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공부가 이렇게 어려웠나
중2 큰 딸의 기말고사 기간이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딸은 혼자서 공부를 한다. 혼자서 한다고는 하지만 나의 도움을 빙자한 잔소리도 필요하다. 학원을 보낼까 몇 번 생각도 해보고 고민도 해보고 설득도 해봤는데, 나도 그렇고 딸도 그렇고 아직 학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아깝고, 그냥 내가 혼자 해보면 안 돼?"
종종 학원을 권유하면 돌아오는 답변이다.
솔직히 나도 학원을 최대한 안 보낼 수 있으면 보내지 않고 싶은데, 학년이 올라가고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한 번씩 어려워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고민을 하게 된다. 또 시험기간만 되면 학원을 보내야 하나 싶다. 아무래도 물어볼 선생님도 있고, 학교 시험에 대한 정보도 줄 테니, 그리고 시험대비도 철저히 해줄 테니 말이다.
아이가 하는 학습지에서 준 족보닷컴 무료이용권으로 학교 기출문제를 뽑았다. 그래도 요즘 학습지는 시험 대비를 위해 이런 무료이용권도 주고, 시험 공부하다 모르겠으면 바로 물어볼 수 있는 바로 답변 서비스도 시험기간에 열어놔 한시름 놓는다. 그래도 엄마의 도움은 필요하다.
"평가문제집은 다 푼 거지?"
"아직 좀 남았어."
이 말에 결국 또 잔소리를 한다.
"지금쯤이면 이미 평가문제집은 다 끝냈어야 한다고 몇 번 말하니?"
알았다고 금방 다 한다고는 말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거라는 거 다 안다. 답답한 맘에, 걱정되는 맘에 잔소리를 늘어놨지만 결국 대화의 끝은 "그냥 학원 다녀!"가 된다.
그렇게 서로 살짝 감정이 상해있지만 결국 지는 건 딸아이다. 이유는 딱 하나! 모르기 때문에. 물어봐야 하니까. 바로 답변 서비스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시간이 아니면 현재로선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이 엄마 밖에 없다. 다행히 내가 수학은 중학교까진 커버가 되는 것 같다. 나름 이과의 자부심이랄까. 그래도 수학을 놓은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딸아이가 초6 겨울방학 때 중학교 수학을 예습한다고 가져온 문제를 봤을 땐 순간 당황했다. 이거 뭐였더라... 그때부터 아이 몰래 중학교 수학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다행히 개념과 해설을 보니 몸이 기억을 하는지 문제 푸는 게 어렵지 않았고,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 어느 정도 문제 풀이가 가능했다. 다만 개념 설명이 어려웠다. 우리 때와는 배우는 방식이 많이 다른 건지, 아니면 나의 설명을 어려운건지, 잘 이해하지 못했다. 문제만 풀게 도와주는 건 얼마든지 하겠는데, 개념 설명을 해주는 건 너무 어려워서 유튜브도 찾아보고 인터넷 서치도 했다. 결국은 아이가 인강을 듣고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오면 내가 했던 이야기들을 이해했다.
"엄마, 엄마가 해준 말이 이런 뜻이었어~"
라며 해맑게 웃는다.
다행히 스스로 인강 들으며 열심히 한다. 물론 혼자서 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수학의 경우 어려운 부분은 잘하려고 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좀 피하려고 하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수학은 한동안 내가 신경을 써야겠구나 하고 생각을 하며 조금씩 나도 다시 중학교 수학 심화공부를 한다.
문제는 역사. 나의 역사 성적은 정말 한심했다. 왜 한심했냐고? 공부를 안 했으니까. 나에게 역사는 정말 너무 재미없는 분야였고, 외워야 하는 암기의 지옥이었다. 그때는 드라마도 보질 않았다. 사극이라도 좀 봤으면 역사에 흥미를 가졌으려나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게 예전 여인천하라는 드라마였다. 너무 재미있게 봐서 그 뒤로는 사극을 보게 되면 그 드라마에 나오는 왕이 누군지 검색해서 그 시대에 관련된 스토리를 읽으면서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던 것 같다. 요즘은 학습만화도 너무 재미있게 나오고, 유튜브 강의도 잘 되어 있어서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 내가 지금 태어났음 역사도 잘했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든다.
딸아이의 기말고사 역사는 세계사였고 중국역사가 시험범위인 것 같았다. 외울 게 너무 많다며 스트레스를 받아하길래
"외우려고 하지 말고, 스토리와 그림으로 기억해. 선생님이 지도 그리면서 설명해 주잖아?"
라고 역포자가 조언을 해준다. 우리 딸이 엄마가 역포자라는 걸 알면 아마 자기도 못하면서 그러네?라고 생각했을 수도...
알았다며 열심히 외우는 딸을 보니 왜 이렇게 안쓰러운지...
저녁시간이 돼서 밥을 차리고 유튜브에 딸 역사 시험범위를 검색해 틀어줬다.
송나라, 여진족 등등 그 시대의 내용이였다. 역시 선생님을 잘 만나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열심히 빠져서 봤다.
역사는 우리 신랑이 최고인데.
작은 딸이 삼국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더 쿵짝이 잘 맞는다. 작은딸이 아빠한테 삼국지 얘기를 하니 신난다고 딸에게 설명을 해주고, 그 시대 중국 역사까지 이야기를 해준다. 그런 아빠의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 맨날 잠도 안 자고 아빠 퇴근하길 기다리다가 아빠가 오면 또 삼국지 얘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이 콘텐츠로 유튜브를 해볼까...라는 생각도 하는 중.)
큰 딸도 같이 열심히 들었으면 역사 시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을 텐데, 큰딸은 조금 듣다 방에 들어간다. 아빠 설명은 재미있지만, 자기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과 게임하고 톡 하는 게 더 즐겁기 때문에 이럴 시간에 얼른 들어가 놀아야지 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작은 딸 덕분에 신랑도 살짝살짝 삼국지와 역사공부를 다시 하는 눈치다. 혹시나 아이에게 잘못된 설명을 해줄 까봐 그러는 것 같다.
내가 수학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것과 같은 심정이겠지.
나와 신랑이 이렇게 다시 공부를 하는 게 조금이라도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공부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