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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쌤 Dec 24. 2023

슬픔을 대하는 태도

(특별한) 크리스마스에..

" 다른 이를 비난하고 싶거든, 모든 사람이 너처럼 유리한 입장이 아니라는 걸 기억해라."


지적 허영심에 책을 읽던 날도, 의무감에 책을 읽던 날도 있었다. 한 문장도 마음에 남지 않는 책도 많았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독서 논술 선생님'이라고 불리며 산지 10여 년쯤 가까워 오면서, 크게 깨달은 게 있다.

(지금도 여전히 이 직업을 말하며 글을 쓰는 일은 부끄럽지만;)


의 진정한 가치는 삶에의 적용이라는 것이다. 읽고 덮어 버리고 마는 독서는 문해력에도 도움이 그다지 되지 않고, 꼭 문해력이 아니더라도 삶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활자가 빛이 나는 순간은 그저 활자로만 책 안에 존재할 때가 아니라, 책 밖으로 뛰쳐나와 생각에 영향을 주고, 그것이 행동으로 까지 옮겨질 때가 아닐까. 나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행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런 나도 책에서 받은 수많은 영향들을 차곡차곡 모아, 작은 행동 하나씩이라도 바꿔 나가는 중이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서두에 적은 <위대한 개츠비>의 한 문장이다.


저 말을 깊이 생각해 보기 이전에,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이 유리한 입장이라는 생각을 별로 해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말하는) 유리하지 않은 입장이 될지도 모를 일들도 마주하며 살아가고 있다. 간사하게도 그런 입장들을 경험하며, 그제야 나의 오만함을 깨닫는다.


아직 글로 다 쓸 용기는 장착하지 못했지만, 최근 나는 긴 터널을 지나는 중이다. 내가 어쩌지 못하는 여러 요인들까지 겹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있다. 이 역경에 대처하는 내 모습을 보며 마주한 지 몇 년 되지 않은 나의 내면 아이도 자라고 있구나, 그래도 많이 컸구나, 하고 느낀다. 오래 방치했던 내 내면 아이는 혼자서는 지하철도 못 타고 엄마 손을 놓칠까 불안해하던 열 살쯤이었는데, 이제 중학생쯤은 되었구나 싶다. 중3 딸아이를 보니, 저만큼만 잘 커도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도 있을만하구나 생각하며, 내 내면아이도 저만큼은 자랐기를 기대해 보곤 한다.


내 슬픔과 역경을 대처하는 자세뿐 아니라, 타인의 그것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돌아본다. 나의 문제도 해결하지 못해 끙끙대고 있지만, 아파보니 더 낮아질 수 있게 된다. 내 이 문제에 대해 겪어보지 않은 어떤 누구도 다 공감할 수 없듯이, 나 또한 다른 이들의 슬픔과 아픔을 다 헤아릴 수 없음을 안다. 마음 터놓을 수 있는 이들에게 마음을 많이 내보이기는 하지만, 말하지 못하는 저 밑바닥의 감정들과 사연들이 있듯이,

다른 이들이 말하는 슬픔과 고통 너머에 더 깊은 상처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안다. 섣불리 마음속으로나마 너는 틀리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다 알지 못하면서 조언이랍시고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나를 돌아본다.


닥친 역경을 슬기롭게 잘 대처해 나가는 내가 되기를..

타인의 고통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내가 되기를..


여러 핑계로 여러 해 동안 냉담하고 있는 가톨릭신자이지만, 크리스마스를 맞아 빌어본다.



올해는 조금 다른 크리스마스를 보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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