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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Oct 15. 2023

10년 뒤를 생각하며 살아야하는 이유

10년 뒤에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 라는 질문은 삶에서 늘 지니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사소해보이는 이런 질문을 지니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10년 뒤의 모습은 정말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0년을 보고 무언가를 시작하고 이어가면, 거의 반드시 그것은 삶에 의미있는 무언가가 된다. 그러나 애초에 10년 자체를 보지 않고 살면, 그냥 오늘과 다르지 않거나, 오늘보다 못한 10년 뒤의 나를 만날 수도 있다.


오늘부터 10년 동안 기타를 치면, 나는 거의 반드시 기타를 잘치는 사람이 된다. 오늘부터 10년 간 글을 쓰면, 나는 거의 틀림없이 글을 잘쓰는 사람이 된다. 오늘부터 10년간 운동하면, 그렇지 않은 나보다 훨씬 체력도 좋고 건강한 사람이 된다. 그러나 10년을 보지 않고 하루하루만 살다 보면, 모든 게 부질 없어 보이고, 귀찮기만 하고, 미루기만 하며, 의미 없어 보인다.


글을 쓰는 일을 생각해보면, 오늘 한 번 글을 써볼까 하고 일기장에 몇 자를 끼적인다고 대단한 뭔가가 느껴질 리 없다. 글쓰기가 좋다는데 별 거 없네, 이게 무슨 의미가 있어, 별로 재미도 없네, 하고 금방 관두게 될 것이다. 일주일쯤은 의지력으로 해낼 수 있고, 한달쯤은 오기와 독기로 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 귀찮아서 그만두고 말게 될 것이다. 그 대신 10년 뒤를 보고, 10년 뒤의 관점에서 오늘을 보면서, 이렇게 10년쯤 하면 뭔가 있겠지, 믿을 수 있다면, 그것은 정말 '뭔가 있는' 일이 된다. 뭔가를 삶에 일으키고 만다.


어릴 적에는 대개 나이만 먹으면 무언가 된다. 가령, 5살에서 15살이 되면, 일단 신체가 엄청나게 자란다. 그리고 의무교육을 이수하면서, 대개 엄청난 정신적 성장을 한다. 글을 읽고 쓰게 되고, 숫자를 셈하고, 외국어를 알며, 상식이 늘게 되고, 저마다 잘하는 것 하나쯤은 생기게 된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세월이 흐르면 무언가 자연스레 얻고 달라질 거라 쉽게 믿는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 10년의 의미도 점점 달라진다. 25살이나 35살이나 45살이 그다지 다르지 않고, 크게 변하거나 성장한 것 없이 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자연스럽게 자라지 않는다.


오히려 어느 순간부터 인간은 자연스레 퇴보한다. 어릴 적에는 운동하지 않아도 놀다 보면 말랑말랑한 살밖에 없던 어린이에서 자연스레 근육이 붙은 청소년이 된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 운동하지 않으면 온 몸의 근육은 다 빠져버린 채 만성적인 체력 저하에 시달리게 된다. 자연스럽게 매년 배우는 게 늘었던 시기와 달리, 배움은 중단되고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지식 면에서도 별반 다를 게 없어지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돈을 벌고 하루하루 먹고 살아야 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나이가 들수록 10년 뒤의 나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나는 종종 45살의 내가 어떨지 생각하곤 한다. 혹은 어떻고 싶은지 생각한다. 이 모습 그대로 늙어가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잘 못하는 외국어를 능숙하게 되거나, 지금은 잘 못하는 운동을 잘하게 되거나, 지금은 잘 모르는 분야를 잘 알고 정통하게 되거나, 조금 더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내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싶기도 하다. 그렇게 10년 뒤에 만나고 싶은 나를 향해 한 해 한 해 다가간다는 마음으로 쌓아갈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10년 뒤에 이상적인 나를 만나진 않겠지만, 적어도 그것이 나를 퇴보에서는 막아줄 거라 생각한다.


10년이 너무 멀어 보일 수 있지만, 막상 10년 뒤가 되어보면 언제 10년이 지났나 싶을 것이다. 10년 뒤를 보면서 쌓아가는 무엇이 있다는 건 터무니없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10년 뒤의 나는, 무엇이 되었든, 10년 전에 무언가를 시작하겠다고 결단내린 나를 칭찬할 것이다. 30살에 학점 관리 열심히 한 20살의 나를 칭찬할 순간이 있듯이 말이다. 10년이면 무엇을 시작하든 잘하게 될 수밖에 없는 기간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금방 흐를 세월이자, 만족감으로 다가올 시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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