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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앙마의유혹 Oct 23. 2024

훈련

첨부터 잘하는 건 없다.

 뭐든지 훈련이 필요한 것 같다. 공부든 운동이든 그게 인간관계든... 

 최근에 집에서 간단하기 홈트(홈트레이닝)를 하기 시작했는데 전에는 3분도 거뜬하던 프랭크를 지금은 1분도 힘들다. 운동을 안 한 지 너무 오래되어서 근력도 많이 사라지고, 체력도 약해졌으니 당연한 결과. 근데 매일매일 하다 보면 금세 다시 1분이 2분이 되고 2분이 3분까지 하게 되겠지. 그런 것처럼 뭐든지 순서가 있는 게 아닐까. 


 가장 힘들다는 중2인 큰딸과 대화를 하다 보면 나도, 내 딸도 훈련이 필요하다 느낀다.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사춘기, 중2병의 세계에 훈련이 필요하고, 중2인 딸은 친구들과의 관계, 인간관계, 그리고 중2병, 사춘기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사춘기가 맞는데 아직은 심한 정도가 아니고, 중2병은 아직 온 것 같지 않은 큰딸. 다른 엄마들과 대화를 하거나, 인터넷에 사춘기 자녀를 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는 정말 편하게 이 시기를 지나는구나 싶지만 그래도 한 번씩 속이 뒤집어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단순 생각과 가치관 차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상식적이지 않고 막무가내인 그들... 그렇게 속이 뒤집어지는 일을 몇 번 겪다 보면 그 마저도 조금은 무뎌진다. 생각해 보면 나 사춘기 때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는데,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러나 싶고...

 문제는 우리 딸만 중2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딸이 중2다 보니 주변 친구들도 다 사춘기에 중2병이 심하게 온 아이들이 많다. 참 웃기고 아이러니한 게 같은 중2병끼리도 이해 못 하는 일들 투성이... 거기다 아직 어리고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잘 모르니, 알게 모르게 받는 상처들이 많다. 얘기를 듣다 보면 정말 별거 아닌데, 말 한마디만 다르게 해도, 혹은 말 한마디만 했어도 서로 이렇게 상처주진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그냥 별거 아니야, 친구가 다가 아니잖아. 충분히 그럴 수 있어,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게 방법이야 라는 말 정도밖에 해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런 일들이 그냥 넘길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일지 모르지만 아이에겐 아닌 듯하다. 그 이유 역시 나는 살아오면서 그런 것들에 훈련이 되었고, 면역이 되어서 쉽게 넘겨 생각할 수 있지만, 아이에겐 겪어보지 못한 상처가 되는 일들일테니 당연한 일인 것이다. 

 그래도 난 내 아이의 엄마다 보니 아이가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그냥 넘길 수 있는 쿨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타고난 본성이 훈련과 쿨함과 별개로 워낙 맘이 여리고 착한 아이라 훈련이 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계속 살아가면서 경험해 보고 겪다 보면 조금은 단련이 않을까, 훈련이 되지 않을까. 대신 너무 많이 다치지 않고, 너무 많이 상처받지 않고 배우고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아니 우리 사회가 그런 훈련을 하지 않게 바뀌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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