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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Mar 08. 2024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한 주의사항

Unsplash의Tierra Mallorca


HUG 전세피해 지원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전세피해나 사기 형태를 상담하고 있다. 지금의 전세피해는 상당수가 2~3년 전 부동산이 고평가되고, 전세매물이 줄어들 때 발생한 것이다. 심하게는 전세보증금의 절반 이하로 매매가가 떨어진 경우도 즐비한다. 이런 경우, 사실상 구제책이 요원하다. 그래서 피해를 방지하려면, 들어갈 때부터 매우 주의가 필요하고, 주의사항 몇 가지를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았다.


1. 말을 믿지 말고 눈을 믿어라


피해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세 계약 당시 집주인과 부동산의 말을 그냥 믿었다는 경우가 매우 많다. 그러나 정작 문제가 되면, 당시 집주인과 부동산은 연락도 되지 않고,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주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표적인 게, 이 물건은 '깨끗'하다든지, 선순위 다른 '저당권'이 없어서 들어오시면 1순위 된다는 식이다. 사람이 눈 앞에 있으면, 설마 거짓말을 하려나 싶지만, 엄청나게 거짓말을 많이 한다. 의심해야 한다.


대신 등기부등본을 떼보고 갑구의 소유권자가 계약하려는 임대인이 맞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을구를 보고, 근저당권 등이 잡혀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말을 그냥 믿지 말고, 가능하면 녹음을 해두거나 문자로라도 남기게 해야 한다. 수 억 원이 오가는 현장에서 착한 마음으로 믿으면, 몇 년 뒤 뼈저리게 후회하며 진퇴양난에 빠진 피해자가 될 수도 있다.


2. 전세가는 매매가의 60%까지


전세 피해자들의 상황을 보면, 대부분 전세 보증금이 전세 당시 매매가의 90% 내외로 육박한다. 최근에는 매매가가 다 떨어져서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를 초과하면서 피해자가 되었다. 심지어 1억 5천 하던 오피스텔이 5천 만원까지 떨어져서 전세 보증금의 절반도 안 되는 경우까지 봤다. 


그러니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때가 오더라도, 전세 보증금이 매매가의 90%에 육박하는 전세 계약은 웬만해선 피해야 한다. 단적으로, 나 같으면 절대로 하지 않는다. 나라면, 아무리 절박해도 절대 전세가율이 70% 넘어가는 곳과는 계약하지 않겠다. 매매가라는 것도 당장 거래가 활발하여 최근의 실거래가가 있으면 모르겠으나, 대부분은 과거 매매가나 호가로 형성되어 있고, 실제 부동산 가격보다 뻥튀기되어 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매매가에 비해 전세가는 60% 이하에서 맺는 게 적절하다.


3. 임차권등기명령은 최후의 생존수단


전세를 들어갈 때 전입신고하고 확정일자를 받아야 한다는 건 너무나 자명하고,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고 있는 부분이다. 문제는 전세가 끝나고 나서인데, 계약 해지 시점에서 임차권등기명령을 해두는 건 나중에 최소한의 돈이라도 건질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 된다. 그러니 임대인이 계약 해지 날에 보증금 반환을 못 해주면, 임차권등기명령을 꼭 해야 한다. 


다만, 한 가지 예외가 있는데, 임대인이 사기꾼이 아니고, 여전히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높게 유지되고 있으며, 내가 들어갈 때의 전세가에 비해 현재 전세가가 많이 떨어진 상황이 아니고, 대출 연장이나 이자 등이 당장 크게 문제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이후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도 때로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임차권등기명령이 부동산에 생기면, 웬만해서는 임차인들이 새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고, 최후에는 경매를 넘기는 것밖에 방법이 없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경매를 넘겨서 보증금을 다 받을 정도의 낙찰가가 나오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향후 임차인이 들어올 때까지 한 동안은 기다려주는 게 오히려 나은 경우가 있다(다만, 이 때도 계약 연장은 함부로 동의하면 안 된다). 그래서 때론 이런 전략에 관해서는 변호사랑 상담할 필요도 있다.


4. 보증금반환보증보험은 반드시 들어야 한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보험 비용이 아까워서 설마 하고 들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전세 피해 구제는 보증보험을 들었느냐 마느냐로 갈린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문제다. 문제될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드는 게 낫다. 문제될 가능성이 1%도 없는 경우가 있을까? 거의 없다. 


그러니 내가 전세 피해 만큼은 반드시 막고 싶다면, 보증금반환보증보험을 드는 것만큼 안전한 것도 없다. 물론, 이 때도 주의할 점은 있다. 이를테면, 전세가 묵시적 갱신으로 연장되더라도 보증보험까지 연장되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그래서 보증보험이라는 가장 강력한 방어 수단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한 순간 잃어버리는 일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전세 연장을 할 때 보증보험 연장을 절대 잊으면 안된다. 


*


전세 피해 관련해서는 책 한 권도 쓸 수 있을 정도로 할 이야기가 많은데, 최근 피해 관련 지원을 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점 몇 개만 골라보았다. 전세 피해가 발생하고 나면, 온전한 구제가 쉽지 않은 경우가 정말 많다. 피해 이전에 주의하는 게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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