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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에 강박적인 사회

by 정지우

최근 우리 사회에서 '노화'가 큰 이슈다. 다들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노화를 늦출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피부 노화, 육체 노화, 정신 노화, 뇌 노화 등 잘못하면 '빨리' 늙을지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도 상당히 확산되고 있는 듯하다. 반대로 '잘만 하면' 천천히 늙거나 안 늙을 수 있다는 믿음도 반대 방향으로 확산된다.


물론, 삶에는 안 좋은 습관들이나 좋은 습관들이 있을 것이다. 나쁜 건 덜 먹고, 운동 열심히 하고, 책도 읽고 생산적인 활동도 하면 좋다. 그러나 내가 생각할 때, '노화'에 대해 알아야 할 상식은 그 정도면 충분하다. 강박적으로 일상의 모든 것들에 대해 따지면서 하나하나가 다 노화와 직결되고, 어떤 건 아니라는 식의 접근은 과도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마치 타인의 비말 하나에 코로나가 묻어 있을까 걱정하던 시대의 불안처럼, '노화 펜데믹'이라도 온 듯한 과민반응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노화라는 것은 과연 그만큼 신경써야 하는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요즘 릴스나 쇼츠 등에서는 '30대처럼 보이는 50대, 딸 친구처럼 보이는 엄마, 청년처럼 보이는 아저씨.' 같은 영상들이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나는 자기 나이에 맞는 외모, 분위기, 성숙함, 나이듦의 느낌 같은 것을 적절히 가지는 것이 좋지, 무조건 1살이라도 더 어려보이는 느낌이 좋다는 이런 식의 문화가 그닥 취향에 맞지는 않다. 자기 나이에 맞는 내외적 성숙으로 향해가는 게 자연스럽고 인간다운 게 아닐까.


적어도 나는 삶에서 중심에 두어야할 일은 필사적으로 노화를 막고 한 살이라도 더 어려보이거나 어려지기 위해 애쓰는 건 아니라고 믿고 있다. 때로 삶에서 그보다 훨씬 중요한 일들을 하다보면, 자연스러운 노화를 맞이하기도 한다. 중요한 일에 몰두하고, 가치 있는 일에 헌신하며, 오늘 하루를 사랑하는 여러 방식들 속에서, 피부는 타들어가고, 뇌는 과도하게 쓰일 수도 있다. 말하자면, 마치 염색하여 화학적으로 보존하는 프리저브드 플라워처럼, 나 자신을 대하면서 '보존'에 온 신경을 쓰는 것이 삶에서 중심이 될 만한 일일까?


작가들 중에는 작품 하나 탈고하고 나면 폭싹 늙는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어린 아이와 한 세월, 바닷가를 실컷 뛰어다니고 남들 눈치보다는 눈 앞의 순간들에 집중하다 보면, 역시 금세 세월이 흘러 누가 봐도 '아빠, 엄마'가 되어 있기도 하다. 삶에는 더 자연스레 집중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러다 보면, 때론 빨리 늙을지도 모르고, 때론 고고히 유지하며 시간이 흘러갈지도 모른다. 세월은 막을 수도 없고, 막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오히려 삶을 담담히 받아들이며 나아가는 것이 더 귀중한 태도일 수 있다.


물론, 그렇다 해도, 운동은 해야 한다. 가능하면, 인스턴트나 당분과 나트륨이 과다한 음식 보다는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책도 읽고 좋은 취미도 가지면 좋다. 그건 꼭 빨리 늙지 않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좋은 삶의 균형을 위해 챙겨야 할 기본 상식 같은 것이다. 딱 그 정도면 좋을 듯하다. 몇 가지 좋은 습관들을 챙긴 다음에는, 내 삶에서 더 중요한 것들을 향해 과감히 나아가고 집중하면 어떨까 싶다. 각자의 삶에는 진짜 해야할 일들이 있다. 프리저브드 플라워가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기 보다는, 내 삶에서 내가 피울 수 있는 진짜 꽃을 피우고, 질 때는 후회 없이 져야 한다. 그것이 한 생명에게 주어진, 진짜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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