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사람, 지극히 안정을 추구하고 살아온 40대 여자이다. 남편과 자식 셋이 있다. 딱히 직업을 갖지 않아도, 애를 셋이나 키우고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밥값을 하며 살아간다 할 수도 있는 주부라는 타이틀도 있다.
그 역할을 야무지게 잘 해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고 위대한 일이라는 것도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주부 역할을 똑소리 나게 해내지도 못한다. 잘하거나 즐기지도 않는 이 역할만 평생하고 살기에는 너무 행복하지 않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부방을 한 지 5년 이상이 지났고, 유치원과 학교에서 아이들 독서 지도를 한지는 8년 차에 들어선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건 맞는데, 잘하고 있는지는 늘 돌아보며 살았다. 한 번 인연을 맺은 아이들 중에 이사 같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한 명도 탈락자도 없을 만큼 한 아이, 한 아이에게 진심이었다. 책을 정리하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생활하는 집이 아니라 따로 아파트 1층에 오픈한 나의 일터. 잔금을 치르고, 짐들을(책뿐이어서 따로 이삿짐을 부르지는 않았다) 옮기고, 수업을 아직은 왔다 갔다 하면서 하고, 방학인 아이들 밥도 챙겨야 하고, 숨 쉴 틈이 없었다. 책은 아직도 다 못 옮겼다.
잔뜩 긴장한 채로 일주일을 보냈다.계획으로는 이사를 다 끝내놓고 수업을 시작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병행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놓치는 게 있을까, 소홀한 게 있을까 더 긴장하고 보냈다. 소개로 다시 수업한다는 얘기를 들으셨다는 몇몇 학부모님 상담까지 해냈다.
3개월을 일삼아 쉬면서 느낀 건,
이렇게 살다가 암이 아니라 우울증으로 죽겠다는 거였다. 원체도 생각이 많은 나인데, 남는 게 시간이니 머릿속에 생각이 꼬리에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나는 밝게 살고 싶은 사람이고, 아마 평균보다도 세상의 일들을 좋은 쪽으로 해석하고 살자 하는 사람일 것이다. 나는 지나간 일을 유독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좋은 기억 외에는 남기고 싶지 않은 나의 방어기제인 듯하다.(좋은 것도 잊어서 문제.. 그냥 기억력이 없는 건가;;) 그렇게 살고 싶은 나인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아무것도 못하고 살다 보니 세상이 부정적으로 바라봐지기도 했고, 사소한 일에 마음을 다치기도 했다. 하루가 일주일 같고, 한 달이 일 년 같았다. 그동안 왜 이리 바쁘게 쉴 틈 없이 살았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렇게 사는 게 나에게는 활력이고 즐거움이라는 걸 알았다. 한번 사는 인생, 하고 싶은 일은 해보고 죽어야지.
가족들과의 집이 아닌, 나만의 집을 계약하고 꾸리는 일. 43살 평생 처음 있는 일이다.
늘 시작이 어려운 나였고, 시작한 일은 죽이든 밥이든 끝장을 보는 내가 그 어려운 시작을 한다. <역행자> 책에서 저자인 자청이 말한 것처럼 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 안에 나를 던졌으니, 이왕이면 죽 말고 찰진 밥이 되게 해야지.
지금은 내 아이들도, 학생들도 모두 방학이라 오전 특강에 챙겨야 하는 점심 식사에 쉴틈이 없지만, 방학이 끝나고 오전 시간이 여유로워지면 이 공간에 앉아 책도 읽고 음악도 듣고 커피도 마시고 글도 써야지.
나의 공간
본격 교육 사업자가 되었다. 늘 '사업'보다는 '교육'에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