 좋은 마음으로 살아내보겠다고 하고 있는 일이다. 그리고 하나 더 바라는 것이라면, 이 '싸움의 여정'이 함께 이 동시대를, 오늘을, 여전히 함께 숨쉬며 살아가고 있는 어느 사람들에게도 조금은 도움이 되는 일이다. 결국 그런 것 때문에 글을 쓰는 것이다. 무슨 거창한 일을 해내겠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나도, 당신도, 살아있는 동안 이 삶을 조금 더 좋아하였으면 해서, 우리가 그런 삶을 만들 수 있었으면 해서, 매일 싸우고 오늘치 전리품을 남겨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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