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하게도 여러 명의 내담자들이 공통된 주제를 이야기할 때가 있는데, 한동안 그것은 '죽음'이었다. 배우자의 죽음, 부모님의 죽음, 사고로 인한 죽음의 목격 등등.
죽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인간은 별 도리가 없다. 죽음을 앞둔 사람이든, 그걸 지켜보는 사람이든, 예견된 죽음이든, 아니든. 아무리 건강 관리를 잘 해온 사람이라 해도, 코 앞에 닥친 죽음 앞에서는 아직 걷지 못해 도망갈 수 없는 어린 아기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인생은 참으로 부조리하다.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야 하는데, 노력의 정도와 결과물이 항상 비례하지는 않는다. 덜 노력한 사람들이 더 잘 살기도 한다. 모든 이야기가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삶 속에서, 예상치 못한 불행과 고통이 찾아오기도 하는 삶 속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자신에게 좋은 것들을 골라주는 일. 좋은 음악을 듣고, 냄새만 맡아도 행복해지는 빵집에 가고, 안온한 자연 풍경을 보는 일. 오늘도 수고한 내 몸에 향이 좋은 바디로션을 듬뿍 바르고 따뜻한 차를 마시며 마음을 고요하게 만드는 일. 나와 마음의 결이 잘 맞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일.
부조리함 속에서도 나 자신에게,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온기를 전해주자. 그래야 우리는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