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커피와 담배>, 일요일은 <천국보다 낯선>. 짐 자무쉬와 함께 한 주말 저녁.
별세계를 찾는데 실패한 별 볼 일 없는 청춘들은 결국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워대며 별 거 없는 말들이나 주워섬기는 지구별의 별별 사람들이 된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우습기도 하지만 짠한 느낌이 드는 건,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겠지. 영화 속의 그들도, 영화 밖의 나도 여전히 별 일 없이 산다.
아무튼 이 두 편의 영화는 내 삶 어느 즈음에 잠깐 머물렀다가 스르륵 사라져 버린 어떤 음악들을 떠오르게 했다. 먼저 <커피와 담배>는 해리빅버튼의 'Coffee, Cigarettes and Rock'n'roll'을. 아마 제목 때문이겠지. 약 5년 전쯤 어느 락 페스티벌(펜타포트?) 이후 한동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고 지루하게 이동해야 하는 순간이면 절로 꺼내 들었다. "Coffee나 Cigarettes만큼 중독적인 Rock'n'roll 곡을 만들겠다."라고 작정한 뒤 탄생시킨 게 분명한 기타 리프와 가사(+보컬 목소리) 때문에. 그리고 <천국보다 낯선>은 다이나믹 듀오의 '신나?(우리가 누구?)'를. 아마 가사 때문이겠지. 약 15년 전쯤 학교 축제를 계기로 다이나믹 듀오 1집 앨범에 열심이었는데, 이 곡이 다른 곡들에 비해 가장 오랫동안 내 플레이리스트에 오르내렸다. 청소처럼 귀찮은 거 할 때 크게 틀어 놓으면 없던 의욕이 생긴다. 어쨌든 이 두 곡을 다시 찾아 들으니, 까딱까딱, 흔들흔들, 여전히 흥이라는 것이 폭발한다.
별 일 없이 사는 요즘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가장 신나는 곡은 BTS의 '불타오르네'. 한 25년 뒤에 어떤 영화를 보다가 이 곡을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지. … 짐 자무쉬 영화는 아닐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