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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마의유혹 Jul 31. 2024

가장 어려운 인간관계라는 공부

인간관계도 공부를 하면 되는 걸까?

 큰아이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친해진 엄마들이 있다. 몇몇이 있는데 그중 나 포함 4명은 정말 똘똘 뭉쳐서 잘 다녔다. 모두 나보다 언니들이었지만 너무 친절하고 편했으며 마음도 잘 맞았다. 물론 처음엔 아이들을 위해 만나던 모임이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우리를 위해, 우리가 즐거워서 아이들 데리고 여기저기 많이 다니기도 하면서 정말 재미있게 지냈다. 

 하지만 이 관계가 항상 끈끈하고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어딜 가나 꼭 한 명씩 트러블메이커가 있듯이 우리 중에서도 한 명의 트러블메이커가 있었다. 사람이 나쁜 건 아니었지만 말투나 행동들이 사람을 기분 좋게 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기분을 상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성격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 언니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너희들은 정말 착한 거라며... 대단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우리도 처음엔 적응을 하지 못해서 알게 모르게 상처도 많이 받고 힘들어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래. 나쁜 의도는 아니겠지.', '원래 나쁜 사람은 아닌데 그냥 습관이고 버릇이니까 내가 참아야지.' 하면서 참고 넘겼다. 나뿐 아니라 같이 다니는 엄마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마 이게 쌓이고 쌓였던 것 같다.


 사람이라는 게 항상 좋을 수만은 없으니까 4명이 몰려다니면서 모두에게 다 만족하고 좋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선이라는 걸 지킬 줄 아는 사람들이었고, 서로에게 맘이 상하거나 문제가 있으면 나름대로 각자의 방식으로 풀었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속시키고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인데, 유독 그 한 사람에게만은 이런 상황들이 예외였다. 

 즉, 그 사람과의 트러블은 그저 단순히 우리가 참고 또 참고 넘겨야만 했었다. 우리가 하는 배려와 인내는 그 사람에겐 그저 당연한 일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그 언니로 인해 맘이 상하고, 다쳤어도 연장자라는 이유로 배려해 주자, 참자 하면서 넘겼던 행동들이, 그 언니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을 못한 우리의 잘못도 있는 것 같다.


 코로나가 인간관계 정리를 도와줬다는 말이 있었는데 그 말이 우리에게도 해당이 되었던 것 같다. 코로나로 인해서 자주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항상 연락을 자주 하며 만날 수 있을 땐 만나며 지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딱 여기까지였던 것 같다. 위태위태하게 유지되고 있던 그 관계가 깨진 것은 정말 한순간이었다. 알게 모르게 은근히 거리를 두며 지내고 있던 어느 날. 그 사람이 이사를 갔다. 먼 곳으로 간 것도 아니고 바로 옆동네(4명 중 한 언니는 원래 그 동네에 살고 있었다)로 이사를 간 것이었는데, 그 사람의 한마디가 우리를 분노하게 만들었다. 


 "이제 oo단지 사람들이랑은 안 놀아."


 내 두 눈을 의심했다. 뭐지 싶었고 이건 진담인 건가 싶었다. 분명 본인에게 무슨 말이냐고 물어봤다면, 농담이었다고 그냥 하는 말이었다고, 원래 내가 말을 이렇게 하지 않냐고 말을 하겠지만, 받아들이는 사람들에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우리도 같이 놀고 싶어서 논게 아닌데, 누가 보면 우리를 놀아준 줄 알겠다 싶었다. 이 말 한마디에 또다시 단체톡은 정적... 항상 이런 식이였다. 우리가 참고 인내하는 방식 중 하나가 맞서지 않고 그저 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굳이 일을 키우고 싶지도 않았고, 이 관계 유지를 위해 우리가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라 생각했다. 


 그 말 이후로 우리는 먼저 그 언니에게 연락을 하지 않았고, 톡을 남기지 않았다. 물론 꼭 필요에 의해서 한두 번 메시지를 남긴 경우가 있지만 그 역시 내켜서 한 것은 아니었다. 항상 시끄럽고 울려대던 단체톡방이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졌고 알림이 없었다. 그러다 그 언니가 뭔가 느꼈는지, 어쨌는지 종종 가끔 아이들의 안부나 근황을 핑계로 톡을 남겼지만 우리는 의무적으로 그 톡에 대답만 할 뿐 이 이상 그 이하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넷의 관계는 끝이 났고, 나머지 세명의 단톡방이 새로 만들어졌다.


 종종 그 언니의 소식을 듣는다. 별로 듣고 싶지 않지만 워낙 친하게 지냈어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이 이야기를 해주곤 한다. 그 언니는 다른 사람들에게 우리 얘기도 종종 하는 것 같다. (우리는 웬만하면 그 언니 얘기를 하지 않는다. 꺼내고 싶지 않은 상처였기 때문에 우리끼리 있을 때도 꼭 해야 할 얘기가 아닌 이상 그 언니 얘기를 하지 않는다.) 우리가 꼭 잘못을 한 것처럼 말을 했겠지 싶다. 하지만 그 언니와 대화를 한 사람들조차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그 언니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기 때문에, 그 언니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때문에 우리가 나쁘다고 하지 않는다. 혹여나 나쁘다고 해도 우리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만큼 쌓였던 상처들이 너무 크기에, 다시는 엮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이렇게 그 언니의 얘기를 들을 때면 참 인간관계 어렵고 웃기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명 우리랑 더 친하고 즐겁게 지냈는데, 딱히 무슨 사건이 있거나 나쁜 일이 있던 것도 아닌데 오히려 평소에 그 언니가 욕하고 걱정하던(?) 사람을 만나기 위해 우리 동네에 와서 봤다는 소리를 들을 때면 참 인간관계 별거 아니구나 싶다. 그저 자기 필요에 의해 만나는 게 쉬운 언니니까 아마 우리도 필요한 날이 오면 연락이 올 수도 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니까...


 아무리 상처를 많이 받고 힘든 적도 많았다지만, 분명 좋은 날도 있었고, 즐거운 날도 많았다. 그만큼 잘 지냈던 사이인데 틀어지는 건 한순간이고, 아무리 잘해주고 참았어도 배려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 되는 건 한순간이구나 싶다. 그 언니가 조금이라도 우리 입장에서 생각했던 적이 있을까. 아마 없겠지... 있었다면 우리 관계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그 언니 입장에선 본인이 피해자고 본인이 다쳤다 생각하겠지... 아무 일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만나게 된다면, 혹시나 내 글을 읽는다면 뭔가 느끼는 게 있느냐고 물어보고 싶다. 우리가 했던 배려와 인내가 당신에게는 당연한 것이었냐고, 당신이 우리에게 준 상처들과 아픈 말들은 원래 성격이니 그래도 되는 것이었냐고...


 사람 관계도 공부를 하고 학습을 하면 될까? 너무 어려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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