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똑바로 차리자
오랜만에 공모주가 수익을 줬다.
내가 공모주를 하는 이유는 웬만하면 손해를 보지 않기 때문에, 나 같이 주식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도 인터넷에서 떠도는 기사와 전문가의 말 몇 개만 보고도 커피값 정도는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엔 그 공식이 깨졌다. 전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최근에 상장하는 것들이 계속 파란불이었다. 다행히 딱 두 개 하고는 그 뒤로 공모주 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깨닫고 쉬고 있다가 더본코리아만 했는데, 그 종목이 오늘 딱 수익을 준 것이다. 물론 난 균등만 하기 때문에 어마어마하게 벌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이너스가 아니라는 거에 안심을 했다. 근데 웬걸... 내가 판 가격보다 대략 만원 더 올라가니 또 속이 상했다. 이놈의 발매도...
최근 공모주가 좋지 않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단타를 해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근데 뭘 알아야 하든지 말든지 할 텐데 아는 게 없다. 공부를 좀 해본다 해도 그래도 될까 라는 의문이 든다. 그러다 떠도는 광고에 주식 관련 광고를 보고 어느 한 밴드를 들어가게 됐다. 흔히 내가 아는 밴드는 게시물이 있고 그 밑에 댓글을 다는 방식인데 이 밴드의 게시물은 초대받아 가입했다는 글 외에는 전혀 없으며, 밴드 안에 있는 채팅방만 운영이 되고 있었다. 멤버수를 보니 100명이 조금 안 되는 인원이 있었으며 내가 가입하자 단체 채팅방 외에 매니저라는 사람이 따로 말을 걸어왔다.
주식은 해본 적이 있느냐, 갖고 있는 주식은 어느 정도이고 수익은 잘 나는 편이냐 등등... 그러면서 단톡방에서나 개인톡으로 추천주나 테마주등 공지가 올라오면 그 종목을 매수하면 되고, 매수하고 나서 캡처해 보내주면 매도 타이밍을 알려준다고 했다. 지들이 뭔 재주로 매도 매수 타이밍을 알까 하며 의심을 했기에 '네' 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난 단지 괜찮은 정보가 있을까 하고 들어갔기 때문에 주식에 대한 강의만 보고, 어떤 주식들이 좋은지 등만 보았다.
근데 그 방에 있는 사람들은 추천주라고 얘기하는 주식들을 매수했다 매도해서 이득들 봤다는 얘기들이 종종 했다. 너무 고맙다고...
내가 최근에 주식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되서였을까, 전에는 나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해서 넘겼던 말들이 눈에 들어왔고, 어느 날은 추천주라고 하는 걸 매수해 봤다. 물론 큰돈으로는 못하고 한 20만 원어치 정도만 구매를 했고, 그 뒤로도 두 개의 주식을 더 구매했다. 나는 단타/스윙이라고 해서 구매했는데 하루 이틀이 지나도 그 주식이 오르기는커녕 자꾸 떨어지고, 매도하라는 말도 없길래 한 번은 물어보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기네들이 모니터링하고 있으니 매도 시점에 알려주겠다고 편하게 있으라고 했다. 그렇게 며칠 더 지나고 나서 보니 그나마 뒤늦게 구매했던 두 종목의 주식은 가격이 조금 올랐길래 좀 더 기다렸다 매도해야 하나 하다가 그냥 매도해 버렸고, 결국 처음에 산 주식은 자꾸 떨어져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또 며칠을 기다리다 다시 물어보니 그냥 지금 팔라고, 얼마 정도 손해 봤는지 캡처해서 보내주면 자기들이 그걸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 또 걱정 말라고 했다. 그래서 난 더 나둬봤자 오를 거 같지도 않고, 내가 산 가격까지 올라온다 해도 시간이 한참 걸릴 거 같아 바로 매도를 해버렸다. 그리고 그 보완할 방법이 뭔지도 궁금했기에 판매하고 판매한 스샷을 보내줬다.
그러더니 며칠 뒤 단톡방에 무슨 공지 같은 게 올라왔다. 대형 프로젝트를 한다고, 300% 이상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어디라더라... 어디 대형 증권사랑 미팅이 끝났으며 이제 바로 프로젝트에 들어갈 거니까 시드머니를 준비해 놓으라며, 비밀유지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다. 아.. 여기서부터 사기구나... 이걸 위한 밑밥을 깐 거구 나를 알아차렸다. 정보를 주면서 수익을 볼 수 있게 해서 믿음을 갖게 해 주고, 혹여나 손해를 본 상황에는 그 손해를 메꿀 수 있다는 꿀 바른 말로 꼬드겨서 사기를 치는 거였구나 싶었다. 그걸 알아차린 순간 난 바로 밴드를 탈퇴했다. 아마 예전 같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사기를 당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하도 이런 얘기들을 많이 들었고, 또 어느 유튜브에서는 이런 주제로 없는 영화도 만들었었기에 사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사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진짜 사기가 아니었더라도 나와는 인연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백 프로 사기라는 걸 알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는 걸 또 이렇게 한번 더 알게 된다. 아기가 걷기 위해서 한발 한발 떼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고, 엄마라는 단어를 외치는 것도 학습을 통해 꽤 긴 시간이 걸린다. 학생이 학교에서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도 결코 쉬운 것이 아니며, 직장인이 승진을 하거나 연봉을 올리기 위해서 일하는 것도 쉽지 않다. 화려한 인생으로 보이는 연예인들 역시도 쉽게 하는 건 단 하나도 없다. 그 유명한 운동선수들 역시 쉽게 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며,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것도 쉽게 되지 않는다. 그리고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서 받는 건강검진조차도 쉽지 않다. (몇시간 공백 유지에 혹여나 대장내시경이 있어 장을 비워야 하는 것 그거 너무 힘들다.) 또한 예쁜 몸을 만들기 위해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하는 것도 쉽지 않으며, 마른 사람을 찌우는 것 마저도 힘든 일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한 번쯤은 꿈꾸는 로또 역시도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안다. 돈만 있으면 근심걱정 하나 없을 것 같지만 막상 돈이 있으면 또 그만큼의 근심걱정은 다른 것으로 채워진다.
단 하나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는데, 나 빼고 다 행복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걸 아는데, 우리는 쉽게 유혹에 빠지곤 한다. 또 그런 사람들을 이용해 주변에서는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며 절실하고 힘든 사람들을 꼬드긴다. 다 알고 있다. 알고 있음에도 당한다.
정신 똑바로 차리자. 한 만큼 돌아온다고 언젠간 열심히 살다 보면 그만큼 꼭 보상을 받으리라 믿고 열심히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