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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Apr 10. 2023

불안과 삶의 상관관계

양날의 검.

헬스장에서만 운동을 하다가, 오늘은 밖으로 나와 걸어본다. 가족 모두 다 출근하고 등교한 아침 창문을 열고 청소기를 돌렸는데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길래 나가서 걸어보자고, 마음속에 좋아하는 음악들로 플레이 리스트도 챙겨 들고 나왔다. 겨우내 추위를 견딘 자연은 푸르게 물들어 가는 중이다. 이 들꽃들을 보면 정말 신이 만든 세상이 아니고서야 이렇게까지 미세하게 아름다울 수가 있나 하고, 대단한 믿음이 있지도 않으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작은 생명들이 살아남기 위해, 언제 거센 비바람이 닥쳐올까 대비하며 얼마나 아래로 아래로 깊이 뿌리를 내렸을까. 아남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그 불안이 이 것들을 살게 했으려나.



며칠 전 비가 오던 날, 다리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여파인지 근처 다리들이 모두 점검 및 보수 공사등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불안하니까, 또 그런 사고가 생기면 안 되니까, 보수도 하고 점검도 해야 한다.



왠지 색깔과 표현하자면 회색이나 검은색에 가까울 것 같은 '불안감'. 그것이 어쩌면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힘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과 수업시에 고난을 딛고 성공한 위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다 그런 사람만 성공한 건 아니지만, 가난하고 아프고 힘든 사람들의 성공기가 더 애절하고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이유는 그들의 삶 속에  녹아있는 간절한 향기 때문이 아닐까. 그것 밖에는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는 불안감에서 출발했을 간절함.  이런 차선도 있고, 저런 차선도 있다면 굳이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일어나 나아갈까, 쳐온 역경 따위를 굳세게 헤쳐나갈까.




오전에 같은 나이 큰 아이를 키우는 오래 지인과 통화를 하며, 우리의 불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중3인 이 딸들은 남자 친구도 막 사귀고, 귀가 시간도 막 많이 늦고 엄마들의 속을 태운다. 다 그러고 큰 다지만, 그게 내게 닥치면, 그것도 나의 큰 아이에게 처음 닥치면 우리는 다 큰 성인이고 뭐 건간에 정신없이 흔들리고 무지막지한 불안감을 겪는다. (딴소리, 큰 딸의 불안 불안하던 첫 연애는 얼마 전 끝이 났다. 아싸! 하고 티 안 나게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다른 글에서 다시.. 풋)


우리의 불안으로 아이들을 옥죄면 옥죄일수록 아이들을 우리와 멀어질 것이라며, 이놈의 불안이 문제라고 한탄을 했고, 더불어 내 맘대로 안 커주는 자식들 욕도 했다.


불안이.. 그렇다.

최초의 인류가 야생에서 살아가다 동물들에게 잡아먹힐까 불안해서, 굶어 죽을까 불안해서 도구도 발명하고, 불도 이용하며 살아남아 주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다. 나부터도 불안이 나를 행동하게 하고, 나아가게 한다. 이것 밖에 방법이 없을 듯한 불안은 내 삶의 원동력씩이나 되어준다.


그러나, 잘 조절하지 못한 그것은 또 나에게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불안해서 나아가지 못할 수도 있고, 불안해서 주변을 힘들게 할 수도 있다.


양날의 검이다.

지혜롭게 나의 불안을 사용해 보리라, 마음의 방향을 바로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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