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통근길에 마크 밴호네커의 <비행의 발견 : 하늘길을 찾는 파일럿의 여정>을 읽고 있다. 지하철에 오르자마자 책을 펴면, 내릴 때쯤에 한 챕터를 끝낼 수 있을 정도로 분량이 적당하다. 전문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이 책의 문장들에 빠져 있는 동안엔 마치 난 땅굴 속을 달리는 지하철이 아닌 창공을 유영하는 비행기 안에 있는 듯하고, 어느 생경한 도시를 향해 위도와 경도를 가로지를 때 느낄 법한 기분 좋은 감각들이 소환된다. 물론 착각이다. 난 비행이 기분 좋았던 적이 거의 없으므로. 비행기 안에서는 모든 것이 불편하다. 앉아 있는 것도, 서 있는 것도, 먹는 것도, 자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도, 음악을 듣는 것도 모두 다. 난 이륙과 착륙 사이의 모든 순간이 힘들어서 출발지의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진이 빠진다. 안전벨트의 버클을 조임과 동시에 눈을 감는데, 쉬이 잠들지 못하면 그만한 낭패가 없다. 그러니 이 책이 소환하는 감각은 미화된 것, 그저 착각일 뿐.
그러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매력적인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는 사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덕업일치를 이뤘기 때문. 비행기에 대한 오랜 덕질이 결국 그를 파일럿이 되게 했고, 보통 사람들의 흔한 고민, 즉 "'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하나요?"와 "직업이 되어 버리니까 좋아하던 일이 싫어졌어요. 어떡하죠?"가 비껴간 삶을 살고 있다. 부럽다. 물론 탈 것으로써 비행기가 지하철보다 좋은 이유가 하등 없는 내게도, 그 탈 것의 여정이 여행길이냐 출근길이냐 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사실 출근길보다 퇴근길이 힘든 요즘인데, 밤새 비 온 뒤 맑게 갠 아침 하늘처럼 쾌청하게 리셋된 상태로 집을 나섰더라도 출근과 퇴근 사이 어느 즈음에 기분을 팍 잡쳐 버리는 날들이 많아서. 차라리 난기류를 만나 몹시 흔들리는 비행기 안이 더 낫겠다. 아, 그럼 그 감각이 착각이 아닌 건가. 뭐든 상대적인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