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수업>의 작가인 강신주 철학자의 장자수업 영상에서 장자가 말한 '쓸모없음에 대한 쓸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눈시울이 붉어지는 나를 느끼며 깨달았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를..
강신주철학자는 말한다.
'쓸모'의 기준은 국가와 자본이 우리에게 씌운 것이며, 내가 서 있기에 필요한 그 한 평도 안 되는 그 쓸모, 그 쓸모 주변의 것들을 볼 줄 알아야 우리가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내가 그 쓸모가 없어졌음에도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 진정 내게 가치 있는 사람인 것이다.
돈을 벌어다 주는 남편, 집안일을 말끔하게 해내고 자신을 살뜰이 챙기는 아내, 훌륭한 성적표를 가져다주는 자식, 늙어서도 해마다 김장 김치를 한아름씩 안겨주는 부모. 이런 쓸모가 아님에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고 사랑받는 그 경험은 어떤 사치나 욕심의 영역이 아닌, 죽고 사는 존재자체의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너를 위해 이렇게 애를 쓰고 돈을 벌어 쓰고 있는데 너는 도대체 나한테 해주는 게 무어냐고, 예쁜 성적표 하나, 그게 그리 어려우냐고, 그렇게 쓸모를 강요받으며, 자라는 내내 쓸모없는 자신을 바라보며 자라온 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 어떻게 될까.
'사람은 쓸모가 있어야 하는구나, 쓸모가 없으면 사랑받을 수 없구나, 사랑이란 그런 거구나, 나도 나에게 쓸모 있는 사람들을 사랑해야지. 왜 내 남편은 내가 원하는 만큼은 쓸모를 주지 않을까. 왜 내 아내는 내가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하는데 나를 위해 이 정도의 쓸모도 발휘하지 않을까. 내가 이렇게 애를 쓰는데 내 아이들은 도대체 뭐가 부족해 공부를 잘하는 쓸모조차 못 발휘하는 걸까. 그렇게 나를 가르쳐놓고 지금 와 내게 아무 쓸모도 주지 않는 내 부모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3년 전쯤부터(그러고 보니 딱 마흔쯤이다.) 식물 키우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나씩 하나씩 들인 작은 식물들이 내게 그렇게 힐링이었다. 지금 거의 모두 내 공간, 내 공부방으로 옮겨놓은 것들, 추위에 혹여 얼어 죽을까 모두 안으로 들여놓았다.
전혀 관심도 없던 식물 키우기에 나는 '사랑'을 느꼈던 거 같다. 이 무용한 것들을 사랑하며 나는 행복했다. 사랑을 주면 저마다의 속도로 자라났다. 씨앗 발아부터 이만큼 키운 제라늄도 있다. 정말 얘가 꽃을 피운다면, 처음부터 꽃이 핀 화분을 사서 키운 것에 그 기쁨을 비할 수 없을 것 같다.
드라마 <미스터선샤인>의김희성의 대사가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이유도 같았다.
"나는 무용한 것을 좋아하오. 꽃, 별, 바람, 나무, 웃음 같은..."
김희성은삶을 본인의 방식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결국 김희성은 본인의 방식대로의 삶을 선택하고, 그렇게 글로한 독립운동가로서의 죽음도 맞이한다. 글의 힘은 믿지 않는다는 고애신에게 말한다.
" 글에도 힘이 있소. 나는 글의 힘을 믿소. 누군가는 기록해야 하오. 당신은 총으로 하시오. 나는 글로 할 테니. "
모두 같은 모양으로 태어나 같은 쓰임으로 살 수 없다.
나 또한 있는 그대로, 존재 자체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으며 살기를 꿈꾼다. 쓸모 있어서가 아니라, 나에게 무엇을 해주어서가 아니라, 사람이란 그저 저마다의 존재만으로 귀하고 사랑받을만한 존재이다.
내 아이들도 그렇게 키워내고 싶다.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 내게 와 잠시 머물다 갈 선물 같은 아이들. '사랑'은 결코 '쓸모'가 기반이 아니라 '존재'자체라는 걸 느끼게 해 주어야지. 그래서 꼭 그렇게 사랑하며, 그렇게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아내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큰 아이의 고등학교 면접이 있는 추운 겨울날,
아이를 들여보내고 기다리는 중에 씀-
어떤 길이든, 어떤 결과든 너의 애씀은 헛되지 않을 거란다. 이렇게 성장해 가는 너의 모든 날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