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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Nov 07. 2023

성공할 자신은 없다


"성공할 자신 있어요?" 누군가 내게 물었다. "아뇨, 성공할 자신 같은 건 없죠." 나는 그렇게 대답했다. 성공할 자신 같은 건 없었다. 로스쿨을 들어갈 때도,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매번 책을 출간할 때도 성공할 자신 같은 건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언제나 하나의 확신은 있었는데, 내가 온 마음을 다할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까지는 포기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이었다.


퇴사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것은 국선변호인에 신청하는 일이었다. "지옥에 가지 않을 변호사는 국선변호인 뿐"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그 말의 진의를 알고 싶었다. 물론, 사선 사건도 같이 하긴 할테지만 국선변호인의 일이 어떻기에 변호사들 사이에서 그런 말까지 있는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공할 자신은 없다. 그러나 내가 태어나서 한 번 뿐인 삶에서 나의 일과 직업을 선택하는 것인데, 그 일의, 그 직업의 의미 만큼은 더 잘 알고 싶다는 마음은 있다. 그래서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길이 내 일의, 내 삶의 의미를 더 잘 알아가게 되는 길일 거라는 데 대한 자신은 있다. 나는 원래 성공에 대한 과대망상적인 확신이 아니라, 그런 쪽의 자신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로펌에서는 주로 기업이나 기관 법무가 많았다. 저작권, 개인정보, 데이터, NFT, 배임과 횡령 등이 주된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상대적으로 정말 '사람의 일이'랄 것에 깊이 몰두해볼 일은 다소 적었다. 그런데 내가 지적인 전문성을 쌓아가는 측면과 별개로, 진심으로 일하게 되는 일들은 확실히 '사람'의 무언가와 관련된 경우가 많았다. 처음 무죄를 받아내고, 또 무혐의를 받아내고, 조정에 성공했을 때, 사람이 전했던 진심어린 기쁨과 안도는 꽤나 잊기 힘든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름의 여정을 찾아가보기로 했다. 사실, 회사를 다니는 동안 거절할 수 밖에 없었던 제안과 만남들도 많았다. 강연이나 기고만 해도 절반쯤은 거절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런 손들을 다시 잡아나가볼 생각이기도 하다. 여러모로 부지런히 세상을 거닐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나의 역할을 찾고, 삶의 의미를 얻는 연습들을 이어나가볼까 한다. 내가 찾는 건 '업계 탑'이 되는 성공 같은 게 아니라, 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거닐고 삶을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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