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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Jan 27. 2023

마흔세 살의 독립

공부방을 오픈합니다.

주사위는 져졌다.

나란 사람, 지극히 안정을 추구하고 살아온 40대 여자이다. 남편과 자식 셋이 있다.  딱히 직업을 갖지 않아도, 애를 셋이나 키우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밥값을 하며 살아간다 할 수도 있는 주부라는 타이틀도 있다.

그 역할을 야무지게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위대한 일이라는 것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주부 역할을 똑소리 나게 해내지도 못한다. 잘하거나 즐기지도 않는 이 역할만 평생하고 살기에는 너무 행복하지 않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부방을 한 지 5년 이상이 지났고, 유치원학교에서 아이들 독서 지도를 한지는 8년 차에 들어선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건 맞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늘 돌아보며 살았다. 한 번 인연을 맺은 아이들 중에 이사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한 명도 탈락자 없을 만큼 한 아이, 한 아이에게 진심이었다. 책을 정리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생활하는 집이 아니라 따로 아파트 1층에 오픈한 나의 일터. 잔금을 치르고, 짐들을(책뿐이어서 따로 이삿짐을 부르지는 않았다) 옮기고, 수업을 아직은 왔다 갔다 하면서 하고, 방학인 아이들 밥도 챙겨야 하고, 숨 쉴 틈이 없었다. 책은 아직도 다 못 옮겼다.


잔뜩 긴장한 채로 일주일을 보냈다. 계획으로는 이사를 다 끝내놓고 수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병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놓치는 게 있을까, 소홀한 게 있을까 더 긴장하고 보냈다. 소개로 다시 수업한다는 얘기를 들으셨다는 몇몇 학부모님 상담까지 해냈다.



3개월을 일삼아 쉬면서 느낀 건,

이렇게 살다가 암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죽겠다는 거였다. 원체도 생각이 많은 나인데, 남는 게 시간이니 머릿속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밝게 살고 싶은 사람이고, 아마 평균보다도 세상의 일들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살자 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지나간 일을 유독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좋은 기억 외에는 남기고 싶지 않은 나의 방어기제인 듯하다. (좋은 것도 잊어서 문제.. 그냥 기억력이 없는 건가;;) 그렇게 살고 싶은 나인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무것도 못하고 살다 보니 세상이 부정적으로 바라봐지기도 했고, 사소한 일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하루가 일주일 같고, 한 달이 일 년 같았다. 그동안 왜 이리 바쁘게 쉴 틈 없이 살았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사는 게 나에게는 활력이고 즐거움이라는 걸 알았다.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일은 해보고 죽어야지.


가족들과의 집이 아닌, 나만의 집을 계약하고 꾸리는 일. 43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늘 시작이 어려운 나였고, 시작한 일은 죽이든 밥이든 끝장을 보는 내가 그 어려운 시작을 한다. <역행자> 책에서 저자인 자청이 말한 것처럼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 안에 나를 던졌으니, 이왕이면 죽 말고 찰진 밥이 되게 해야지.


지금은 내 아이들도, 학생들도 모두 방학이라 오전 특강에 챙겨야 하는 점심 식사에 쉴틈이 없지만, 방학이 끝나고 오전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이 공간에 앉아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글도 써야지.


나의 공간


본격 교육 사업자가 되었다. 늘 '사업'보다는 '교육'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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