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도, 내 소원, 내 바람.
나는 종교가 없다. 전혀 없다고 할 수도 없는 게 이력서나 어디 종교를 쓰는 칸에는 가톨릭이라고 쓴다. 나의 의지가 아닌 부모에 의해 있었던 종교로 빈칸보다는 쓰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꼭 채우는 한 칸 중 하나다. 바로 코앞에 있는 성당조차 나가지 않으면서 습관적으로 쓰는 칸이기도 하다.
몇 번을 성당에 다시 다녀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믿음이라는 게 쉽게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믿음이 있다 믿었다 아니라는 걸 깨달은 나에게는 그저 칸을 채우기 위한 용도밖에 되질 않았다. 종교란 나에게 그런 존재다.
어릴 적, 할머니는 동네 교회를 다니셨다. 나는 태어나서 바로 성당에서 유아세례를 받았지만, 나의 부모는 나를 돌보지 않았기 때문에 할머니 손에 이끌려 교회를 다녔다. 어린 맘에 진짜 하나님이 있고, 예수님이 있다 생각했다. 기도를 하면 내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다. 하지만 매일 기도해도 들어주지 않았다.
조금 더 큰 후에는 아빠의 등살에 성당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그때 역시 마찬가지였다. 기도문을 외우고, 시험을 보고 영성체를 받았음에도 나의 기도는 그 누구도 들어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땐 잘 생긴 오빠를 보러 성당에 다녔다.
그 뒤로는 난 믿음이 있다는 흉내조차 내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요즘 힘들어서일까. 매일매일 기도를 한다. 나도 모르게 하고 있다. 대상은 없다. 어떤 신이든, 진짜 신이 있다면 딱 한 번만이라도 내 소원을 들어달라고, 빌고 또 빌어본다. 나도 한 번쯤은 좀 편안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에게도 자비라는 걸 베풀어달라고 나도 모르게 기도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힘들다고 느끼는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이길 빈다. 더 이상 나빠지지 않게, 더 이상 힘들어지지 않게... 나도 희망을 갖고 살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