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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지우 Feb 17. 2021

삶의 두 가지 방향



삶에는 어쩌면 크게 두가지 방향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나는 싫어하는 것이 많아지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아지는 삶이다. 물론, 싫어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 모두 많아지거나 적어지는 삶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넓은 틀에서 두 삶의 경향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면, 나는 좋아하는 것이 많아지는 삶을 살고 싶다. 좋아하는 책도, 음악도, 사람도, 공간도 조금씩 많이 알아가고 싶다. 




아마 세상에 싫어하는 것만이 점점 많아지는 삶은 확실히 존재하는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사람들도 다 싫어지고, TV 프로그램도 다 지겹고, 더 새로워서 좋아한다고 느껴지는 감정도 없이, 권태와 환멸 속으로 잠겨들어가는 삶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그런 삶은 살고싶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다. 내가 예전에는 몰랐던 삶의 좋은 것들을 많이 알게 되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기를 바라게 된다. 




그리고 대개 새롭게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새롭게 무언가를 알게 되어간다는 것과 거의 일맥상통하는 듯하다. 몰랐던 음악들, 요리들, 장소들, 사람들, 분야들을 알아가는 것 자체가 그 무언가를 점점 사랑하게 되는 일인 것이다. 이런 일에는 무엇보다 의지가 필요하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삶이 이성과 감정, 의지로 이루어져 있다면, 나는 때때로 그 중에서 삶을 '만들어내는' 데는 의지가 가장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한다. 의지를 통해 알아가고 사랑하는 것들을 만들어나가면, 그것이 곧 삶이 되고, 삶의 의욕이 되고, 삶의 생명력이 된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면, 삶이나 세상의 온갖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사람 보다도, 나에게 내가 모르는 새로운 영역을 열어주고, 그래서 내가 새로운 것을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이다. 물론, 때로는 부당한 세상이나 잘못된 사회에 대해 함께 비판하면서 마음의 중심을 다져나가는 것도 좋다. 그러나 역시 함께 이미 아는 것을 비판하는 데만 골몰하는 것보다는, 그를 통해 알게 되는 또다른 세계에 대한 감각도 주는 사람들을 사랑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방식이 내 삶을 더 가치있게 만들어준다고 느낀다. 




삶에 대한 사랑은 내면에서부터만 터져나와서 스스로 자족하듯이 얻어낼 수 있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삶은 길가의 조약돌을 주워모으듯이 그렇게 나의 외부로부터 차근차근 걸어들어오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열어보인 세계, 아이가 열어보인 세계, 그 누군가의 제안으로 들어선 세계, 그 누군가가 전해준 세계의 이면, 그런 것들이 나를 지치지 않고, 이 삶을 사랑하고 알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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