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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Jul 11. 2024

아이 키우는 거 너무 재밌어

"아이 키우는 거 너무 재미있는 것 같아."


요즘 아내와 종종 나누는 말이다. 얼마 전, 우리 셋은 노량진 수산시장에 처음으로 놀러 갔다. 요즘 대게가 싸다는 얘기를 듣고 간 것이었는데, 아이는 처음 가 본 수산시장을 아쿠아리움보다 더 재밌어 했다. 돌아다니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낙지나 문어, 상어, 랍스터 같은 것을 한참 구경했다.


놀랐던 건 시장에 있는 분들이 다 하나같이 친절해서, 아이에게 낙지를 만져봐주게 하고, 문어를 키울 수 있냐는 말에 한참 대답해주기도 하고, 심지어 대게를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도와주기까지 했다는 점이다. 집집마다 다 뭐라도 사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하나 같은 친절과 아이에 대한 환대가 참으로 감사했다.


아이 하나가 있음으로 해서 세상의 풍경이 달라진다. 우리 둘이서 갔다면, 그냥 뭐 살 거 있냐는 질문이나 듣다가 대게 한 마리 먹고 왔겠지만, 아이가 있으니 그곳은 아쿠아리움보다 즐거운 경험의 장이 되었다. 별 의미 없었을 대게 먹은 저녁 하루가, 아이 덕분에 즐겁고 설레는 나들이가 되었다. 아이는 돌아오는 길에 내일 또 시장에 가자고 했다.


그 전날에는 아이랑 같이 동네를 걷다가 하수구에 빠진 매미를 구해주기도 했다. 굼벵이 껍질이 하수구에 있는 걸로 봐서는, 아마 굼벵이가 나와서 기어가다가 하수구에 빠졌고, 하수구 안에서 매미가 된 모양이었다. 장마였기에 하수구에서 꺼내주지 않는다면 금방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는 하수구를 잠깐 열어 매미를 꺼내주었고, 매미는 하늘로 날아갔다. 곧 맴맴 우는 소리가 들렸다. "매미가 고맙다고 우리한테 인사하나봐." 우리는 정말로 그렇게 믿었다.


아이가 없었다면, 별 이벤트 없이도 흘러갔을 수 있는 그런 나날들이 작은 이벤트들이 된다. 물론, 아이 키우는 거 힘들고 어렵지 않느냐고 하면, 지금까지 힘들었던 이야기로 책 한 권은 쓸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우리는 아이가 있는 '재미'가 더 좋고, 그런 즐거움에 집중하려는 편이다. 시장 간 다음 날에는, 아이 데리고 둘이서 워터파크를 갔다. 두어시간 놀아주니 허리까지 아프고 힘들어서 그만 놀고 집에 가서 책이나 읽고 싶었지만, 그래도 물에 홀딱 젖어 깔깔 웃으며 장난치는 아이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세상에서 이보다 예쁜 건 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두살일 때는 세살 되는 게 아쉬웠고, 다섯살일 때는 여섯살 되는 게 아쉬웠지만, 막상 또 이렇게 아이가 훌쩍 큰 지금도 사랑스럽고, 귀엽고, 여전히 즐겁다. 오히려 요즘에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고 함께하는 맛이 있다. 내가 조금 더 부지런하여서, 아이에게 배드민턴, 야구, 인라인 스케이트, 피아노 등을 더 잘 가르쳐주면 좋겠다 싶기도 하다. 삶을 풍요롭게 하는 건 부지런함 뿐이다. 더 부지런하게 사랑하고 삶을 누려야 한다.


키우던 사슴벌레가 죽었다며 엉엉 울면서 사슴벌레에게 편지쓰는 아이도 귀엽고, 줄넘기가 재밌다면서 연신 팔을 파닥파닥 거리면서 벌새처럼 돌아다니는 아이도 사랑스럽다. 아이가 있어서 이번 주말 또 얘 데리고 뭐하나, 고민이지만, 덕분에 또 재미쓴 일들이 일어나지 않나 싶다. 가끔 나는 우리가 '보노보노' 친구들이 된 게 아닐까 싶을 때가 있다. 보노보노, 포로리, 너부리를 보면, 매일 오늘은 또 뭐 재밌는 게 있을까 두리번 거리면서 바위를 뒤집거나 여행을 떠난다. 아이는 그런 삶을 흉내내볼 수 있는 좋은 핑계가 된다.


"기적이 일어나서 금방 마법처럼 행복이 찾아오면 얼마나 좋을까?" 보노보노의 노래 가사가 던지는 질문에, 이렇게 답할 수 있을 듯하다. 셋이서 손을 잡고, 담벼락에 벌레를 찾고, 시장의 문어를 찾고, 바다의 낙지를 찾아 떠나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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