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나를 배반했다. 많은 것들이 내게 등을 돌렸지만, 가장 큰 배신자는 나였다. 8월은 아니었지만, 9월은 울 이유가 있었다. 많았다. 거리에서, 버스에서, 카페에서, '자기만의 방'에서, 난 언제나 '울기 직전'이거나 '우는' 상태였다. 처음으로 몸이 아닌 다른 것을 고치러 전문의를 찾아갔다. 스스로와 화해하기 위한 최소한의 성의로 몇 봉지의 약값이라도 지불하고 싶었기에.
GV 때문에 날짜를 맞춘 거지만 어쨌든 그런 9월의 마지막 날 본 영화는 <메기>. 검거 또는 누명의 대상이 되어 거대한 싱크홀 저 깊이 처박힌 것도 나고, 낭떠러지 끄트머리에 쪼그려 앉아 믿음 또는 의심의 눈으로 아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것도 나네. 구덩이에 빠졌을 때 해야 할 일은 더 구덩이를 파는 것이 아니라 재빨리 빠져나오는 거라지만, 과연 어떻게? 내 손에 쥐어진 건 썩은 동아줄도 지푸라기도 아닌, 크고 튼튼한 삽인데. 일단 신뢰하는 작은 내가 불신하는 큰 나를 안아주자. 10월은 안아주는 쪽의 덩치를 조금씩 더 키워보는 걸로 하자.
사람들이 <메기>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영화관에서). 오열과 통곡의 9월이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날에 박장대소할 수 있었던 건 이 영화 덕분이었다. 영화 속 구교환 님을 보고 웃지 못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그분, 내가 안아주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