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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an 08. 2024

꾸준함이 전부다 feat. 글쓰기, 윤종신

폴인


얼마 전, 윤종신이 '월간 윤종신'을 했던 이유에 대해 말한 인터뷰를 보았다. 윤종신은 "평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월간 윤종신을 진행했다고 했다. 매번 앨범을 낼 때마다 차트 순위에 목숨 걸고, 마케팅비를 쏟아 부으며 휘둘리는 것보다, 그냥 매달 자신의 곡을 꾸준히 내어놓는 게 훨씬 '편안'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흥하든 말든, 어차피 매달 곡을 만드는 일은 달라지지 않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에 무척 공감했던 건, 어느 순간 나도 그냥 글쓰고 책쓰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요즘 사람들은 SNS '좋아요'에 연연한다고 하는데, 나는 좋아요 수 같은 것에 크게 신경쓰진 않는다. 어차피 매일 쓰는 거니까, 좋아요가 많다고 글을 더 쓰고, 적다고 덜 쓰진 않기 때문이다. 물론, 좋아요가 많으면 '좋은 글이었나보다' 하고 궁금해진 면이 있고, 적으면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하는 글이었나보네' 하고 생각해보게 되긴 한다. 그러나 그 뿐, 별로 중요하지 않다.


책을 내는 일도 마찬가지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책이 많이 팔리나 적게 팔리나, 어차피 매일 글쓰고 매년 책 내다보니, 한 권 한 권의 판매량 같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역시 책이 조금 잘 팔린다 싶으면 기분은 좋고, 책이 나오면 열심히 홍보도 하지만, 그것이 내 삶을 어떻게 좌지우지 하는 건 아니다. 그냥 쓰고, 그냥 내는 거다. 이 흐름은 내 삶에서 거의 정착하게 되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나는 삶에서 꾸준함을 만드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뉴스레터 2개를 운영하는데, 둘 다 흥행시키는 게 목적이라기 보다는 꾸준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 그래서 책 추천 뉴스레터(세상의 모든 서재)는 한 달에 한 번 발행으로 쿨하게 빈도를 줄였다. 작가들과 함께하는 뉴스레터(세상의 모든 문화)도 5주에 1번으로 1인당 연재 횟수를 적게 잡았다. 그러니 다들 부담없이 '꾸준한' 발행이 가능해진다. 관건은 꾸준함이지 폭발적인 성공이 아니다.


변호사사무실도 마찬가지로, 단기간에 여기저기 무차별적인 마케팅으로 사건을 쓸어담는 게 아니라, 그저 꾸준하게 조금씩 나의 일을 정착시켜 나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꾸준히 한 사건 한 사건, 한 땀 한 땀 잘 해나가면 그것이 나의 일이 되고, 명확한 정체성도 생겨나갈 것이다. 유튜브도 근사한 컨셉을 잡고 거창하게 시작하는 게 아니라, 그냥 한 1년 하면서 뭐가 됐든 영상 한 50개쯤 찍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다음 일은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다. 관건은 꾸준함이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어느 날 눈 맞아서 불타오르거나 한 시절 신나는 일을 하며 같이 보낼 수 있겠지만, 꾸준함이 없으면 관계는 거기에서 끝난다. 그러나 1년에 한 번일지라도, 서로 연락하여 챙기고, 꾸준하게 이어가는 관계는 삶의 중요한 기반이자 힘이 된다. 꾸준하게 나의 일을 하고, 나의 흐름을 갖고, 나의 삶을 이어가는 것, 그래서 타인들에게 지나치게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의 중심을 얻어가는 것이 삶을 지킨다는 건 거의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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